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가 빼앗는 일자리?…현실은 ‘대체’ 아닌 ‘협업’이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3월 24일, 오후 01:38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 최근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은 산업계 전반에 새로운 기대와 동시에 불안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개발자와 엔지니어 등 전문 직군을 중심으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를 보면 현실은 조금 다르다. PwC가 24개국 80개 산업에 걸쳐 약 10억 건의 채용 공고와 재무 보고서를 분석한 ‘2025 글로벌 AI 일자리 보고서(Global AI Jobs Barometer 2025)’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의 고용은 2019년 대비 오히려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사진=다쏘시스템코리아)
골드만삭스 역시 AI가 광범위하게 도입되더라도 실제 고용 감소 위험에 처하는 비율은 미국 전체 고용의 약 2.5%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기술이 일부 업무를 자동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직무를 만들어내면서 이러한 일자리 변화는 장기적으로 업무역할에 대한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역할을 없애기보다 새로운 형태로 진화시켜 왔다. 산업혁명의 기계화도, 자동차의 등장도, 컴퓨터의 보급도 모두 같은 논쟁을 불러왔다. 그러나 결국 새로운 기술은 인간의 역할을 없애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역량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오늘날 AI 역시 이러한 기술 변화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다쏘시스템은 오랫동안 가상 환경에서 현실 세계의 복잡한 문제를 검증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제품의 구상 단계부터 설계, 생산, 운영, 폐기와 다시 재활용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를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 함으로써 기업은 실제 제품을 제작하기 전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증하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며, 더 높은 수준의 혁신을 시도할 수 있다. 기술이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인간을 더욱 중요한 의사결정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특히 제조와 설계, 연구개발과 같은 산업 현장에서의 AI 역할은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역량을 확장하도록 도와준다. ‘버추얼 동반자(Virtual Companions)’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다쏘시스템이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한 이 시스템은 프로젝트 이력을 정리해 팀 간 협업을 조율하고, 설계·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학적 문제를 지원한다. 또 소재·화학·생명과학 등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가설을 제시하는 등 AI 기반의 가상의 동반자가 다양한 전문 영역에서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러한 변화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AI 협업 모델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복잡한 산업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안전하고 지능적인 협력 구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축적된 데이터와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와 제품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경제(Generative Economy)’로 전환하고 있는 현 시대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 방식은 더욱 정교하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렇게 기업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지식과 노하우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한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고, 인간과 AI가 협력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에는 분석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문제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되고, 또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가능성들이 현실로 전환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 그리고 인간과 AI가 어떻게 함께 일할 것인가가다. 기술은 도구다. 그 도구를 손에 쥔 인간이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지가 AI 시대의 진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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