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종말’ 앞당길 로봇 기술…1000분의 1초까지 동기화[잇:써봐]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3월 07일, 오전 08:01

IT업계는 늘상 새로운 것들이 쏟아집니다. 기기가 될 수도 있고, 게임이나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지요. 바쁜 일상 속, 많은 사람들이 그냥 기사로만 ‘아 이런 거구나’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직접 써봐야 알 수 있는 것,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도 많지요. 그래서 이데일리 ICT부에서는 직접 해보고 난 뒤의 생생한 느낌을 [잇(IT):써봐]에 숨김없이 그대로 전달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솔직하지 않은 리뷰는 담지 않겠습니다.[편집자 주]

[바르셀로나(스페인)=이데일리 윤정훈 기자]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까. 누군가는 예정된 미래라고 주장하고, 한 쪽에서는 아직 먼 미래라고 한다. 로봇이 인간의 관절처럼 섬세하게 움직이는 기술은 멀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6 현장에서 만난 팔 로보틱스(Pal Robotics)의 티아고 프로는 그 회의론을 깨드리는데 충분했다. 12만유로(약 2억원) 몸값의 이 로봇은 단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숙련된 근육과 감각을 디지털로 옮겨놓은 ‘아바타’에 가까웠다.

MWC26 팔 로보틱스 부스(사진=윤정훈 기자)
◇인간 어깨를 닮은 ‘7자유도’의 유연함

체험을 위해 조종석 같은 곳에 앉아 원격 제어 장치를 양손으로 쥐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로봇의 어깨관절이다. 티아고 프로의 팔은 인간의 팔 구조를 완벽하게 모사한 7자유도 설계가 적요됐다.

기자가 어깨를 비틀거나 팔꿈치를 안쪽으로 굽히면, 조종장치와 연결된 로봇 팔은 끊김없이 유기적으로 반응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의 딱딱한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른, 마치 실제 근육을 보는 듯한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실제 이런 유연함 덕분에 좁은 공간에서도 다양한 작업을 수행해 낼 수 있다.

이날 처음 로봇을 조작했음에도 손쉽게 레고블록을 들어서 다른 레고블록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이는 산업 현장에서 스위치를 누르고, 레버를 돌리고, 물건을 옮기는 등 작업은 손쉽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티아고 프로 로봇을 기자가 원격 조종하고 있다. 1000분의 1초 지연시간으로 실제와 거의 유사하게 움직이는 걸 확인할 수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반응속도 1000분의 1초 ‘초저지연’

놀라운 것은 반응 속도다. 티아고 프로의 핵심 엔진은 1KHZ(초당 1000번) 주기의 이더캣(EtherCAT) 통신을 사용한다. 로봇의 뇌와 팔을 연결하는 통신망이 초고속 디지털 신경망으로 1000분의 1초 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지연 시간을 느낄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각 관절에 탑재된 토크 센싱 기술은 손끝의 감각까지 재현한다. 레고 블록을 집어 들 때나 손잡이를 잡을때 너무 세게 쥐어 물체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로봇이 스스로 힘을 조절한다. 어깨의 움직임 등도 사용자가 빠르게 움직이며 같이 빨라지고, 천천히 움직이면 같이 천천히 간다.

이 기술은 단순 전시용을 넘어 글로벌 유통 기업 데카트론 매장에서 200여대 로봇이 재고관리를 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엔비디아 젯슨 GPU와 인텔 i7 프로세서를 탑재한 티아고 프로는 추후에는 더 복잡한 현장에도 투입될 전망이다.

바닥의 메카넘 휠을 이용해 로봇은 전후좌우 어느 방향으로든 즉각 미끄러지듯 이동할 수 있다. 이에 물류창고, 재난현장 등에서 인간을 얼마든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숙련된 노동자의 감각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시대, ‘노동의 종말’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제는 밀려오는 흐름을 거스르기 보다는 우리 사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법적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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