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과 벌이던 미국 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하며 핵심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의 불확실성을 털어냈다. 여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 임상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연구개발(R&D) 비용 절감과 신제품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실적 역시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1분기 매출 4549억원, 영업이익 144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1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6%, 12.6% 증가했다. 법적 리스크 해소, 글로벌 규제 환경 개선 그리고 견고한 실적이라는 세 가지 축이 완벽히 맞물리며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분기 실적 추이 (자료=삼성바이오에피스, 팜이데일리 재구성)
◇얀센, 미국 판매 금지 가처분 기각...본안 소송 영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J&J의 법적 공방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측은 자가면역질환치료제 스텔라라 관련 특허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2023년 7월 합의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SB17'을 지난해 2월 22일부터 미국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그러나 J&J는 지난해 해 2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스위스 제약사 산도스와 체결한 프라이빗 라벨(Private Label) 방식의 공급 계약이 기존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J&J 측은 해당 계약 구조와 관련된 의무 이행 중단, 추가 공급 및 유통 금지, 나아가 예비적 가처분을 법원에 강력히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손을 들어줬다. 뉴저지 지방법원은 지난해 첫 번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굴복하지 않고 J&J가 두 번째 가처분 신청을 다시 제기했다. 하지만 제3순회항소법원은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얀센 사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최종 기각 결정을 내렸다.
가처분 기각이 본안 소송의 결론을 100% 확정 짓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조계와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이 본안 승소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신호라고 입을 모은다. 가처분 인용을 위해서는 △본안에서의 승소 가능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공익과 균형이라는 세 가지 까다로운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미국 연방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적어도 계약 위반 여부에 대한 판사의 초기 평가가 철저히 J&J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SB17이 겨냥하는 시장 규모는 막대하다. 오리지널 의약품 스텔라라는 얀센이 개발한 메가 블록버스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판상형 △건선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광범위한 치료에 사용된다. 지난 15년간의 특허 독점 기간 동안 약 96조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최대 규모인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스텔라라 시밀러 경쟁이 본격화되면 선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SB17은 독보적인 수혜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SB17을 둘러싼 글로벌 호재는 미국에만 그치지 않는다. 유럽에서도 얀센이 제기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유럽 생산 금지 가처분 항소가 기각됐다. 덴마크 법원 역시 얀센의 특허 침해 항소를 기각하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손을 들어줬다. 아시아 핵심 시장인 일본에서도 2025년 12월 SB17이 품목허가를 획득해 본격적인 추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스텔라라의 다방면 적응증을 고려할 때 일본 시장에서도 폭발적인 수요가 예상된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법원이 가처분 단계에서 기각했다는 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유리한 판결"이라면서 "프라이빗 제품 출시에는 문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FDA, 바이오시밀러 임상 간소화도
글로벌 빅파마와 법적 다툼의 승리와 더불어 삼성바이오에피스에게 또 다른 구조적 대형 호재가 찾아오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잇달아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임상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초안 가이던스를 통해 비교 유효성 임상(CES)이 바이오시밀러 허가에 항상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제안하며 혁신의 포문을 열었다. FDA는 올해 3월 추가 가이던스를 발표하면서 약동학(PK) 시험조차 과학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경우 대폭 간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티 마카리(Marty Makary) FDA 국장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간을 현재 5~8년에서 2~4년으로 절반 이상 단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선언했다. 유럽의약품청(EMA)도 이미 지난해 4월 "약효 분석 자료와 PK 시험 자료가 충분하다면 비교 유효성 임상을 완전히 면제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증권사 바이오·헬스케어 연구원과 전문가들은 이번 글로벌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주저 없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068270)을 꼽는다. 두 기업 모두 매출의 절대 다수가 바이오시밀러에서 창출되며 시장에 대기 중인 파이프라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바이오시밀러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글로벌 빅파마들이 이들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억지로 '신약 임상에 준하는 깐깐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 기존 절차가 마련된 진짜 배경"이라며 "지난 20년간 축적된 방대한 임상 데이터가 마침내 이런 인위적인 규제 장벽을 허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2030년까지 총 20종의 거대한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마스터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키트루다 △듀피젠트 △트렘피아 △탈츠 △엔허투 △엔티비오 △오크레부스 등 7종의 블록버스터급 후속 파이프라인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7개 타깃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무려 929억달러(약 137조 5400억원)에 달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글로벌 추세로 각국 규제당국(유럽 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포함)에서 논의가 적극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개발에 대한 비용과 시간 부담이 많이 줄어들어서 더 많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파이프라인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