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기업 조건은 'AI 혁신 엔진'[김현정의 IT 세상]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09일, 오전 05:20

[김현정 한국IBM 컨설팅 대표] 2030년 시장은 더 이상 기업을 ‘AI를 도입했는가’라는 이분법적 잣대로 구분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의 수용은 이미 생존을 위한 상수가 됐으며 이제 승부처는 인공지능(AI)을 전제로 기업의 DNA를 얼마나 근
본적으로 재설계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의 AI는 업무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 그 자체이자 조직의 유연한 형질을 결정하는 지능형 운영체제로 진화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최고경영자(CEO)가 AI 전환이라는 첫걸음 앞에서 멈춰 서는 이유는 기술의 난해함 때문이 아니다. 기술이 바꿔놓을 ‘미래 기업의 모습’을 현재의 문법으로 그려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IBM 기업가치연구소(IBV)의 최근 조사를 보면 이 같은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공통임을 알 수 있다. 전 세계 경영진의 79%가 2030년 AI가 매출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하지만 구체적인 수익원을 파악한 이는 24%에 불과한데 리더가 겪는 이 불확실성은 사실 거대한 기회다. 완벽한 예측보다 분기마다 산업의 판을 흔드는 파괴적 실행력, 즉 ‘속도의 경제’ 구현이 미래 기업 무한 혁신 엔진의 첫 번째 요소이기 때문이다.

미래 기업에서 AI는 효율성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미 AI 투자의 성격은 효율 중심에서 혁신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진정한 AI 엔터프라이즈의 승부처는 절감된 비용을 제품 및 서비스 혁신에 재투여해 새로운 매출원을 창출하는 데 있다. IBM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2030년까지 AI 투자의 62%가 혁신에 집중될 전망이며 효율과 혁신을 통합해 생산성 선순환(Flywheel) 구조를 만들 때 기업은 자원의 희소성을 넘어 자원의 풍요 속에서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

혁신의 이면에는 관리해야 할 위험도 존재한다. AI 모델의 복잡성에 따른 거버넌스 문제와 양자 기술 발전에 따른 보안 패러다임의 변화 등은 생존과 직결된 과제다. 글로벌 경영진의 72%가 이사회에서 보안과 거버넌스 주제를 재무성과와 동일한 수준의 경영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술이 여는 기회만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 역시 무한 혁신 엔진의 필수 요건이다.

리더십과 인재상의 변화도 필연적이다. 2030년 지식 노동의 상당 부분은 AI가 전담하게 될 것이나 이는 노동 가치의 퇴화가 아닌 진화를 의미한다. 미래의 기업은 업무 실행자를 넘어 비즈니스 가치를 판단하고 AI의 결과물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에 집중하고 이러한 인재를 길러 내야 한다. 문제 해결과 혁신적 사고라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 조직 인재를 재배치하는 유연한 역할 설계를 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다.

2030년 AI 시대의 승리 조건은 분명하다. 단순한 기술 내재화를 넘어 영구 혁신 엔진을 갖춘 기업 모델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몇몇 선도 기업들은 AI를 활용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와 알고리즘 위에서 조직의 모든 세포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AI-우선(AI-First) 엔터프라이즈’라는 전혀 다른 종(種)으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과감한 베팅과 생산성 선순환에 기반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자기 학습형 조직만이 불확실성을 성장의 동력으로 바꿀 수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지만 그 지평을 넓히는 것은 결국 사람의 통찰과 결단이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미래를 향한 무한 혁신 엔진을 장착할 가장 결정적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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