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바이오' 퇴출 빨라진다…'상폐 요주의' 기업은?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16일, 오전 08:11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정부가 코스닥시장 혁신 제고를 위해 칼을 빼들면서 부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시장 퇴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에 이데일리는 상장 유지 요건 강화가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매출 요건 상향에 '비상'…기술보다 숫자에 골몰하는 바이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상품 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며 "상품 정리부터 확실히 하고 좋은 신상품을 신속 도입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소매치기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거래소의 부실 기업 시장 퇴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해 발표한 상장폐지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거나 상폐 절차를 지연시키는 가처분 신청에 대응하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부실기업을 신속히 심사·퇴출하기 위해 이달 내 코스닥 상장폐지 심사팀도 추가 신설한다.

거래소의 퇴출 강화 기조는 이미 상폐 사례로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1세대 바이오벤처' 기업인 파멥신은 지난달 27일 정리매매 끝에 시가총액 92억원에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됐다. 지난해 △셀리버리 △뉴지랩파마 △제넨바이오 등이 퇴출된 데 이어 올해는 파멥신뿐 아니라 △엔케이맥스(182400) △제일바이오(052670) △카이노스메드(284620) 등의 상폐가 결정되며 줄줄이 증시 퇴출의 기로에 섰다.

바이오·헬스케어 업계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폐 요건으로 연매출 기준이 꼽힌다. 시가총액 기준의 경우 대부분의 바이오기업들이 600억원대를 넘기기 때문에 큰 우려를 체감하지 않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시총이 수천억원대인 한 바이오기업 임원은 "지난해 7월 개정된 규정에 시총 기준이 있는 걸 보고 솔직히 한시름 놨다"고 언급했다.

또한 2027년 1월 1일부터 최근 사업연도 일평균 시총이 600억원 이상인 기업들은 매출 기준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면제된다. 즉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인 2027년 3월을 기준으로 2026년 3월~2027년 2월의 평균 시총이 600억원 이상이면 매출 요건이 미달하더라도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총 600억원을 넘더라도 최근 분기 매출이 3억원 미만일 경우 '주된 영업의 정지'로 간주돼 관리종목 지정 이후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는다.

특히 2026 사업연도부터 연매출 기준이 50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일부 바이오기업에선 비상이 터졌다. 해당 기준이 연도가 아닌 회계연도인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매출 목표에 맞춰 재무 계획을 전면 재조정하느라 분주해진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연매출 기준은 2027 사업연도 75억원, 2028 사업연도 100억원으로 상향된다.

이데일리가 자체 집계한 2025년 3분기 개별재무제표 기준 누적 매출이 30억원 미만인 업체는 34개사에 달한다. 연매출 30억원의 75%인 23억원을 기준으로 그 미만인 업체는 24개사이다.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의 경우 연결 기준으로는 누적 매출이 118억원이나 매출 요건의 기준은 개별재무제표이기 때문에 매출 기준 미달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때문에 바이오기업들이 매출 확대를 목적으로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 해당 회사를 100% 자회사로 인수하거나 흡수합병함으로써 개별 매출로 인식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인수·합병(M&A) 사례로는 셀리드(299660)가 꼽힌다.

백신 연구개발(R&D) 기업인 셀리드는 코스닥 상장 유지 매출 요건을 채우기 위해 2024년 3월 빵 판매업체인 '포베이커'를 인수했다. 덕분에 셀리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 6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 열풍 덕에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상장 당시 핵심 기술과 무관한 베이커리 사업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셀리드의 경우 매출 요건은 충족했지만 매출의 성격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본업인 바이오 R&D 사업이 실질적으로 계속되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거래소가 주된 영업 변경으로 판단한다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순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변동성 큰 바이오, 시총 관리도 중요한 변수"

또 다른 변수는 시총 기준이다. 올해부터 상폐 요건에 해당하는 코스닥 상장사의 시총 기준은 기존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상향됐다. 시가총액 150억원 미만인 상태가 30거래일 연속으로 지속된 코스닥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 시가총액이 150억원 미만인 상태가 90거래일 내 10거래일 연속으로 유지되거나 30거래일 동안 누적되면 최종적으로 상장폐지된다. 시총 기준은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순차적으로 상향된다.

지난 4일 기준으로 시총이 150억원 미만인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은 올리패스(244460)와 셀레스트라(352770)(옛 클리노믹스)로 파악되다. 2028년 기준인 300억원 미만으로 위험 구간을 확대해보면 11개사가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이 중 6개사가 관리종목, 2개사가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기술특례상장사인 유틸렉스(263050), 셀레믹스(331920)와 중견기업으로 분류된 조아제약(034940)이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의 경우 주가 변동성이 극심하다는 점을 감안해 시총 500억원까지 범위를 확장하면 상장 유지 리스크에 노출된 잠재적 위험군이 22개사로 늘어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종목을 보면 텐배거(연간 주가가 10배 이상 상승한 종목)도 종종 탄생하지만 10분의1토막, 20분의1토막 나는 종목들도 심심치 않게 탄생하지 않나"라며 "시총 1000억원 미만이면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좀비 바이오 퇴출도 좋지만…법차손 요건 완화 필요"

바이오업계에선 매출 요건과 시총 요건만으로는 기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매출 요건 중심으로 가면 혁신 기술 기업은 사라지고 매출만 내는 안전한 기업만 남게 된다"며 "이는 기술특례상장 취지와 정면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이오기업들은 R&D를 하면 할수록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리스크에 노출된다"며 "그러면 누가 기술력 있는 회사에 투자하겠나"라고 우려했다.

법차손 요건은 최근 3년 중 2년 이상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면 해당된다.

기술특례 상장 바이오기업을 가장 많이 압박하는 재무적 요인은 법차손으로 지목된다. 많은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도 법차손 리스크에 있다.

최근 루닛(328130)이 2500억원 주주 배정 유증을 단행한 이유 중 하나도 법차손 리스크였다.

이 부회장은 "좀비 바이오가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기술력 있는 회사들이 R&D를 지속할 수 있도록 법차손 관련 문제를 풀어줄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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