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기술·특허 1위 한국 AI…인프라·투자 격차에 ‘톱3 시험대’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14일, 오후 03:39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에서 기술력과 특허 지표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지만, 인프라와 투자 측면에서는 격차를 드러내며 ‘톱3’ 안착의 시험대에 올랐다.

14일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Index Report 2026’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는 미국 50개, 중국 30개, 한국 5개로 집계됐다. 캐나다·프랑스·영국·홍콩은 각각 1개에 그쳤다. 기관별로는 오픈AI(19개), 구글(12개), 알리바바(11개), 앤트로픽(7개)이 상위권을 형성했고, 딥시크와 LG AI연구원, 칭화대는 각각 4개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절대 규모에서는 미·중에 뒤지지만 ‘기술 밀도’에서는 오히려 앞선다. 인구 10만명당 AI 특허 수는 14.31건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룩셈부르크(12.25건), 중국(6.95건), 미국(4.68건)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혁신의 질과 축적 측면에서 강점을 입증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산업 확산 속도도 빠르다. 한국은 중국·일본·미국에 이어 산업용 로봇 도입 규모 세계 4위(3만600대)를 기록했고, AI 도입률 상승폭은 세계 1위를 나타냈다. 제도 측면에서도 G20 국가 중 AI 입법 2위, 혁신 중심 정책 비율 2위 등으로 정책 대응력 역시 상위권이다.

반도체 경쟁력도 핵심 기반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글로벌 공급망을 주도하며 AI 인프라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모델 개발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자본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AI 연산 능력은 연평균 3.3배씩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초대형 인프라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민간 투자 격차는 특히 뚜렷하다. 2025년 기준 미국의 AI 민간 투자는 약 2858억 달러(424조원)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고, 중국은 약 124억 달러(18.4조원), 영국은 약 59억 달러(8.75조원)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17억8000만 달러(2.64조원)수준에 그치며 주요 경쟁국과 큰 격차를 보였다. 기술력 대비 투자 기반이 취약한 구조다.

인재 경쟁에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 글로벌 AI 인재 이동에서는 인도가 순유출 규모 1위 국가로 나타났으며, 주요 국가 간 인재 확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은 뚜렷한 순유출 국가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인재 유입 규모와 생태계 매력도 측면에서 미국 등 선도국 대비 열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경쟁의 본질이 이미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은 “이제 AI 경쟁은 모델 성능을 넘어 전력·데이터·자본을 포함한 종합 산업 경쟁 단계로 진입했다”며 “민간 투자 확대와 글로벌 인재 유치 없이는 톱3 안착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AI 고속도로 구축과 독자 AI 모델 확보, AX 확산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책 지원을 더욱 강화해 대한민국을 명실상부한 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고 밝혔다.

기술은 이미 3위권에 올라섰다. 이제 남은 것은 인프라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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