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운영체제가 핵심”…LG CNS, ‘피지컬웍스’로 RX 시장 승부수(종합)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07일, 오후 06:18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LG CNS(LG씨엔에스(064400))가 데이터 수집부터 로봇 학습, 현장 배포, 운영·관제까지 아우르는 ‘엔드투엔드(end-to-end)’ 플랫폼을 앞세워 로봇 전환(RX) 시장 공략에 나선다.

로봇을 직접 제조하기보다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로봇을 학습시키고, 기존 시스템과 연동해 실제 업무에 투입하는 ‘피지컬 AI 운영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LG CNS는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RX 미디어데이’를 열고 로봇 학습·운영 플랫폼 ‘피지컬웍스(PhysicalWorks)’를 공개했다. 피지컬웍스는 로봇 학습 데이터 수집부터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학습, 현장 검증, 배포, 운영·관제까지 로봇 도입 전 과정을 통합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LG CNS RX 플랫폼 피지컬웍스 구성.[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LG CNS '피지컬웍스 포지'로 학습 마친 이족보행, 사족보행, 휠 타입, 자율주행로봇(AMR) 등 4종 로봇이 '피지컬웍스 바통'을 기반으로 물류 현장에서 자율협업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사진=신영빈 기자)
기존 스마트팩토리와 물류 자동화가 정해진 장비와 동선을 기반으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LG CNS가 제시한 RX는 로봇이 현장 상황을 스스로 인식·판단해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화’에 무게를 둔다.

자동화에서 자율화로 산업 운영 방식이 변화하면서, 로봇을 얼마나 빠르게 학습시키고 기존 시스템과 안정적으로 연동해 운영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LG CNS는 로봇을 직접 제조하기보다 산업 현장에 적합한 로봇을 선정·학습시키고, 이를 기존 시스템과 연결해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피지컬 AI 기반 RX는 로봇이 변화하는 현장을 이해하고 작업 우선순위와 이동 경로, 역할 분담까지 스스로 조정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전지·화학 공정의 유해 원재료 처리, 물류센터의 빈 토트박스 반복 이송, 조선소 야드의 용접 작업 등이 주요 적용 분야로 꼽힌다. LG CNS는 전자·전지·화학·물류·조선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약 20건의 로봇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거나 협의하며 사업화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현신균 LG CNS 대표는 이날 환영사에서 “로봇은 생산과 운영을 실제로 수행하는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은 로봇을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적용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 성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신균 LG CNS CEO 사장이 7일 LG CNS RX 미디어데이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피지컬웍스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먼저 ‘피지컬웍스 포지(Forge)’는 로봇 학습 데이터 관리와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RFM) 학습을 담당하는 플랫폼이다. 로봇이 작업 방식을 익힐 수 있도록 데이터를 수집·관리하고, AI를 활용해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선별·정제한다. 이후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RFM을 학습·평가하고, 현장 배포와 운영 관리까지 지원한다.

LG CNS는 이를 통해 기존 수개월이 걸리던 로봇 현장 투입 기간을 1~2개월 수준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피지컬웍스 바통(Baton)’은 로봇 워크포스 매니지먼트 플랫폼이다. 제조사가 서로 다른 다양한 로봇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합 관제하고 작업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이족보행 로봇과 사족보행 로봇, 휠형 로봇, 자율주행로봇(AMR) 등이 동일한 현장에서 각자 역할을 수행하도록 조율하는 방식이다.

LG CNS는 로봇 100대를 운영하는 환경 기준으로 생산성을 15% 이상 높이고, 운영 비용은 최대 18%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 CNS가 강조한 차별점은 데이터 수집부터 학습, 모델 배포, 현장 운영·관제까지 연결되는 ‘엔드투엔드(end-to-end)’ 구조다. 엔비디아의 아이작(Isaac) 등 기존 로봇 플랫폼이 시뮬레이션 기반 데이터 생성이나 로봇 학습에 집중했다면, 피지컬웍스는 실제 산업 현장 적용과 운영까지 범위를 확장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존 플랫폼과 경쟁하기보다, 아이작 등 외부 플랫폼에서 만든 데이터와 모델을 활용해 고객 환경에 맞게 재학습시키고 이를 실제 운영 시스템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LG CNS는 자체 RFM 상용화를 서두르기보다는 현장 적용 역량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자체 RFM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사업의 핵심은 외부 RFM을 산업 현장에 맞게 학습시키고 실제 운영까지 연결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RFM 자체를 판매하는 기업이라기보다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형태로 데이터를 구축하고, 학습·배포·운영까지 맡는 ‘피지컬 AI 운영 사업자’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박상엽 LG CNS CTO가 7일 LG CNS RX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LG CNS는 로봇 지능이 단순 반복 학습 단계를 넘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를 ‘월드액션모델(World Action Model)’로 정의했다.

이는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월드모델(World Model)’과 실제 행동을 수행하는 ‘액션모델(Action Model)’이 결합된 형태다. 과거 로봇이 특정 동작을 반복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미래 상황까지 예측해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구조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이기종 로봇 간 호환성 문제는 ‘어댑터’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표준 규격을 지원하는 로봇은 플랫폼에 바로 연동하고, 그렇지 않은 로봇은 별도 어댑터를 통해 연결하는 방식이다. 현장에 다양한 비표준 로봇이 많은 경우에는 시스템통합(SI) 방식으로 대응한다.

여러 제조사의 로봇을 하나의 운영 체계 안에서 통합 관제하는 것이 ‘피지컬웍스 바통’의 핵심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LG CNS는 약 2년 뒤부터 본격적인 사업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국내 제조·물류 현장에서 개념검증(PoC)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별 RFM과 운영 모델을 축적한 뒤 LG그룹 해외 공장 등 글로벌 현장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부산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에 피지컬웍스 바통의 파일럿 버전을 적용해 바리스타·청소·순찰·짐 운반 등 4종 로봇 관제에 활용했다.

외부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LG CNS는 지난해 미국 RFM 전문기업 스킬드AI(Skild AI)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미국 로봇 하드웨어 기업 덱스메이트(Dexmate)에도 투자했다.

특히 스킬드AI는 지난달 지브라 테크놀로지스(Zebra Technologies)의 로보틱스 자동화 사업부를 인수하며 범용 로봇 지능과 창고 자동화 운영 플랫폼을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준호 LG CNS 스마트물류시티사업부 전무가 7일 LG CNS RX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영빈 기자)
LG CNS는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측은 현재 투자 논의를 진행 중인 기업이 1곳 있으며, 이르면 한 달 안에 결과를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조 분야 피지컬 AI 역량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 가능성도 함께 검토 중이다.

LG CNS가 RX 시장에서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산업 현장 이해도와 시스템통합(SI) 역량이다. 물류·제조 분야에서 축적한 자동화 경험을 기반으로 로봇 도입 기회 발굴부터 공정 설계, 최적 로봇 소싱, 학습·검증, 통합 운영 시스템 구축까지 전 과정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준호 LG CNS 스마트물류&시티사업부장 전무는 “로봇은 단순 생산 장비가 아니라 디지털 인력으로 관리돼야 한다”며 “디지털 인력을 가장 빠르게 현장에 적용하고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기회 발굴과 설계, 최적 로봇 솔루션 공급, 통합 운영 시스템 구축까지 아우르며 단순 기술 적용을 넘어 실제 사업 성과를 만드는 구조로 가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주관하는 497억원 규모 국책과제도 휴머노이드 데이터 수집과 데이터팩토리 구축, 월드모델·RFM 연계 기술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로봇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데이터 수집과 모델 학습, 운영 플랫폼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점에서 LG CNS의 RX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로봇 시대 경쟁력이 단순 하드웨어 성능에서 현장 데이터와 운영 체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LG CNS의 RX 전략이 피지컬 AI 상용화 흐름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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