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신약 상업화 체제 전환 본격화…'리보세라닙' 매출 목표치 재검토 수순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19일, 오전 08:12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 신청을 연이어 완료한 HLB(028300)가 경영진 교체를 통해 임상과 인허가에서 상업화 체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전에 공격적으로 제시했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매출 목표도 시장 환경에 맞춰 재검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한 HLB그룹 바이오 부문 회장과 김동건 엘레바 테라퓨틱스 신임 대표이사 (사진=HLB)




◇R&D서 상업화로…승인 이후 겨냥한 리더십 재편?

HLB의 시선이 임상과 인허가에서 상업화 이후 단계로 향하고 있다. 최근 HLB그룹의 경영진이 대폭 교체된 점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HLB는 지난달 29일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Elevar Therapeutics)의 대표이사를 브라이언 김에서 김동건 HLB 미국법인장으로 교체했다. 앞서 HLB는 같은달 23일 항서제약과 함께 FDA에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간암치료 병용요법 허가를 재신청한 데 이어 같은달 27일 담관암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 FDA 신약허가 신청을 마무리했다. 두 항암 신약의 FDA 대응을 이끌어온 브라이언 김 대표는 HLB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Verismo Therapeutics) 경영에 전념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에는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HLB그룹 바이오 부문 회장으로 합류했다. 여기에 신약개발 전략을 이끌어온 HLB그룹의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HLB생명과학 대표였던 한용해 전 부회장과 정세호 엘레바 대표가 퇴사한 것까지 더해보면 상업화 국면에 맞춘 조직 재정비로 읽힌다.

표면적으로는 역할 분담을 내세웠지만 시점이 절묘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신약 허가 신청을 마친 뒤 연구개발(R&D) 중심 인물을 후방으로 이동시키고 글로벌 사업·재무·신사업 경험을 갖춘 인물을 전면에 배치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HLB 측은 "신약개발을 이끌어 온 핵심 인력들의 퇴진은 임상·개발 단계에서 상업화·허가·제조·글로벌 파트너링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새로운 리더십과 역량이 요구된 것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HLB그룹은 현재 FDA 승인과 글로벌 허가 대응, 제조·품질관리(CMC)와 생산 역량, 사업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국면에 들어서 있다"며 "이번 인사는 다음 성장 국면에 맞는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체제로의 전환, 성과 중심·단계별 책임 경영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2022년부터 준비해온 美 직판 체제…상업화 채비



이는 내부적으로 인허가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정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크다. 실제로 HLB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임상 3상 데이터가 경쟁 요법 대비 우수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2022년부터 직판 체제를 준비해왔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는 미국 40개 주에서 의약품 판매 라이선스를 확보했고 나머지 7개 주도 허가 직후 취득할 수 있도록 준비해뒀다.

미국을 7개 권역, 59개 구역으로 나눠 암센터 중심 직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회사가 반복해온 메시지이기도 하다. 직판을 위한 자금은 HLB가 2022년 12월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중 1698억원을 엘레바에 배정하며 마련해뒀다.

다만 인허가 획득과 상용화 성공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직판 전략은 승인 이후에도 높은 고정비 부담과 보험 등재, 약가 협상, 리베이트 구조 등 복합적인 변수가 얽혀 있다"며 "실제 매출 발생까지 시간차도 꽤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보세라닙은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으로 처방되는 만큼 전체 매출에서 리보세라닙의 몫은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간암 치료제 시장을 얼마나 차지할지가 관건이다. 리보세라닙이 허가 후 시판될 경우 어느 정도 매출을 벌어들일 수 있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HLB는 2023년~2024년까지만 해도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간암 1차 치료 시장에서 50%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발매 3년 차 매출 2조4022억원, 영업이익 2조469억원을 예측했다.

매출총이익률 98% 이상·영업이익률 50% 이상이라는 가정도 내놨다.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상당히 공격적인 수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글로벌 간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30억~35억달러(약 3조3000억~4조6000억원)로 추정된다. 병용요법이 이 시장의 50%를 차지한다고 가정하고 병용요법 내 리보세라닙의 매출 비중을 30~40%로 추정하면 리보세라닙의 연매출은 6000억~8000억원 수준이 된다.

글로벌 간암 치료제 시장이 5조원대로 확대되고 이 시장에서 해당 병용요법이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리보세라닙 비중이 40%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매출 1조원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2년새 변한 간암치료제 시장 판도…공격적 목표치 조정 불가피



그러나 HLB가 보완요구서한(CRL)을 두 차례 수령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간암 치료제 시장 환경이 상당히 변했기 때문에 이러한 추정치는 대거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간암 1차 치료제의 주류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으로 자리잡았다.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 '렙비마'(성분명 렌바티닙) 등으로 대표되는 단일 티로신키나제 억제제(TKI) 시대는 사실상 종료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로슈의 티센트릭(Tecentriq)과 아바스틴(Avastin),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Imfinzi)와 임주도(Imjudo),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옵디보(Opdivo)와 여보이(Yervoy) 등 빅파마들의 병용요법을 중심으로 한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졌다.

HLB 역시 기존 추정치를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고 보고 현실적인 가이던스를 추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회사는 허가 심사 절차와 병행해 글로벌 상업화 전략과 공급·영업 준비를 내부적으로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HLB 관계자는 "해당 수치는 2024년 CRL 이전 당시 IR 자료와 발표를 통해 제시됐던 추정"라며 "현재의 시장 환경과 허가 일정, 글로벌 상업화 전략 등을 고려하면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매출 전망이나 수익성 등 상업화 관련 수치를 언급하는 것은 아직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허가 및 상업화 일정이 보다 명확해지는 시점에 맞춰 현실적인 가이던스를 적절한 방식으로 공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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