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본사 전경. (한미약품 제공)
◇내성 암 겨냥한 이중 저해…임상서도 초기 신호
암 치료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내성’이다. 치료를 시작하면 일시적으로 효과가 나타나지만, 암세포가 다른 생존 경로를 찾아 다시 증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HM97662는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설계된 약물이다. 암세포가 유전자 작동을 조절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EZH1과 EZH2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 두 단백질은 암세포가 성장하고 살아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기존 치료제는 EZH2만 선택적으로 억제했는데, 이 경우 암세포가 EZH1을 대신 활성화해 치료를 회피하는 ‘우회 경로’를 만들어내는 한계가 있었다.
HM97662는 이 두 경로를 동시에 차단해 암세포의 우회 생존 가능성을 낮추는 전략이다.
이 같은 효과는 초기 임상에서도 일부 확인됐다.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종양 크기가 줄어드는 사례와 함께, 병이 더 커지지 않고 일정 기간 유지되는 환자도 관찰됐다.
예를 들어 특정 유전자(SMARCA4)가 결손된 자궁육종 환자에서는 종양이 약 40% 감소했고, 난소암 환자에서는 1년 이상 병이 악화되지 않으면서 종양 크기도 일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암세포의 '우회 생존 경로'까지 동시에 차단하는 전략이 실제 치료에서도 일정 부분 효과를 낼 가능성을 보여준 초기 신호로 보고 있다.
◇p53 복구 도전…mRNA로 ‘정상 단백질’ 재생성
p53 mRNA 기반 항암 치료 전략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암 치료에서 핵심 표적으로 꼽히는 p53은 '유전체의 수호자'로 불린다. 실제 암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이 기능이 망가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백질 구조가 복잡해 약으로 직접 고치기 어려운 표적으로 여겨져 왔다.
한미약품은 이를 우회하기 위해 mRNA 기반 접근법을 택했다. 고장 난 p53을 직접 수리하는 대신, 정상 p53 단백질을 새로 만들 수 있는 '설계도(mRNA)'를 세포 안에 넣어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전략은 동물실험에서 가능성을 보였다. 폐암과 난소암 모델에서 종양 성장이 억제됐고, 기존 항암제와 함께 사용할 경우 효과가 더 커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특히 항암 화학요법에 널리 쓰이는 아브락산과 병용했을 때 종양 억제 효과가 더 강하게 나타났으며, 기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던 내성 암세포에서도 일정 수준 효과가 확인됐다.
한미약품은 자체 플랫폼 Bio-NT를 통해 mRNA를 전달하면, 세포 안에서 정상 p53 단백질이 생성돼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고 스스로 사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접근이 백신 중심으로 활용되던 mRNA 기술을 항암 치료 영역으로 확장하는 시도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이번 발표를 단순한 파이프라인 추가가 아닌 '모달리티(치료 방식) 전환' 시도로 보고 있다. 합성신약부터 mRNA 치료제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통해 치료 접근 방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mRNA 전달에 활용되는 LNP(지질나노입자) 기술의 고도화는 향후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다만 이번 발표는 비임상 및 초기 임상 데이터 중심이라는 점에서 한계도 존재한다. 실제 환자 대상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재현될지 여부가 향후 관건이다. 또한 mRNA 치료제의 경우 표적 전달 정밀도와 대량 생산 공정의 경제성 확보도 상용화를 위한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후성유전학과 mRNA는 현재 글로벌 항암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라며 "향후 임상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될 경우 글로벌 기술수출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