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 로봇 세계서 ‘완판’…근육은 한국산”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후 01:54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40만원대 로봇이 해외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로봇의 핵심 구동부에 한국산 부품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로봇 대중화 흐름 속 국내 부품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AI(인공지능) 회사인 허깅페이스가 인수한 프랑스 로봇회사 폴렌로보틱스의 소형 로봇 ‘리치 미니’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299달러(약 40만원대) 수준 가격으로 출시되며 시장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출시 초기 5일 만에 약 2000대가 팔렸고, 현재 누적 판매량은 8000대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연구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억 원대에 형성돼 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가격 파괴’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로봇이 연구실을 벗어나 개인 개발자와 일반 사용자 영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폴렌로보틱스 소형 로봇 ‘리치 미니’ (사진=허깅페이스)
이 로봇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속에 있다. 리치 미니에는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로 국내 기업이 생산하는 다이나믹셀(DXL)이 약 9개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액추에이터는 단순 부품이 아니라 로봇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근육 역할을 한다.

생산 확대 흐름을 보면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5월 약 4000대 물량이 출고될 예정이며, 여기에 필요한 다이나믹셀만 약 3만6000개 수준이다. 7월에도 추가 4000대 규모의 주문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모델은 로봇 한 대당 15개 이상의 액추에이터가 적용될 전망이다.

연간 생산 목표도 공격적이다. 클렘 들랑그 허깅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개인용 AI 로봇 사전 주문이 10만대를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순 계산 시 연간 약 90만개 수준의 액추에이터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로봇 완제품보다 부품 시장에서 먼저 ‘규모의 경제’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리치 미니는 단순한 완성형 로봇이라기보다 ‘AI 개발 플랫폼’ 성격이 강하다. 카메라와 팔, 제어 기능을 활용해 인공지능(AI) 비전, 강화학습 등을 실제 환경에서 실험할 수 있다. 허깅페이스가 구축 중인 오픈소스 로봇 라이브러리 ‘르로봇’과도 연동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로봇판 깃허브’ 전략으로 해석한다. AI 모델과 데이터, 하드웨어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는 구조다. 소프트웨어 중심이었던 AI 경쟁이 물리 세계로 확장되는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사례는 로봇 시장의 주도권이 완제품이 아닌 ‘생태계와 부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대중화될수록 어떤 부품이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해진다”며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액추에이터 분야에서 기회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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