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회준 “근거 없는 AI반도체 특허침해 공세”…KAIST 성과 흔들기 정면 반박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3월 31일, 오후 07:19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노이즈 마케팅으로 인한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KAIST 관련 의혹 제기로 투자를 유치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회준 KAIST 전기전자공학부 석좌교수는 3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KAIST의 AI 반도체 기술을 둘러싸고 최근 한 신생 기업이 특허 침해를 주장한 부분에 대해 이같이 반박했다. 유 교수는 반도체 소자·공정, AI 반도체, 뉴로모픽 컴퓨팅, 초저전력 시스템온칩(SoC), 온디바이스 AI 등을 연구해 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앞서 지난 17일 유 교수팀은 사용자 특성에 맞춰 스스로 진화하는 개인 맞춤형 거대 언어 모델(LLM) 가속기 ‘소울메이트(SoulMate)’ 기술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2월 설립된 2인 규모 스타트업인 엑시스프레임은 해당 기술이 허위이며, 본인들이 유 교수팀이 학계에 발표한 2월 16일 보다 5일 앞서 특허를 출원했으며,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들이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발표한 AI 반도체 칩에 대해 핵심 기능이 칩 설계 단계에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엑시스프레임 기술이사는 이날 연구개발특구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KAIST가 세계 무대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로 발표했고, 언론이 검증 없이 보도했다”며 “핵심 기능이 구현되지 않았거나 존재하지 않은 기술로 문제 제기에 대해 KAIST가 묵살·거부로 대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회준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사진=이데일리DB)
◇업체 특허 침해 주장에 “근거 없는 추론 의존”



유 교수에 따르면 해당 기업이 ‘특허 침해’를 주장했지만, 정작 특허의 청구항이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KAIST가 요구한 설명에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허법상 침해 판단은 등록된 특허의 청구항과 대상 기술이 구성요소 수준에서 일치하는지 여부가 핵심인데, 출원 단계에서는 권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적 주장 자체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허는 출원했다고 곧바로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며, 심사와 등록을 거쳐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실제 특허침해는 등록특허의 청구항에 적힌 구성요소가 상대 기술에 그대로 포함되는지, 즉 구성요소 완비 여부를 따져 판단한다.

또 기술도 별개의 기술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상대 기업의 주장이 공개된 특허 청구항에 대해 구체적 근거 없이 추론에 의존하고 있다고 봤다. KAIST 측은 상대가 내세운 기술 개념이 기존의 반응형 AI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반박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개입 여부에 따라 반응하는 기능은 삼성 빅스비, 애플 시리, 인스타그램 추천 시스템, 적응형 알림 같은 기존 서비스에서도 널리 구현돼 있다.

유 교수는 KAIST의 연구 결과는 해당 업체의 주장 이전에 이미 설계됐으며, 국제적으로도 공인 받은 기술이라고도 설명했다. 유 교수팀은 지난 2024년 12월 법적 효력이 있는 연구노트를 작성해 설계 기본 개념을 완료했다. 이후 삼성 파운드리에 설계 데이터를 전달하고, 칩 성능 측정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논문을 작성해 제출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기전자공학자협회 국제고체회로설계학회(IEEE ISSCC)에서 ‘하이라이트 논문(Highlight Paper)’으로 선정돼 발표했다.

기술의 특허 침해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마치 자동차 엔진 기술을 개발했고, 좌석 자동조절 기능을 같은 선에서 비교하는 것과 같다는 예시를 들었다. 이번 논란의 또 다른 쟁점은 KAIST가 개발한 AI 반도체와 상대 측이 주장하는 기능이 기술적으로 같은 범주인지 여부인데 KAIST 성과의 핵심은 서버 수준의 RAG·LoRA 같은 기술을 온디바이스 초저전력 칩이라는 하드웨어 기술인 반면 해당 업체가 특허 침해를 주자하는 기술은 범용 소프트웨어 기술에 가깝다.

소울메이트 시연 장면.(사진=KAIST)
◇허위사실·명예훼손 우려

KAIST 측은 상대 기업의 주장 방식이 반복적으로 강경해지면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애초 노이즈 마케팅을 우려해 사건을 키우려고 하지 않았지만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세계 최초를 사칭했다”, “가짜다”라는 식의 표현이 연구 성과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대응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유회준 교수는 “올해 2월 설립된 소규모 회사로 알려졌는데 특허 침해 내용을 회피하고, 노이즈 마케팅에 의한 관심 끌기로 보인다”며 “기술은 학술 검증과 특허법상 요건에 따라 판단해야지, 출원 단계의 주장만으로 가짜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연구성과를 발표한 연구원은 올해 5월 엔비디아 인턴으로 합류가 예정돼 있고, 연구실원들은 모두 국가 미래를 위해 AI반도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며 “이렇게 연구 성과를 폄훼하려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엑시스프레임측도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엑시스프레임 기술이사는 “변리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 KAIST 기술과 70~80% 기술이 중복된다고 보고 있다”며 “특허 출원자도 경고와 같은 권리가 주어지며, 국무조정실 민원 접수를 마친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회준 교수는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 △KAIST 전기전자공학과 석·박사 △현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현 KAIST SDIA(반도체시스템설계응용연구센터) 소장 △현 IEEE Fellow △현 KAIST AI-PIM 반도체설계연구센터장 △현 KAIST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장 △현대전자(하이닉스) 반도체연구소 DRAM 설계실장 △옥조근정훈장 △경암학술상 △KAIST 학술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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