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021년 앤드어스체인(AndusChain) 설계를 주도하며 이 문제를 직접 마주했고, 그 과정에서 토큰은 기술의 산출물이 아니라 경제 설계의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명확하다. 설계 없는 발행은 실패한다.
동국대학교 블록체인연구센터 박성준 센터장
토큰화는 단순한 자산의 디지털 전환에 그치지 않는다. 자산·서비스·데이터·커뮤니티의 가치를 권리·보상·참여·유통 구조로 연결하는 비즈니스 설계의 출발점이다.
예를 들어 금을 단순히 토큰으로 전환하는 것은 ‘토큰화’에 불과하다. 그러나 보유자·투자자·보관기관·유통업체가 각자의 역할에 맞는 권리를 갖고, 기여에 따라 보상받는 구조를 설계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차원의 ‘토큰생태계’가 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에서 보이지 않던 이용자·추천자·데이터 제공자의 기여가 드러나고, 디지털 권리와 보상으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토큰은 단순한 기술 개념이 아니라 비즈니스 구조를 재설계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여러 토큰생태계를 설계하며 확인한 것은, 토큰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구조 설계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앤드어스체인 설계 과정에서 핵심 질문은 단순했다.
“토큰을 발행할 것인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토큰은 기여 측정, 인센티브, 거버넌스가 결합된 경제 시스템이다. 설계 없이 발행된 토큰은 투기적 자산으로 소모되거나, 결국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성공을 가르는 3가지 설계 원칙
첫째, 기여 가시화(Contribution Visibility)다. 누가, 어떻게,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온체인에서 측정하고 기록해야 한다. 측정할 수 없는 기여는 보상할 수 없고, 보상받지 못하는 기여는 지속되지 않는다.
둘째, 보상 연동(Incentive Alignment)이다. 초기 참여자만 유리한 구조는 피라미드와 다르지 않다. 기여와 보상이 생태계 성장과 연동되고, 투명하며 예측 가능해야 한다.
셋째, 신뢰 설계(Trust Architecture)다. 실물자산 검증, 법적 권리 구조, 스마트계약 감사, 규제 정합성이 함께 설계돼야 한다. 신뢰는 토큰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조가 만든다.
◇제도화와 ‘실행의 단계’
현재 토큰증권법이 제정됐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일반 디지털자산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기본법도 논의·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STO 분할 발행, 탄소크레딧과 ESG 데이터의 실시간 연동 등 다양한 산업에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필자가 설계 중인 Human Certificate(HC)는 AI 에이전트가 실행 주체가 되는 환경에서 ‘인간 참여의 증명’을 토큰 기반 신뢰 구조로 구현하려는 시도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정의와 분배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다.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디지털자산 시대의 핵심 질문은 더 이상 “무엇을 토큰화할 것인가”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를 어떤 권리와 보상으로 연결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토큰은 투기적 자산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 질문에 답하는 순간, 토큰은 산업 구조를 바꾸는 도구가 된다.
경쟁력은 ‘설계 능력’에 있다
디지털자산 시대의 본질은 자산을 단순히 토큰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산업의 문제를 토큰생태계를 통해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블록체인 기술 도입 여부가 아니라, 자산·고객관계·커뮤니티·유통망을 토큰생태계로 재설계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 질문에 먼저 답하는 기업과 산업이 디지털 경제의 다음 판을 이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