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부터 막바지 단계라고 밝혀왔지만 발표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서 아이센스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이번 라이프스캔(LifeScan Enterprise LLC)과의 프라이빗라벨(PL·자체브랜드) 공급 계약은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아이센스가 목표하는 ‘CGM 매출 3조원’ 달성을 향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남학현 아이센스 대표가 지난 2024년 11월26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독점권은 없다”…유럽 4개국서 시작
남학현 아이센스 대표이사는 지난 12일 이데일리에 “라이프스캔과의 계약은 유럽 4개국에서 시작해 성과를 본 뒤 확장해 나갈 예정이며 미국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회사가 오더라도 독점권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독점권을 줬는데 파트너사가 판매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아이센스에 결과적으로 큰 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기업설명회(IR) 등에서 밝혔듯 계약 과정에서 남 대표는 파트너사에 독점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꾸준히 고수해왔다. 글로벌 유통망을 보유한 라이프스캔과의 협상에서도 동일한 입장이 유지됐고, 최종적으로 비독점 구조가 받아들여지면서 계약이 성사됐다. 특정 파트너에 판매 권한을 묶어두기보다 향후 추가 글로벌 제휴 및 직판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전략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라이프스캔은 ‘원터치 비타’라는 이름으로 내년 △독일 △포르투갈 △벨기에 △아일랜드 등 유럽 4개국에서 ‘케어센스 에어1’을 우선 출시한다. 라이프스캔은 케어센스 에어2 등 후속 제품이나 추가 진출 국가는 시장 침투 속도와 운영 성과를 감안해 순차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아이센스는 헝가리, 영국 등에서 케어센스 에어1을 판매하고 있다. 라이프스캔이 원터치 비타를 판매하는 동시에 아이센스 자체 브랜드 CGM 제품도 병행 판매될 예정이다.
라이프스캔은 40년 이상 업력을 보유한 글로벌 혈당관리 기업으로 자가혈당측정기(BGM) 시장에서 로슈와 글로벌 1·2위를 다투고 있다. ‘원터치’라는 브랜드를 통해 북미와 유럽 전역에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최근 수년간 재무구조가 악화되며 경영 부담이 커졌고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챕터11을 신청하는 등 구조조정을 겪었다. 챕터11이란 미국 연방 파산법상 기업이 법원 보호 아래 영업을 지속하면서 채무를 재조정하는 회생 절차를 말한다. 청산이 아닌 구조조정을 전제로 하지만 재무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후 라이프스캔은 채무 재조정과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재무 안정화를 추진해왔다.
이번 계약은 2년 전 협상 직전까지 진행됐다가 당시 라이프스캔의 재무 불확실성으로 보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센스는 이후 라이프스캔의 재무 개선 과정을 살펴왔고 구조조정 마무리와 함께 사업 정상화 기조가 확인되자 협상을 재개해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는 설명이다.
라이프스캔의 '원터치' BGM 제품 및 애플리케이션 (사진=라이프스캔)
◇4년간 최대 7천억 추산…“2030년 3조 매출 목표”
계약 규모는 비밀유지(NDA) 조항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다. 최소구매수량(MOQ)도 이번 계약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추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는 이번 계약으로 오는 2027년 원터치 비타가 출시되면 아이센스가 계약기간 4년 간 5000억~7000억원 규모의 누적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북미와 유럽의 당뇨 환자 수를 약 2000만명 수준으로 보고 이 중 절반가량이 북미 환자라고 가정했을 때의 추정치다. 이번 계약에 미국은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남은 절반의 시장에서 약 50%가 아이센스 CGM을 사용할 경우를 전제로 한 계산이다.
아이센스는 케어센스 에어2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를 독자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2028년 미국 출시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진출은 FDA 허가 이후 PL 방식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IR에서 윤종우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미국 진출과 관련해) 현재 논의 중인 곳이 있으며 FDA 인허가 상황에 따라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PL 공급을 통해 생산량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통상 제조자개발생산(ODM)이나 PL 계약은 자사 브랜드 대비 단가가 낮아질 수 있지만 이번 계약에서는 가격 방어에 성공해 마진 훼손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생산량 증가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로 CGM 사업 전반의 수익성 개선도 전망된다.
원터치 비타 출시 시점은 내년 1분기를 목표로 한다. 매출 반영은 첫 선적 시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오는 11~12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CFO는 “아이센스는 2030년대에 글로벌 CGM 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30년 글로벌 CGM 시장이 30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CGM으로 매출 3조원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