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한달도 안돼 암초 만난 ‘드래곤소드’…웹젠vs하운드13 분쟁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20일, 오후 02:24

[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출시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오픈월드 RPG(역할수행게임) ‘드래곤소드’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퍼블리셔와 개발사 간 미니멈 개런티(MG) 지급 등 계약을 둘러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다. 지난해 출시 5주만에 업데이트가 중단된 ‘가디스 오더’ 사례에 이어 퍼블리싱 모델의 구조적 한계가 다시 한 번 불거졌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드래곤소드’ 개발사 하운드13은 설 연휴 직전인 13일 웹젠(069080)에 퍼블리싱 계약 해지를 알렸다. 공식 유튜브 채널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으며, 웹젠 측에는 이메일을 전달한 공문을 통해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래곤 소드는 지난 1월 21일 출시된 오픈월드 액션 RPG 게임이다. 웹젠은 2024년 1월 하운드13에 약 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며, 퍼블리싱 권한을 확보했다. 웹젠은 개발사 하운드13의 2대 주주다.

게임은 출시 직후 양대 마켓 1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 큰 흥행 몰이는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MG 일부 선지급, 게임 개발 지연”vs “MG 60% 못 받아, 홍보·마케팅 미흡”

양측은 MG(미니멈 개런티) 지급 여부와 퍼블리싱 계약 이행 여부 등을 두고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웹젠은 예정된 MG 잔금을 지급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대신 최소 1년 이상 운영 자금을 추가로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해 협의를 진행하던 중, 하운드13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하운드13이 당초 2025년 3월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으나 개발이 지연됐고, 정식 서비스 이후 지급이 예정됐던 MG 일부를 선지급했다고 밝혔다.

반면 하운드13은 지급받기로 한 MG의 60%를 받지 못했으며, 이에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져 이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웹젠이 퍼블리셔로서 드래곤소드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거나,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추가 홍보, 마케팅을 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워 새로운 퍼블리셔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하운드13 측은 “출시를 1개월 앞두고 MG의 일부(20%)를 지급 받았고, 게임 출시 당일에 20%를 지급 받았다”며 “MG를 지급받으면 글로벌 출시시까지 개발을 계속할 수 있고, 국내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성적을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진실 공방을 이어가면서도, 법적 분쟁보다는 논의와 협상을 통해 사안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웹젠은 하운드13의 추가 입장에 대해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하운드13측은 “웹젠은 하운드13의 2대 주주이기도 하므로, 소송을 통해 따지는 것은 하책이라고 생각하며, 논의와 협상을 통해 사안이 정리되기를 희망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 하운드13 측은 “퍼블리싱 계약이 해지돼도 드래곤소드의 서비스는 계속될 것”이라며 “드래곤소드의 직접 서비스 또는 새로운 퍼블리셔와의 서비스 계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시 직후 갈등 ‘이례적’…퍼블리싱 구조 한계 재점화

개발사와 퍼블리셔와의 분쟁은 국내외 게임 업계에서 흔한 일이다. 다만 통상 분쟁은 출시 전 개발 지연 국면이나, 서비스 수년 후 성과 부진에 따른 사업 철수 단계에서 발생한다. 출시 한 달도 되지 않아 계약이 파기된 사례는 이례적이다.

지난해 9월 카카오게임즈의 ‘가디스오더’가 정식 출시 5주만에 개발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업데이트 중단을 통보한 바 있다. 개발사 픽셀트라이브는 지난해 12월 파산 선고를 받았고, 게임은 지난달 31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번 ‘드래곤소드’ 사례는 이보다도 더 이른 시점에 갈등이 표면화된 셈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흥행 성적이 좋지 않으면, 실패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거나 개발사와 퍼블리셔간 계약금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면서도 “이렇게 단기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건 보기 힘든 사례”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외부 퍼블리싱 전략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가 또 다시 반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MG는 개발사에 최소 수익을 보장하지만,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손실은 퍼블리셔가 떠안게 된다. 이 경우 MG 잔금 지급을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우려 속에 퍼블리싱에 집중하던 중견,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 개발 비중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자금력이 있는 경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퍼블리싱 계약보다 아예 인수·합병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간 퍼블리싱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자체 개발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 11일 컨퍼런스콜에서 첫번째 목표로 재무적 반등을, 두번째 목표로 개발력 강화를 꼽았다.

그는 “포트폴리오의 큰 틀은 유지하되, 개별 신작들이 더 잘 출시될 수 있도록 현재 개발팀과 추가 투자·발굴을 통해 내부 개발 역량을 계속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 규모 게임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다변화된 구조를 갖추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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