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관세 부과를 위한 새 명분을 찾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에 우리 정부의 주요 디지털 정책인 '망 이용대가(사용료) 제도화'가 통상 변수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자국 기업 차별' 여부를 따지겠다고 하면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 비용을 부과하기 위한 망 사용료 제도화 논의 역시 검증 대상이 될 수 있게 되면서다.
네이버·카카오는 망 사용료 내는데 구글은 0원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망 이용대가 제도는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콘텐츠사업자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망을 통해 콘텐츠를 송출할 때 발생하는 트래픽의 대가를 지불하는 제도다. 통신망 이용에 따른 비용을 분담하자는 취지로 법제화 논의가 이어져 왔다.
논의는 2018년 이후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CP)의 국내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본격화됐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으로 콘텐츠사업자가 발생시키는 데이터 전송량이 빠르게 늘어난 반면 망 투자 비용은 통신사가 주로 부담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비용 분담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국내 대형 콘텐츠사업자는 통신사와 유료 계약을 맺고 매출의 약 2%를 망 이용대가로 부담하고 있다. 네이버의 2016년 망 이용 대가 납부액은 734억 원(매출의 1.8%), 카카오는 300억 원(매출의 2%)이다. 양사 합산 1000억 원 대의 망 사용료가 현재까지 매년 납부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콘텐츠사업자는 이미 통신사에 인터넷 접속료를 지불하고 있어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이중 과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피해 왔다. 이들은 트래픽 발생을 이유로 별도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트래픽 42% 글로벌 플랫폼 차지…"무임승차 막아야"
이에 대해 국내 통신업계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가 사실상 국내 통신망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구조라고 반박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42%를 글로벌 플랫폼이 차지하고 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구글의 망 이용대가는 매출 기준으로 2147억 원, 트래픽 점유율 기준으로 3479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특히 글로벌 플랫폼의 '무임승차'로 인해 설비 투자 여력이 줄고 이용자 부담이 늘어나는 등 생태계 선순환이 붕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투자 여력이 축소되면 서비스 품질 저하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국회에서도 글로벌 플랫폼의 비용 분담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콘텐츠사업자에게 망 이용에 따른 정당한 대가 지급 의무를 명시한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으며 개정안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협상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도 '망 이용대가 제도화'를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최근 '망 무임승차 방지법' 법제화 논의가 다시 힘을 얻는 분위기였다.
통신업계의 '망 공정기여 논리'에 힘을 실어줄 해외 사례도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독일 법원은 2월 12일 메타가 도이치텔레콤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대가로 약 3000만 유로(520억 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美 "우리 기업 차별하면 관세"…망 사용료 '통상 테이블' 오르나
흐름을 타는 듯했던 '망 이용대가 제도화'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 압박 움직임이라는 암초를 만난 분위기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를 앞두고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USTR은 한국 정부와 국회가 여러 정책과 법률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에게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CP의 사용료를 한국 경쟁자에 이익이 되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같은 망사용료 정책은 미국이 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망사용료에 대한 논쟁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후 관세 합의 이행을 미국 행정부가 촉구하는 과정에서 ' 한국 정부의 디지털 규제'를 미국 행정부가 재차 걸고 넘어졌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가 위법하다는 미국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또 다른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발맞춰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도 이달 20일(현지 시각) 공식 성명을 통해 무역법 301조에 따라 주요 교역국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위를 조사한다고 발표했다.
그리어 대표는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는) 미국 기술 기업과 디지털 상품·서비스의 차별, 디지털 서비스세 등 우려 사항을 다룰 것으로 예상한다"며 "조사를 통해 불공정 무역 관행이 존재하고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망 이용대가 제도화 적용 대상이 되는 글로벌 플랫폼 상당수가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이 사안을 통상 협상 테이블에 공식 의제로 올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국내 통신사가 정당한 수준의 망 이용대가를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망 이용대가는 수익의 문제가 아닌 투자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통상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라 (정책 결정 등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inju@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