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어려워져…의사결정 느려질 것"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11일, 오전 06:05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사업자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는 법안 추진에 나서자,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지분 제한이 사유재산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제약할 소지가 있어 위헌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정책 설계 단계에서 규제의 필요성과 비례성, 대체 수단의 존재 여부 등을 충분히 따져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승용 기자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왼쪽부터), 김종승 엑스크립톤(xCrypton) 대표, 박혜진 서강대 AI·SW대학원 교수, 한서희 광장 변호사,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본부장, 김효봉 태평양 변호사,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거래소 소유규제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거래소 소유규제는 침익적…중대한 공익 없으면 정당화 어려워”

금융감독원 출신인 김효봉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는 10일 이데일리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최한 ‘디지털자산거래소 소유규제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거래소 소유규제는 개인의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침익적 규제”라며 “이를 정당화하려면 그에 걸맞은 중대한 공익적 필요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며 소유구조 규제의 근거로 삼는 데 대해서도 “인프라 기관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혜택과 책임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은행은 인프라 기관이기 때문에 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유동성 백스톱을 제공하고, 공적 자금을 투입해 예금보험제도를 운영한다”며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서도 공적 자금으로 부도를 막아주고 구제 금융을 할 것인지 등 인프라 기관으로서의 혜택을 부여할지에 대한 고려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분 매각을 강행할 경우 발생할 정책적 충돌도 경고했다. 그는 “두나무나 빗썸의 밸류는 일반인이 아무리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 결국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건 금융회사뿐”이라며 “우리는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의 위험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금산분리 원칙을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상자산 시장은 국경이 없어 사업자와 이용자가 해외로 나가면 그만”이라며 “규제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투명한 의견 수렴 등 산업 경쟁력을 고려한 정책 결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규제 정당성 낮아…“과도 규제 시 국내 사용자 해외거래소로 갈 것”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거래소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이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교수는 “지분의 파편화는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고, 리스크 발생 시 책임의 귀속을 불명확하게 만든다”며 “보안 사고나 시스템 장애처럼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는 거래소 특성상 확실한 지배구조가 오히려 빠른 수습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의 초점도 ‘지분 구조’라는 간접 수단이 아니라 ‘내부통제’라는 직접 행위로 옮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 교수는 “지분 구조가 같아도 내부통제 시스템 수준에 따라 위험은 달라진다”며 “주요 접근권 통제, 공시 체계 확립 등 운영 통제 메커니즘을 강화하는 핀셋 규제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는 강력한 규제안을 추진하는데, 이는 책임 경영을 약화시키고 창업 의지와 혁신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투자자들도 IPO 등을 통해 정당한 수익을 회수해야 하는데, 회수 시점까지 사실상 강제당하는 시장에 누가 자본을 투입하겠느냐”고 덧붙였다.

박혜진 서강대 AI·SW대학원 교수는 규제 강도가 국내 생태계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전업주의를 못 박고 지분 규제까지 하면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결국 국내 사용자들은 바이낸스 같은 해외 거래소로 이동할 것”이라며 “거래소는 정부가 생태계 활성화에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인데, 이를 막아놓는 것은 혁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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