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최근 진양곤 의장 발언 등에 비춰봤을 때 HLB가 리보세라닙 병용요법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보다 실패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대응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진양곤 HLB 이사회 의장이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HLB그룹 기업설명회(IR)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HLB)
◇HLB 품에 안긴 지 19년 된 리보세라닙…美 FDA 앞 최종 시험대
HLB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HLB그룹 기업설명회(IR)를 열고 그룹 전략과 파이프라인 현황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진 의장을 비롯해 HLB그룹 10개 상장사 대표가 모두 참석했다. 이날 IR은 HLB그룹 전략과 구조를 소개하면서 파이프라인 다변화 등 리스크 분산 전략을 정당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진 의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그는 리보세라닙 병용 신약 승인 가능성 자체보다 실패 이후 대응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 의장은 “신약 개발의 기본값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라며 “한 프로덕트(제품)에 의존하는 전략은 회사 존속에도 위험할 뿐 아니라 주주에 대한 태도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했다.
리보세라닙은 미국 어드벤첸연구소(Advenchen Laboratories)가 개발한 물질로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Elevar Therapeutics)가 2007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 이후 2009년 진 의장이 HLB를 인수하며 개발을 본격화했다.
리보세라닙은 위암 3차 치료제로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했지만 임상 실패로 인허가 일정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선낭암, 간암 등으로 리보세라닙의 적응증을 확장하며 전략을 수정했다.
상용화를 위한 인허가 절차 역시 순탄치 않았다. 2019년부터 예고됐던 신약허가신청(NDA)은 4년이 지난 2023년에야 이뤄졌다. HLB는 당초 위암 3차 치료제 단독요법으로 허가를 추진했지만 전략을 변경해 2023년 5월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 병용하는 간암 1차 치료요법으로 NDA를 제출했다.
그러나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은 2024년 9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 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으며 승인이 불발됐다. 이후 HLB와 항서제약은 지난 1월 23일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 FDA 허가 재신청에 나섰다. 오는 7월 23일 허가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위암 임상 3상 실패 이후…올인→리스크 분산 전략 변화
리보세라닙 글로벌 위암 임상 3상 실패는 HLB 전략의 분기점이 됐다. 이후 HLB는 파이프라인 다변화를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며 HLB그룹을 형성했다.
HLB는 지난해 말 기준 연결 대상 종속회사만 13개사에 달한다. 계열사 기준으로는 상장사 10개사와 비상장사 50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날 HLB가 제공한 HLB그룹 책자에는 37개 기업이 소개됐다. 이 중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만 22개사에 달한다. HLB그룹은 단기간에 계열사를 급격히 확장하며 기술과 인력,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시간을 사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전략을 두고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계열사 수가 과도하게 늘어나며 관리의 복잡성이 커졌고 자산 간 시너지와 통합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결국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FDA 허가 가능성으로 향했다. 김홍철 HLB 대표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FDA 신약허가) 허가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허가 획득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 역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FDA 허가 가능성에 대해 언급할 때 전반적으로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HLB는 이번 허가가 리보세라닙의 효능이나 안전성 문제가 아닌 파트너사인 항서제약의 제조·품질(CMC) 이슈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약효나 안전성 문제가 아닌 CMC 문제였다”고 거듭 설명했다. 다만 해당 이슈가 병용 파트너사 항서제약의 생산시설과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HLB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스크 분산 전략 전면에…"실패 전제한 방어적 구조?"
이날 HLB는 하나의 자산에 의존하지 않고 다층적으로 확장된 포트폴리오를 강조하며 리스크 분산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리보세라닙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파이프라인의 연구개발(R&D)과 상용화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한 방어적 구조 아닌가”라는 비판도 나왔다.
HLB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유럽 시장 허가도 추진하고 있다. HLB는 유럽의약품청(EMA) 신약허가 신청을 FDA와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남경숙 HLB 바이오전략기획팀 상무는 "올해 하반기에는 EMA에 NDA를 신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항서제약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FDA 품목허가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그간 발생했던 이슈가 반복되지 않도록 보완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HLB그룹 상장사들은 보유 파이프라인 현황을 공유했다. 이 중 포스트 리보세라닙으로 거론되는 HLB의 담관암 2차 치료제 '리라푸그라티닙'은 최근 FDA가 품목허가 본심사에 착수했다. 특히 리라푸그라티닙은 FDA의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오는 9월 27일 이전에 신약 승인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