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링크 공공 도입 빨라진다…어선은 본격화, 산불망은 제도 숙제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3월 25일, 오후 07:12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공공 분야 확산이 빨라지고 있다. 어선 안전관리 분야는 사업이 본격화했고, 산림 재난 대응 분야도 발주가 추진되고 있다. 다만 어선과 달리 산림청 프로젝트는 보안 책임 체계와 입찰 구조, 사업 참여 요건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유찰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는 ‘2026년 위성통신 활용 어선안전관리 체계 구축 장비 지원사업’을 통해 원웹, 스타링크 등 저궤도 위성통신 장비 지원에 나섰다. 지원 대상은 1년 60일 이상 조업하고 연간 일정 수준 이상 판매 실적을 보유한 연·근해 어선 소유자다. 총사업비는 9억2436만원 규모다. 바다 위에서 기존 통신망으로는 유튜브를 보기 어려웠던 만큼, 현장에서는 통신 품질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스타링크. AFP
◇어선 분야는 제도 정리…보안성 검토도 “불필요”

어선 분야는 다른 공공 사업에 비해 제도 정리가 비교적 앞서 있다. 스타링크 등 위성통신 단말기나 위치발신장치를 통해 수집한 어선 위치정보를 어선안전조업관리시스템(FIS)에 연계하는 구조가 정부 내부망과 직접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는 ‘단말기→외부서버→API→내부망 DB’ 형태이며, 이에 따라 국정원은 제주도에 보안성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어선 분야가 스타링크와 원웹을 포함한 상용 저궤도 위성망이 준공공 안전관리 영역에 실제 적용되는 첫 사례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기존 해상 통신 환경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관심도 높다.

◇산림청 18억원 사업, 기술보다 제도가 더 문제

반면 산림청이 추진 중인 18억원 규모의 ‘저궤도위성-LTE 융합기술 기반 산림디지털 통신 인프라 도입’ 사업은 상황이 다르다. 이 사업은 스타링크나 원웹 같은 저궤도 위성을 단독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타링크와 LTE 기지국 장비인 ‘펨토셀’을 결합하는 구조다. 이동형 LTE 기지국의 백홀망에 저궤도 위성통신을 붙이는 방식인 셈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단순한 통신 연결을 넘어 가입자 인증, 장애 책임, 보안 점검 범위까지 함께 건드린다는 점이다. 위성망과 지상망이 동시에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느 구간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누가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히 가르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유심 가입자 인증을 맡는 펨토셀과 위성 구간이 함께 연결될 경우, 보안 사고 발생 시 책임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최근 스타링크 진영에서도 LTE 규격 기반의 위성 직접 접속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국제표준이 정립된 단계는 아니다”라며 “6G 시대에는 위성과 지상망이 같은 규격 체계 안에서 통합될 것이기에 중장기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경계가 옅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별개 망 구성에 따른 보안 논란과 책임 공백은 표준과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과도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뜻이다.

◇대기업 제한·직접생산증명·이중화…통신사도 신중

산림청 프로젝트는 보안 문제 외에도 입찰 구조 자체가 부담이라는 지적도 있다. 해당 사업이 대기업 참여 제한 방식으로 설계된 데다, 펨토셀 장비를 투입하려면 직접생산증명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통신사는 일반적으로 펨토셀을 직접 제조하는 사업자가 아니다. 외부 장비를 조달해 참여할 경우 법률적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내부 검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산불 감시와 재난 대응이라는 사업 성격상, 통신사 한 곳이 아니라 두 곳이 함께 운영하는 이중화 구조를 요구한 점도 변수다. 재난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이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책임 범위와 역할 분담이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KT나 SK텔레콤 통신사들이 기술적 가능성과 별개로 실제 참여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우주기업 스페이스X. 로이터
◇제도 정비 중요성 떠올라...26일 범정부 위성통신 검토 TF 첫 회의

이처럼 스타링크의 공공 확산에서 핵심 쟁점은 기술 그 자체보다 제도 정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선 위치정보 연계처럼 보안 검토 기준이 어느 정도 정리된 분야와, 산불 대응·재난망·기지국 백홀처럼 책임 체계와 사업 구조가 여전히 불명확한 분야를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공 분야에서 저궤도 위성통신 도입이 빨라질수록 서비스 유형별 보안 기준, 장애 발생 시 책임 원칙, 입찰 참여 요건을 더 촘촘하게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중동 전쟁 국면에서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 영상의 해외 확산을 막기 위해 스타링크 전파를 방해하고 단말기 이용자 색출에 나섰다는 점도, 저궤도 위성통신이 단순한 민간 통신 수단을 넘어 안보·국방 이슈와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 분야에서 제도 정비 필요성이 더 커지는 배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방부, 우주항공청 등과 함께 26일 ‘정부 저궤도 위성통신 검토 TF’를 꾸리고 첫 회의에 나서는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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