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AI 스타트업 인핸스가 주최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에 참석해 에이전틱 AI로 제작한 바둑모델을 시연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9 © 뉴스1 박정호 기자
"10년 전 알파고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변화의 속도나 파괴력이 놀랍지만, AI는 AI일 뿐이다. 인간의 바둑도 나아갈 수 있다"
2016년 3월 13일,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상대로 '인류 최초의 1승'을 기록했다. 10년 뒤, 그는 같은 장소에서 AI 바둑 모델을 직접 만든 뒤 이같은 소감을 남겼다.
음성으로 30분 만에 '뚝딱'…알파고 뛰어넘은 AI 바둑 앱 구현
기업용 AI 스타트업 인핸스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을 개최했다.
인핸스는 이날 행사에서 온톨로지에 기반한 자사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이세돌 9단이 무대에 올라 버튼을 누르자 인핸스의 AI 운영체제(OS)가 작동했다. 걸그룹 '오마이걸'의 팬으로 알려진 이 9단은 AI 에이전트 이름을 '유아'로 정했다.
이 9단은 "어린아이를 위한 바둑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기획해달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유아는 깃허브 등에서 100여 건의 오픈소스 바둑 AI 엔진 등을 탐색했다.
이 9단이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을 구현하고 점수와 착수 기록을 포함해달라"고 요구하자, AI는 기획안과 함께 디자인 시안을 제시했다.
디자인 선택 후 자바스크립트와 HTML 기반 코딩까지 완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0~30분 남짓이었다.
앱 제작 직후 이 9단은 자신이 만든 AI와 대국을 진행했다. AI가 "처음 시작할 땐 구석부터 점하는 게 유리하다"며 코칭하거나 "아주 잘하고 있으니 용기 있게 다음 수를 두어 보라"고 격려하자 장내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몇 차례 수를 주고받은 이 9단은 AI의 실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사람이 이길 정도의 실력이 아니고, 10년 전 알파고를 넘어섰다고 보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이어 "개발 여건이 안 돼 포기하는 개인들이 많은데, 말로만 지시해도 이렇게 앱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니 변화의 파괴력이 놀랍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승현 인핸스 대표는 "1시간 내에 알파고 수준의 모델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에이전트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년 전 이세돌 9단이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제4국에서 승리한 뒤 옅은 미소를 띄며 대국장을 나서고 있는 모습.2016.3.13 © 뉴스1 이광호 기자
"바둑 진입장벽 낮출 AI…그래도 인간의 바둑은 나아갈 수 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AI 시대의 변화와 인간 고유의 가치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이번 행사가 열린 포시즌스 호텔은 이세돌이 10년 전 알파고와 맞대결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 9단은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AI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 대국을 펼쳤다.
당시 이 9단은 알파고와의 제4국에서 180수 만에 첫 승을 거둔 뒤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 AI와의 관계가 대결에서 '협업'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 9단은 "당시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이 대국을 앞두고도 여유롭게 아이와 놀아주는 모습을 보며 큰 위기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AI와 함께 가면 그동안 인간이 풀지 못했던 수많은 난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AI 스타트업 인핸스가 주최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에 참석해 인핸스의 AI 에이전트와 실시간 협업하여 만든 바둑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9 © 뉴스1 박정호 기자
AI 기술 발전과 함께 바둑의 가치도 변했다고 짚었다. 이 9단은 "예전에는 프로기사만큼 바둑을 잘 둔다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 그 중요도는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바둑은 인류가 만들어 낸 유일하고 완벽한 추상 전략 게임이자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상 전략 능력을 키우려면 일주일에 3일씩, 3년 이상 바둑에 할애해야 할 만큼 진입장벽이 높았는데, AI가 바둑을 교육한다면 이 장벽이 낮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인간 고유의 영역을 재차 강조했다. 이 9단은 "바둑에는 상대와의 기억 등 살아온 모든 스토리가 담겨 있다"며 "AI는 아주 효율적으로 두는 것일 뿐 (사람과 같은 스토리는) 결여돼 있다. 인간만의 강점과 스토리를 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는앤트로픽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가 공식 후원했다.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AI 스타트업 인핸스가 주최한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에 참석해 인핸스의 AI 에이전트와 실시간 협업하는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3.9 © 뉴스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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