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도 무덤이 있다…다 쓴 천리안 1호, 어떻게 버리나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18일, 오후 03:33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정지궤도 복합위성 ‘천리안 1호’가 16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오는 6월 공식 폐기 절차에 들어간다. 천리안 1호는 예기치 못한 사고를 예방하고 우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가 권고한 기준에 따라 정해진 절차에 맞춰 폐기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천리안 1호의 폐기 절차는 ‘우주쓰레기 경감을 위한 우주비행체 개발 및 운용 권고’에 따라 진행된다. 이 권고는 궤도상 파열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충돌 위험을 고려해 적절한 궤도를 선택하며, 임무 종료 뒤에는 정해진 처분 절차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핵심 원칙으로 삼는다. 위성 임무가 끝난 이후 이동 경로와 잔류 에너지 처리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천리안 1호는 지구 상공 약 3만5786km 고도의 정지궤도(GEO)에서 운용돼 왔다.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와의 거리가 멀어 대기권으로 끌어내리려면 막대한 연료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강제 재진입’이 어렵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합의된 ‘무덤 궤도(Graveyard Orbit)’로 이동시키는 방식이 적용된다. 무덤 궤도는 수명이 다한 정지궤도 위성이 운용 중인 다른 위성과의 충돌을 피하도록, 정지궤도보다 통상 200~300km 높은 고도에 설정된 공간이다.

박장한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서비스개발과장은 “폐기 과정은 6월 말에 시작해 2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고도 200km를 올리기 위해 최소 연료로 하루하루 조금씩 이동한다. 급하게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효율적으로 정지를 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천리안 1호가 무덤 궤도에 안착하면 ‘전원 종료’ 절차가 이어진다. 위성 내부에 남아 있는 연료를 제거하고, 배터리와 탑재체 전원을 순차적으로 끈 뒤, 마지막으로 메인 전원을 완전히 차단한다. 보안 측면을 고려해 저장된 데이터도 최종 삭제한다.

박 과장은 “지금은 위성 탈취라는 개념이 없지만, 혹여 제3국에 의해 정지궤도 위성이 탈취되는 경우 위성에 남아 있는 정보가 있을 수 있어 청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탑재체 전원 종료 지시를 보낸 뒤 응답 신호가 끊기면 천리안 1호는 무덤 궤도에서 사실상 영구 정지 상태로 들어간다. 국내 첫 정지궤도 복합위성인 천리안 1호는 우리나라 위성 가운데 처음으로 무덤 궤도로 향하는 사례다. 민간 통신위성에서는 일부 전례가 있었지만, 정부 주도 정지궤도 위성이 무덤 궤도로 이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구 가까이 있는 저궤도 위성, 대기로 재진입

반면 지구 가까이 200~2000km 상공에 떠있는 저궤도 위성은 대기로 재진입시킨다. 저궤도 인공위성은 대부분이 대기에서 타서 사라지지만, 일부 잔해가 남을 수 있다. 무덤 궤도처럼 지구에는 일종의 우주선 묘지로 불리는 해역이 있다. 남태평양, 뉴질랜드·칠레·남극 사이의 망망대해 한가운데 있는 ‘포인트 니모’(Point Nemo)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상공 약 400km 부근을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2030년 말까지 운영한 뒤 2031년 초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시켜 포인트니모 인근 남태평양 해역에 낙하시킬 계획이다. ‘해양 도달 불능점’이라고도 불리는 포인트니모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인명과 재산 피해 가능성이 극히 낮고, 낮은 수온으로 생물 다양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론도 존재한다. 2024년 포인트니모를 방문한 영국의 탐험가 크리스 브라운은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포인트니모 주변에서도 해양 생물을 잡아먹는 알바트로스를 발견했다며, 포인트니모에도 생물 다양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 개발 박차

최근 지구 주변 위성 수가 폭증하면서 우주쓰레기에 대한 각국 우주 당국과 천문학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우주공간 상에서 우주쓰레기를 직접 제거하는 ADR(Active Debris Removal) 기술 연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전면에 내세운 벤처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폐위성·상업위성 대상 도킹·포획 후 궤도 밖으로 보내는 탈궤도 서비스(End-of-Life Service) 표방하며, 미국의 팔라딘 스페이스(Paladin Space)는 재사용 가능한 우주쓰레기 제거 위성을 표방해, 다양한 파편·잔해를 기계식 인터페이스로 수거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산·학·연 협업을 통해 궤도조정 추력기 기술, 정밀궤도 제어 기술, 우주물체 포획 및 제거 등 궤도상 우주쓰레기 제거 기술 개발과 실증에 나서고 있다.

한재흥 KAIST 우주연구원장은 “능동 제어 위성 프로그램으로, 우주 잔해물을 추적해 따라가 로봇 팔로 잡은 뒤, 고도를 낮춰 지구로 진입시켜 소각시키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로봇 팔이 달린 위성은 우주 쓰레기 분야뿐 아니라 앞으로 로보틱스로 무인 작업하는 일이 점점 많아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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