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연구팀, 반도체 성능·안정성 높이는 ‘분자 도핑’ 기술 개발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06일, 오전 12:01

한양대 장재영 교수 연구팀. 왼쪽부터 장 교수, 김상범·서의현 연구원. (사진=한국연구재단)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국내 연구진이 반도체의 전기적 특성을 결정하는 핵심 공정인 ‘도핑’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유기 전자소자의 효율을 높이고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새로운 공정 지표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장재영 교수 연구팀이 용매의 성질을 이용해 유기 반도체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도핑 전략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반도체에 불순물을 넣어 전기 전도도를 높이는 도핑(Doping)은 소자 성능을 최적화하는 필수 기술이다. 특히 ‘루이스 페어’ 도펀트는 전기를 흐르게 하는 힘이 강하고 안정성이 뛰어나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하지만 반응성이 너무 강해 농도를 미세하게 조절하기 어렵고, 공정 과정에서 반도체 박막을 손상시키는 등 정밀 제어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용매의 극성에 따라 도펀트의 형성 원리가 달라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극성이 높은 용매에서는 도펀트의 활성이 억제되지만, 적절한 극성의 용매를 사용하면 도펀트가 활발하게 반응하며 도핑 효율이 최적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용매의 극성에 따른 루이스 페어 도펀트의 형성 메커니즘. (이미지=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이 개발한 전략을 에틸아세테이트 용매에 적용한 결과, 기존에 널리 쓰이던 염화철(FeCl₃) 도핑 방식보다 열전 소자의 출력 지표인 전력인자가 2배 이상 향상되었다. 이는 단순히 도핑량을 늘린 것이 아니라, 용매 제어를 통해 반도체 내부의 분자 배열을 더 정교하게 유지했기 때문이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80°C의 고온 환경에서도 저항 변화가 기존보다 100배 이상 억제되는 등 탁월한 열적 안정성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도펀트 자체의 분자 구조 설계에만 집중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정 용매와 반응 메커니즘을 통합적으로 설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재영 교수는 “이번 기술은 열전 소자뿐만 아니라 유기 트랜지스터, 광전자 소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등 다양한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에 폭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며 “저온·용액 공정 기반의 고성능·저비용 전자소자 구현에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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