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 영상 공세에도 승부는 디테일…양솔지 “딸깍 뒤엔 시행착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2월 23일, 오전 11:0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중국 AI 영상 생태계가 빠른 상용화와 고도화된 생성 품질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는 가운데, 국내 AI 크리에이터 현장에서는 오히려 인간의 숙련과 후반 작업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성형 AI가 강력해질수록 결과물의 차이는 ‘툴의 이름’보다 기획, 디렉션, 디테일 보정에서 갈린다는 것이다.

AI 크리에이터 양솔지(활동명 쌩초)는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양 작가는 10년 이상 경력의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으로, 생성형 AI를 단순 자동화 수단이 아닌 정밀한 창작 도구로 다루는 작업 철학을 바탕으로 AI 영화·이미지 작업 영역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양솔지 작가. 사진=바다와 하늘처럼
◇中 AI 영상 질주…성능 경쟁 넘어 상용화 속도전

최근 시장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콰이쇼우의 영상 생성 AI ‘클링(Kling)’은 월간활성이용자(MAU) 1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지며 중국 AI 영상툴의 빠른 상용화 흐름을 보여줬다. 바이트댄스의 ‘시댄스(Seedance) 2.0’ 역시 텍스트·이미지·오디오·비디오를 함께 입력받는 멀티모달 구조와 오디오·비디오 공동 생성, 장면 제어 기능을 내세우며 영상 제작 툴 경쟁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흐름은 생성형 AI 영상 시장의 경쟁축이 “만들 수 있느냐”에서 “얼마나 빠르고, 길고, 자연스럽게,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기술의 급진전이 곧바로 완성도 높은 창작물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델 성능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창작 윤리, 연출 책임, 후반 완성도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양솔지의 작업 방식이 주목된다. 그는 미드저니로 기본 비주얼을 구성한 뒤 ‘나노바나나’로 해상도와 질감을 끌어올리고, 마지막에는 포토샵으로 색감과 그림자, 이질감을 직접 손으로 다듬는다.

AI가 만든 초안을 그대로 결과물로 쓰지 않고, 사람의 판단으로 미세한 불협화음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양솔지 작가의 해외 AI영화제 수상작. 사진=바다와 하늘처럼
◇승부는 인간의 손끝…양솔지 “디테일·수작업이 완성도 좌우”

양 작가는 “AI는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딸깍 한 번의 결과물 뒤에는 수천 번의 시행착오가 있다”는 취지로, 생성형 AI 작업에도 반복 실험과 숙련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는 “AI면 누구나 비슷한 결과물을 만든다”는 통념과는 다른 메시지다. 양 작가에게 AI는 지름길이 아니라, 더 높은 완성도를 요구하는 작업 환경에 가깝다.

이 같은 철학은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양 작가는 AI 단편영화 ‘The Wrong Visitor’에 참여해 CGV AI영화 공모전 대상과 해외 AI 영화제 수상 성과를 냈다. 해당 작품은 스토리보드 설계, AI 디렉션, 영상 생성 단계를 정교하게 설계한 점이 경쟁력으로 작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구간에서는 인간 창작자의 역할이 더 선명해진다. 같은 모델을 써도 누군가는 그럴듯한 샘플에 머물고, 누군가는 상영 가능한 장면을 만든다.

그 차이를 만드는 요소가 양 작가가 강조하는 ‘1%의 디테일’, 수작업 보정, 끈질긴 반복 연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양 작가는 AI 확산이 디자이너 직군의 위기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는 “AI는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AI 도구에 실어 표현하느냐라고 조언했다.

중국 AI 영상툴의 약진이 시장의 속도와 기준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장의 크리에이터들에게 최종 승부처는 여전히 같다.

더 좋은 모델을 쓰는 것 이전에, 얼마나 집요하게 보고 고치고 다듬느냐의 문제다. 양솔지의 작업법은 AI 시대 창작 경쟁력이 결국 인간의 감각과 숙련, 연구의 총합이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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