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메모워치’ 접고 방향 선회…기평 재수 승부수
14일 휴이노에 따르면 회사는 조만간 기술성평가(기평)를 재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휴이노는 2023년 6월 코스닥 기술특례 상장을 위해 신청한 기술성평가에서 BBB, BBB등급을 받아 탈락한 바 있다.
휴이노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중 기평을 재신청할 것”이라며 “지난번에는 기평 발표 바로 다음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 등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사업이 안착한 상태고 추가로 환자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했다”며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지금 흐름을 활용하지 못하면 상장 여건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에 반영된 것으로 본다. 최근 씨어스테크놀로지(458870)와 메쥬(0088M0) 등이 부상하며 환자모니터링 시장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휴이노 역시 사업 방향 전환을 통해 상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휴이노는 기존 핵심 제품이었던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 메모워치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다. 메모워치는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1호 실증특례 사업으로 휴이노의 정체성과도 같은 제품이었다. 메모워치는 2020년 웨어러블 기기 중 최초로 건강보험에 등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휴이노는 원격의료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종료한 것이다.
지금은 원내 환자모니터링 중심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휴이노 관계자는 “메모워치는 더 이상 판매하지 않고 있고 대신 부정맥과 심전도에 초점을 두고 스마트 인공지능(AI) 텔레메트리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씨어스처럼 원격심박기술에 의한 감시(EX871) 수가를 인정받았다. 심전도 중심 모니터링 시장은 수익성이 높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1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키메스 2026)에서 휴이노가 자사 환자모니터링 시스템 ‘메모큐’와 심전도 측정기기 ‘메모패치’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저가 전략 경쟁력 평가 엇갈려
문제는 시장 환경이다. 환자모니터링 시장은 이미 주요 플레이어들이 자리 잡은 상태로 후발주자인 휴이노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낮지 않다.
휴이노 역시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저가 전략을 펼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 따르면 휴이노는 경쟁사 대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건당 심전도 분석 비용을 책정해 병동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휴이노가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치다 보니 심전도 검사 시장의 생태계가 교란될 정도”라며 “병원마다 공급가격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건당 심전도 분석 비용이 6만~9만원이라면 휴이노는 3만원 이하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회사에는 남는 게 거의 없는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병원 시장에서는 가격이 핵심 변수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환자모니터링 시스템이나 심전도 측정장비 등은 병원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기보다 환자 진료비에 비용이 포함되는 구조”라며 “병원 입장에서 기기 가격 자체는 도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저가 전략으로는 점유율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이노 측은 심전도 기반 원격모니터링 특화 기술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휴이노 관계자는 “심장질환 환자 중 삽입형 제세동기(ICD)나 영구형 심박동기(PPM)를 사용하는 경우 응급 상황에서 제세동 에너지가 가해지는데 일부 장비는 이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사 제품은 제세동 에너지가 투입되는 상황에서도 심전도(ECG) 모니터링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심전도 측정장비인 ‘메모패치’는 현재 출시된 제품 중 가장 작고 가벼운 수준이며 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 일정 수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며 “향후 메모패치를 중심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플랫폼 메모큐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격정책에 대해서는 “경쟁사 대비 월등히 낮거나 높지 않다”면서도 “구체적인 가격 수준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휴이노의 심전도 측정기기 ‘메모패치’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3000억 밸류 부담에 투자자 압박…유한양행도 시험대
다만 과거 투자 당시 책정된 높은 기업가치가 부담이 되고 있다. 휴이노는 지난 2021년 시리즈C 투자 라운드에서 약 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반면 최근 상장한 메쥬의 투자 전 기업가치(프리밸류)는 1070억원 수준이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도 2099억원이었다. 메쥬는 지난해 매출 74억원, 영업손실 28억원으로 휴이노(매출 54억원, 영업손실 95억원)보다 재무적으로도 안정됐다.
결과적으로 실적과 사업 안정성에서 뒤처진 기업이 더 높은 밸류를 인정받은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이 같은 괴리는 상장 과정에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외부적인 상황에 의해 기업가치가 낮아졌다고 판단할 경우 벤처캐피탈(VC)들이 시장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상장 시점을 미루기도 한다”며 “하지만 시장 상황상 지금이 상장 적기라고 판단되거나 당장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아니라면 상장을 미루는 것도 답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 입장에서는 구주매출 확대에도 한계가 있어 상장이 미뤄질 경우 투자자들의 회수 지연으로 이어지고 이는 신규 투자 유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통상 투자 이후 밸류가 낮아질 경우 기존 투자자들이 상장가격에 의한 전환가 조정(리픽싱)을 요구하기도 하고 회사가 스팩(SPAC) 상장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며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이노에는 전략적투자자(SI)인 유한양행(000100) 외 퓨쳐플레이, 스마일게이트패스파인더 펀드, 한국산업은행 등이 재무적투자자(FI)로서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유한양행은 2020년 휴이노에 50억원을 투자한 이후 현재까지 약 1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앞서 나가는 경쟁사 대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동아에스티(170900)(동아ST) 역시 메쥬와 협업을 기반으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다른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시리즈C에서 3000억원 밸류를 받았다면 기업공개(IPO)에서는 최소 4000억~5000억원은 인정받아야 투자자 입장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이 수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상장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한양행 입장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성과를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휴이노의 상장 및 사업 성과 여부에 따라 전략 방향을 다시 짜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박대성 휴이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조만간 메모큐 도입 1호 병원을 시장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2분기 중에는 메모큐 설치 병상수가 늘어나고 해외사업도 가시권에 들어올 예정이라 이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