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임상 길잡이' 비엑스플랜트 “임상설계가 신약 성패 좌우”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3월 20일, 오전 08:22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단계는 임상시험이다. 임상 경험이 부족한 기업들이 복잡한 규제와 임상 설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개발을 진행하다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임상 컨설팅 스타트업 비엑스플랜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등장했다. 임상 전략 수립부터 임상시험수탁(CRO) 회사의 협업까지 지원하며 바이오벤처의 ‘임상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와 만난 조민근 비엑스플랜트 대표는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임상 전략을 세울 조직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며 “우리는 임상 개발 전략을 대신 설계하고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아주겠다”고 말했다.

비엑스플랜트 공동대표인 대웅제약 출신의 조민근 대표(왼쪽)와 김희선 대표(오른쪽)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접어야 할 임상을 접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 다수”

비엑스플랜트는 임상 컨설팅 스타트업으로 지난 2024년 설립됐다. 비엑스플랜트는 제약사·바이오기업이 임상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전 과정에서 자문과 운영을 함께 제공하는 위탁연구개발(CDRO·Clinical Development & Research Organization) 모델을 표방한다.

설립 첫 해 약 50억원 수준이었던 수주 규모는 지난해 약 100억원으로 두 배 늘었다. 조 대표는 “2년 차 회사로서는 적지 않은 성과”라며 “입소문을 타며 업계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컨설팅과 CRO 매출이 각각 절반씩 차지한다. 보통 CRO 계약의 규모가 컨설팅 계약의 규모보다 더 크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만큼 컨설팅에 목 마른 바이오벤처가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비엑스플랜트가 컨설팅을 하며 가장 안타깝게 본 사례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임상이 끝까지 수정 없이 진행되는 경우였다. 조 대표는 “누가 봐도 실패가 예견되는 임상인데 2년 동안 중간 수정 없이 그대로 진행한 사례도 있더라”라며 “임상계획은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더라도 얼마든지 그 안에서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는데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바이오벤처가 많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은 한번 시작하면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방향을 바꿀지, 언제 중단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임상 시작’ 자체에 의미를 두다 보니 전략 수정 없이 개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임상은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임상 설계를 효율적으로 하면 전체 비용을 줄이면서도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오 급부상…임상 속도 경쟁 시대”

최근 글로벌 바이오 산업에서 임상 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제약사들이 막대한 자본과 임상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개발 속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최근 글로벌 기술이전의 상당수가 중국 기업에서 나오고 있다”며 “그 배경에는 강력한 CRO 산업과 연구 인프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약 개발은 연구 역량만으로 되는 산업이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임상·비임상 인프라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연구 인프라 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바이오벤처들이 해외 CRO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그는 “이런 환경에서 바이오벤처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임상 전략을 훨씬 효율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비엑스플랜트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비엑스플랜트는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사이의 시각 차이를 메우는 역할도 하고 있다. 조 대표는 “제약사는 ‘약이 될 수 있느냐’를 먼저 보고 결국 ‘돈이 되느냐’를 판단한다”며 “반면 바이오벤처는 ‘약효가 있느냐’와 ‘투자를 받을 수 있느냐’를 먼저 고민한다”고 했다. 이어 “이 두 관점의 간극을 줄여 실제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개발 전략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희선 공동대표도 “질환이나 치료 분야가 달라도 임상 개발의 기본 원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특정 치료 분야에만 집중하기보다 전반적인 개발 전략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비엑스플랜트는 단순 컨설팅을 넘어 임상 전략과 실행을 함께 지원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대상도 단순히 신약개발사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디지털치료제(DTx), 의료기기 등을 모두 포괄한다.

조 대표는 “바이오벤처가 임상 개발 과정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며 “빠르고 효율적인 임상 전략으로 국내 바이오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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