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는 27일 회의를 열고, 지난해 2월 구글이 신청한 지도 국외 반출 건을 심의한 결과, 보안 준수를 전제로 반출 허가 결정을 의결했다. 이 같은 결정이 국내 공간정보 산업 전반에 구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즉각적인 국내 산업 보호와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정밀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관련 이미지(사진=생성형 AI 이미지)
협의체는 국가안보와 관련하여 영상 보안처리, 좌표 표시 제한, 서버 및 사후관리 등 기술적인 세부사항 보완을 요청한뒤 해당 조건 준수를 전제로 허가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우선 군사 보안 시설에 대한 가림 처리,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좌표 표시 제거, 구글의 한국 제휴기업을 통한 원본데이터 가공, 제한된 데이터 반출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 보안사고 대응을 위해 ‘보안사고 예방 및 대응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고, 국가안보 관련 임박한 위해가 있는 경우 긴급 대응을 위한 기술적 조치방안(레드버튼) 구현 등을 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통해 안보 취약 요인 완화, 사후관리 통제권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협의체 결정에 구글은 반색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정보 부문 부사장은 “구글은 한국 정부의 지도 반출 허가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감사를 드린다”며 “한국에서 구글 지도의 역량을 선보일 기회를 갖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도 관광 측면에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김득갑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교수는 “이번 결정은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구글 지도의 고도화된 서비스는 방한 외국인의 여행 편의성을 개선해 관광객 유치에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해외 플랫폼 종속 심화 가능성도
하지만 이같은 주장에도 국내 대부분의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율주행, 피지컬AI 등의 분야에서 기술패권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가 전략 자산을 내주게 되는 꼴이 됐기 때문이다. 협의체가 제시한 여러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술의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심해지고 국부 유출이 우려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령 피지컬AI는 로봇과 인간의 소통이 핵심인데 그 근간을 이루는 고정밀지도를 반출하게 됐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휴기업을 넣었다는 점에서 향후 문제가 생겨도 구글이 책임지지 않고 제휴기업이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이며, 레드버튼이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할지도 의문”이라며 “1대5000 수준의 고정밀 지도를 구현할 수 있는 국가는 다섯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로 전략 자산인데 AI 시대에 우리가 애써 만든 자산을 내주게 되면 끝”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한국공간정보산업협동조합, 대한공간정보학회, 한국측량학회, 한국지리정보학회, 측량및지형공간정보기술사회 등 6개 기관은 발표 직후 즉각적인 성명서를 통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스마트도시 등 미래 전략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인프라 자산으로, 단순한 데이터 활용 문제를 넘어 국가 공간정보 산업의 구조와 경쟁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요소”라며 “회원사 대다수가 산업 생태계 훼손과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며, 이번 결정 이후의 정책 대응이 우리 산업의 향방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6개 기관은 △구글이 재신청한 내용에 대한 정보 제공과 산업계, 학계 의견수렴 △고정밀지도 사용에 대한 적정한 사용료 납부 △데이터 접근, 활용 내역에 대한 실시간 로그 보고 체계 마련 △기술 조치 과정에서 국내 관련 분야 전문가 참여 △조건 위반 시 반출 허가 자동 취소 및 손해배상 책임 명문화 등 12개 조건 이행을 요구했다.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장은 “구글이 보완 신청한 내용에 대한 정보 제공이나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특히 관세는 국제 정치환경이나 협상에 의해 변경할 수 있지만 고정밀 지도데이터는 한번 반출되면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