AI 고속도로 법안 쏟아지는데…국회 논의는 ‘정체 구간’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04일, 오후 07:16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인공지능(AI) 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인 이른바 ‘AI 고속도로’ 구축을 위한 입법이 국회에서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법안은 쏟아지고 있으나 소관 상임위가 분산되면서 종합적인 논의와 정책 설계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출범 이후 최근 1년간 AI 데이터센터 건설 지원과 진흥을 다룬 법안은 10여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직접 지원하는 통합 제정법만 5건이 발의됐다. 정동영·한민수·황정아·조인철·이해민 의원이 각각 법안을 냈으며,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8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AI 데이터센터 진흥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가 차원의 AI 데이터센터 육성 체계를 마련하고, 입지·전력·인허가 절차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I 인프라를 산업 전반 차원에서 지원하는 법안도 나왔다. 고동진 의원은 권역별 AI 데이터센터 구축 특례를 포함한 ‘AI산업발전특별법’을 지난해 9월 발의했다. 세제 지원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별도로 추진 중이다. 이인선 의원과 황정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를 핵심으로 한다. 업계에서는 “전력비와 설비투자 부담이 큰 AI 데이터센터 특성상 세제 인센티브는 필수”라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력 수급을 겨냥한 입법도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 공급 특례와 우선 지원 체계를 마련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언주 의원과 조인철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AI 산업 육성을 위해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선결 과제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비수도권 분산 전략을 담은 법안도 있다. 안호영 의원이 지난 9일 대표 발의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개정안은 비수도권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에 설치된 발전설비에 대해 설비용량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와의 직접 전력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방에 AI 인프라를 유치하겠다는 취지다. 안도걸 의원은 지난해 10월 ‘에너지고속도로’ 구축을 목표로 전력망 확충 관련 이른바 ‘전력망 3법’을 대표 발의하며 초고압 송전망과 전력 인프라 확충 필요성을 제기했다.

◇흩어진 법안…법안소위도 못 열린 채 계류 중

문제는 이들 법안이 산업·에너지·통신 정책에 걸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로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논의가 산발적으로 이뤄지면서 법안 간 연계나 통합적인 정책 설계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산업·에너지·통신 정책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상임위별로 발의된 법안을 모두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전력과 데이터센터인데, 법안이 분산된 채 속도를 내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개별 법안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 간 논의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기후에너지부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문제를 담당하고 있지만, 소관 상임위가 아닌 산자위나 과방위와 논의 중인 사안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역 이해관계에 따라 법안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경우도 있다. 관가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의원들이 지역구 데이터센터 유치를 염두에 두고 법안을 발의했지만, 입지가 다른 지역으로 확정된 이후 관심이 식은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국회 과방위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관련 논의를 하나로 묶은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심사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특별법을 발의한 이해민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간 큰 이견은 없지만, 쿠팡 해킹 사태 등 현안이 겹치며 본격 논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 역시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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