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폐암 신약 렉라자 (사진=유한양행)
◇‘실제 처방 환경’ 변수 부각…항응고제 예방요법 권고 속 역설
18일 폐암 특화 임상종양학 저널 렁캔서(The Lung Cancer) 3월호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일본 의료진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투여받은 환자 25명 중 2명(8%)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위장관 출혈이 발생한 사례를 보고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출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논문에 소개된 두 사례 모두 치료 도중 진행성 저알부민혈증과 위장관 부종이 선행됐으며, 이후 다발성 점막 궤양과 함께 대량 출혈로 이어졌다. 특히 두 환자 모두 항응고제인 아픽사반을 병용 투여하고 있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연구진은 “두 환자 모두 치료 시작 후 두 달 이내에 점진적인 저알부민혈증이 발생했고, 이어서 전신성 위장관 부종 및 출혈이 나타났다”며 “이는 이 두 사례에서 관찰된 임상 경과가 유사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현재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에서 승인돼 있으며, EGFR 엑손19 결실 또는 EGFR 엑손21(L858R) 치환 변이를 가진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허가됐다. 병용투여를 받는 환자들은 경구용 렉라자를 매일 1회 복용하면서 리브리반트를 2~4주 간격으로 정맥 주사하게 된다. 최근에는 리브리반트의 피하주사(SC) 제형도 미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이번 논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임상시험에서는 보고되지 않았던 중증 출혈 사례가 실제 진료 환경(real-world)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임상시험 환자와 달리 실제 처방 환경에서는 고령, 다회 치료 경험, 영양 상태 저하, 항응고제 병용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며 안전성 프로파일이 달라질 수 있다고 논문을 통해 지적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항응고제와의 관계다. 마리포사(MARIPOSA) 임상시험에서 병용요법 환자의 36%에서 정맥혈전색전증(VTE)이 발생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병용요법 초기 4개월간 항응고제 예방요법이 권고되고 있다. 연구진은 “마리포사2 임상시험에서는 심각한 위장관 출혈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혈관 투과성과 점막 취약성을 증가시켜 더 심각한 출혈 사건을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출혈 위험을 높일 수 있는 항응고제 사용이 오히려 권고되는 구조적 딜레마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아픽사반과 충돌하는 약물이 렉라자인지, 리브리반트인지에 따라 투약 전략이 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폐암 특화 임상종양학 저널 <렁캔서(the lung cancer)>
3월호에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 이후 일본 실제 진료 환경에서 출혈성 쇼크로 인한 사망 사례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자료=렁캔서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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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 판단이 핵심…라벨 반영까지는 추가분석 필요”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아픽사반 자체로 인한 출혈인지, 아픽사반과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더해지면서 출혈 소인이 증가하는 것인지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후자라면 주의해야 할 약제로 라벨에 반영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실제 반영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시험수탁(CRO)업계 관계자는 “25명 중 2명이라는 숫자만 보면 높아 보일 수 있지만 고용량 투여 여부나 기저질환 등 변수를 함께 봐야 한다”며 “향후 사망 사례에 대해 추가적인 추적 관찰 결과가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암의 중대성을 감안했을 때 이 같은 부작용이 실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약을 사용했을 때의 효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렉라자·리브리반트는 생존율을 개선하는 치료제이지 질환을 치료하는 치료는 아니다”라며 “치료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위험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처방에 변화가 생기려면 데이터가 더 쌓이고 인과관계나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확인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망 사례가 보고되고 약물과의 인과관계가 의심될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국의 규제당국은 안전성 서한 발송이나 허가사항 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
식약처가 안전성 서한을 발송한 대표 사례로는 오셀타미비르(제품명 타미플루)와 인보사케이가 있다. 타미플루의 경우 “인과관계는 불분명하지만 소아·청소년에서 이상행동 및 사고 위험이 있다”는 내용이 서한 발송 이후 제품설명서에 반영됐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출혈 관련 데이터가 추가로 축적되면 정부가 라벨 반영을 권고할 수도 있다”며 “병용요법 투약 시기와 항응고제 투약 시점을 조절할 수도 있고, 항응고제의 치료적 용량과 예방적 용량이 다르기에 용량을 조절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생각보다 굳건한 경쟁약 ‘타그리소’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와 함께 EGFR 변이가 있는 환자의 1차 권고 치료제로 분류하고 있다. 8년간 표준요법으로 자리 잡아온 타그리소 단독요법이 가장 직접적인 경쟁약물이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최종 전체생존기간(OS)이 아직 완전히 공개되지 않아 타그리소 대비 경쟁우위를 확정짓지 못했다.
반면 타그리소는 최근 플로라2(FLAURA2) 3상 연구를 통해 경쟁우위를 공고히하고 있다. 플로라2는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의 공세 속에서 타그리소 역시 병용전략을 통해 치료 강도를 높일 수 있음을 입증하며 표준치료 지위를 방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증례가 리브리반트·렉라자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한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2021년부터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사용해왔지만 중증 출혈을 경험한 적은 없다”며 “해당 논문은 한 기관, 한 개의 과에서 나온 데이터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렵다. 이 증례 보고로 약 처방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렉라자는 오스코텍(039200)이 개발해 2015년 유한양행(000100)에 기술수출한 EGFR 표적 항암제다. 이후 2018년 유한양행이 얀센에 재기술이전했고, 단독 및 병용 임상을 거쳐 지난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했다. 이는 한국 제약사가 개발한 항암제가 FDA 1차 치료제로 승인된 첫 사례로 꼽힌다.
얀센의 모회사 존슨앤존슨(J&J)에 따르면 지난해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매출은 7억3400만 달러(약 1조600억원)를 기록했다. J&J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연간 최대 매출 50억 달러(약 7조2000억원)를 내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해당 논문에 대한 이데일리의 질의에 J&J 관계자는 “이 연구에서 보고된 사례들은 이전에 다른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들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 허가사항과는 다른 환자군”이라며 “리브리반트·렉라자의 임상 개발 단계에서 예방적으로 항응고제를 사용한 이후 심각한 출혈 위험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J&J는 견고한 임상 프로그램, 지속적인 시판 후 안전관리 조사, 실제 사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