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E 아태 AI 총괄 "'K-소버린' AI, 글로벌 시장의 표준 모델 될 것"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05일, 오후 01:20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글로벌 IT 기업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한국을 ‘소버린 AI’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후미키 네기시 부사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기술적 정교함과 디지털 주권 의지가 결합된 전략적 시장”이라며 “AI를 실험 단계에서 실제 운영 단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HPE가 핵심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시아태평양 및 일본 지역 HPC(고성능 컴퓨팅) 및 AI(인공지능) 담당 총괄을 맡고 있다.

◇“K-소버린 AI, 글로벌 표준 될 수 있다”

네기시 부사장은 한국에서 구축되는 ‘소버린 AI’ 모델이 단순한 지역 사례를 넘어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은 기술력뿐 아니라 데이터 주권에 대한 명확한 정책 방향을 갖고 있다”며 “HPE가 제시하는 ‘설계 단계부터 주권을 내재화하는(Sovereign-by-design)’ 모델은 글로벌 규제 산업에서도 적용 가능한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DB생명과 구축한 AI 시스템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한국어에 최적화된 LLMOps(대규모 언어모델 운영)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검색증강생성(RAG)을 자동화하고 보안 강화를 위해 외부망과 완전히 차단된 에어갭(Air-gapped, 물리적 망 분리) 환경에서 통합 운영된다.

네기시 부사장은 “금융기관이 보안과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두 가지가 내재된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3대 전략으로 △폐쇄형 인프라 △통합 AI 스택 △자문 중심 아키텍처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엄격한 규제 환경에서 검증된 이 모델은 전 세계 규제 산업에 적용 가능한 가장 안전한 현대화 경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실 넘어 실전 투입되는 AI와 국가적 연구 거점

네기시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이 AI를 실험실 밖으로 꺼내 실제 업무에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HPE의 핵심 미션이라고 밝혔다. 그는 “많은 기업이 실험에 머무는 이유는 파일럿 환경이 실제 운영 환경과 괴리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네트워크와의 접점을 없앤 보안 특화 구성과 ‘HPE 프라이빗 클라우드 AI’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또 “HPE의 솔루션을 통해 한국 기업들은 AI를 단순한 장기 실험 과제가 아닌 실제 비즈니스 과제에 직접 적용할 수 있다”며 “성능과 주권을 동시에 보장하는 인프라를 통해 한국 조직들이 더 빠른 속도와 자신감을 가지고 혁신하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AI 생성 이미지)
HPE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차세대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최대 600페타플롭스급 성능을 갖춘 초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로, AI 및 과학 연구를 동시에 지원하는 국가 핵심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네기시 부사장은 “KISTI 6호기 구축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과학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 환경 고도화와 양자-HPC 하이브리드 서비스 등 차세대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기술 인재 양성에 대해 “단순 교육을 넘어 실제 연구 사례와 운영 수준의 인프라를 직접 경험하며 이루어져야 한다”는 소신을 덧붙였다.



◇‘암달의 법칙’ 기반 통합 엔지니어링 및 직접 수냉(DLC) 비전

HPE는 AI 인프라 경쟁력의 핵심으로 ‘통합 설계’를 제시했다.

네기시 부사장은 슈퍼컴퓨팅 설계를 모든 역량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육상 10종 경기 ‘데카슬론’에 비유했다. 단순히 특정 부품의 속도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성능을 개선해도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병목 지점이 전체 속도를 결정한다는 ‘암달의 법칙(Amdahl’s law)‘을 설계의 핵심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통 과학의 고정밀도 요구와 AI의 저정밀도·고속 처리 요구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현대 슈퍼컴퓨팅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수냉(DLC) 기술을 제안하며, 에너지 효율과 공간 활용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디스커버리‘를 사례로 든 그는 “핵심은 압도적 성능을 실제 연구 성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질적인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PE는 100% 직접 수냉 방식(DLC) 기술을 제안한다. 냉각 전력을 37% 아끼고 서버 설치 공간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이 기술은, 전력난이 우려되는 한국 데이터센터 환경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여기에 데이터가 오가는 길목의 정체를 뚫어주는 ’HPE 크레이 K3000‘ 등의 스토리지 기술을 더해 전체 시스템의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나아가 네기시 부사장은 한곳에 묶여 있던 AI 자원을 어디서나 유기적으로 연결해 쓰는 ’AI 그리드(AI Grid)‘ 시대를 예고했다. 그는 “뛰어난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춘 한국 등 아태 지역에서 AI 그리드는 비즈니스 효율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기술의 지향점은 결국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 사람을 돕는 지속 가능한 인프라가 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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