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연구실 아닌 ‘현장’…휴머노이드 승부, 데이터에서 갈린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4월 23일, 오전 02:28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이제는 기술이 아니라 현장에서 승부가 납니다. 결국 얼마나 데이터를 쌓고,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 자체의 우열을 가리던 연구개발(R&D)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성과 데이터 축적 능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제7대 원장으로 취임한 조 원장은 로봇 산업 현장과 협·단체를 두루 경험한 ‘산업형 전문가’로 꼽힌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티라로보틱스 부사장, 뉴로메카 이사 등을 거치며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이해를 쌓아왔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사진=한국로봇산업진흥원)
조 원장은 “휴머노이드는 이제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며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가 향후 기술 발전과 사업화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휴머노이드 실증사업의 핵심을 ‘수요 기반 데이터 확보’로 짚었다.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작업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기술 고도화와 사업화를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 원장은 “로봇기업과 수요기업, 대학이 함께 참여해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협력 구조가 중요하다”며 “실증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경험이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않으면 산업으로 확장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에 대한 위기감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최근 중국이 휴머노이드 표준 체계를 발표한 것은 상당히 위협적인 신호”라며 “표준을 선점하면 곧 시장을 선점하는 구조인 만큼 대응이 늦어질수록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사진=한국로봇산업진흥원)
이어 “이제는 추격형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제 표준 논의에 적극 참여해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선도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기초 기술부터 AI 연산, 부품·완성품, 응용, 보안·윤리까지 6대 분야를 아우르는 국가 표준 체계를 발표했다. 산업 전 생애주기를 기준화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생태계 주도권 확보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진흥원의 역할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조 원장은 “그동안은 지원과 기반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완성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향후 정책 방향으로는 △실증 중심 지원 확대 △로봇 산업 생태계 구축 △안전 인증 및 제도 인프라 정비 △국제 표준화 및 글로벌 협력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산업별 적용 사례를 늘리고,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원장은 “휴머노이드 산업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단계”라며 “진흥원이 중심이 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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