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우 아이젠사이언스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김새미 기자)
◇글로벌 기업 얀센·구글·엔비디아에 승리 경험 보유
강재우 아이젠사이언스 대표는 최근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본사에서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아이젠사이언스는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았다. 2021년 4월 13일 강 대표의 고려대 연구팀 기반으로 출범한 아이젠사이언스는 AI를 활용해 신약을 직접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강 대표는 "교수로 있으면서 AI로 현실 문제를 푸는 것을 좋아했는데 가장 임팩트 있는 분야가 바이오메디컬이었다"며 "드림 챌린지(DREAM Challenge) 등 글로벌 대회에 참여해 우승을 9번 하고 나니 이 기술을 우리가 직접 사업화하는 게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해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젠사이언스는 해당 대회를 통해 글로벌 기업인 얀센(Janssen), 구글(Google), 엔비디아(NVIDIA) 등과 겨뤄 승리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젠사이언스는 2016년 2등을 차지한 후 이듬해부터 1등 자리를 수성하며 9번의 우승 경험을 쌓았다.
국내에서도 AI 신약개발사들이 잇따라 등장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그는 "신약개발은 20~30년 경험을 가진 전문가의 인사이트와 AI가 결합돼야 시너지가 나는데 과거에는 데이터 기반으로만 접근하면서 한계가 있었다”며 "아이젠사이언스는 초기부터 도메인 전문가와 함께 팀을 구성해 실제 약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면 경쟁력 있는 약물을 만들어 애셋(Asset)으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봤다.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AI 신약개발에 뛰어든 상황에서 아이젠사이언스가 맞설 만한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강 대표는 "소프트웨어처럼 승자독식(winner-takes-all) 시장이 아니다"라며 "어떤 과학적 가설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작은 회사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좋은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문제를 풀면 기회가 있다"고 자신했다.
아이젠사이언스의 핵심 경쟁력은 AI와 실험을 연결해 효율화한 자체적인 생태계 구조에 있다. 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인실리코·In silico)에서 설계한 물질을 ?랩(Wet Lab)에서 검증하고 그 결과를 다시 AI에 학습시키는 구조를 구축했다"며 "예측부터 검증까지 이어지는 반복 구조를 통해 연구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랩이란 세포와 단백질, 화합물 등을 다루면서 △합성 △분석 △생물학적 실험을 직접 하는 물리적 연구실을 뜻한다. 아이젠사이언스는 1년 여 전 본사 이전을 계기로 ?랩을 구축해 설립 초기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의존했던 검증 과정을 내부로 흡수시켰다.
아이젠사이언스가 본사에 구축한 ?랩 (사진=김새미 기자)
◇AI모델 개별 운영 아닌 연결된 통합 플랫폼 형태로 구축
특히 ?랩은 여러 AI 모델을 개별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통합 플랫폼 형태로 구축됐다. ?랩은 타깃 발굴, 분자 설계, 임상 전략 수립 등 신약개발 전 과정을 각각 담당하는 AI 엔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반복 학습하는 구조로 짜여있다.
?랩은 문헌 특허, 오믹스 데이터, 실험 데이터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통합하는 멀티모달 접근을 통해 AI 학습 효율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각 실험과 의사결정의 맥락까지 학습해 정보량이 축적되는 구조를 설계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축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정보의 밀도를 끌어올린 셈이다.
아이젠사이언스는 기술적으로는 '에이전틱 AI'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강 대표는 "기존 AI는 사람이 문제를 푸는데 쓰이는 도구였다면 에이전틱 AI는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주체"라며 "AI가 연구 계획을 세우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코딩까지 하는 등 전 과정(End To End)에서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헌 기반 지식뿐 아니라 오믹스 데이터까지 함께 활용해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기 때문에 실제 수행 가능하며 성공률이 높은 가설을 생성할 수 있다"며 "AI를 팀원처럼 활용하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아이젠사이언스는 AI 플랫폼을 외부 판매하기보다는 내부 신약개발에 활용해 자체적인 에셋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조기 기술이전으로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게 1차 목표이다.
그는 "AI 플랫폼은 내부 애셋을 만드는데 활용하고 있으며 100% 자체 지식재산권(IP)를 가진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개발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은 공동연구를 통해 확장하고 있다"며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연구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이젠사이언스는 전임상 단계 신약 파이프라인 2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하나는 후보물질 단계에 근접했다. 강 대표는 "이 파이프라인은 빠르면 연말 아니면 내년에 기술이전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며 "GLP 독성시험 이후에는 빅파마가 요구하는 데이터 수준까지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좋은 에셋을 임상 진입 전에 기술이전하는 것이 목표"라며 "임상 단계까지 파트너사 없이 단독으로 진입하는 것은 전략적·재무적으로 추구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이젠사이언스는 시리즈A 라운드 이후 브릿지 펀딩을 통해 30억원을 추가 자금을 확보해 현재까지 약 19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아직 매출은 수억원대 수준이지만 2~3년 내로 연매출을 수십억원대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기 위해 2~3년 내로 기술이전을 2건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1~2건의 기술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아이젠사이언스는 연구 개발과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