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빠져야 바이오 산다?…에이프릴·툴젠 신고가·진단키트주 들썩[바이오맥짚기]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14일, 오전 08:02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코스피가 6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하고 코스닥도 2% 넘게 밀린 가운데 바이오주가 모처럼 시장 주도주로 떠올랐다. 반도체주 중심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바이오 대형주와 중소형 성장주로 수급이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29% 하락했고 코스닥도 2.32% 내렸다. 전날 장중 7999.67까지 치솟으며 ‘팔천피’ 기대감을 키웠던 코스피는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바이오 섹터에서는 리가켐바이오(141080)와 알테오젠(19617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상승 전환했고, 에이프릴바이오(397030)와 툴젠(199800)은 나란히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특히 녹십자엠에스(142280), 수젠텍(253840), 랩지노믹스(084650), 엑세스바이오(950130) 등 진단키트 관련주들도 급등세를 나타냈다.

코스닥 상장사 중 제약관련주들이 12일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자료=KG제로인 MP닥터(옛 마켓포인트))




◇경쟁약 줄줄이 좌초…에이프릴바이오 재평가

이날 KG제로인 MP닥터(옛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에이프릴바이오는 이날 7만6700원까지 오르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다시 썼다. 최근 유한양행과 공동연구 종료 소식이 있었지만 시장은 오히려 기존 기술이전 파이프라인 가치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핵심 배경은 경쟁 약물들의 잇단 임상 실패다. 에이프릴바이오가 미국 바이오텍 에보뮨(EVMN)에 기술이전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APB-R3(EVO301)는 최근 차세대 경쟁 약물들의 부진 속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노피가 ‘포스트 듀피젠트’ 전략으로 밀던 이중타깃 신약 ‘룬세키믹’이 아토피피부염 임상 2b상에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듀피젠트는 연매출 약 178억달러(약 26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지만 불응 환자 비율과 완전관해 한계 등으로 차세대 치료제 수요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가운데 EVO301은 지난 2월 임상 2a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데다 기존 IL-4·IL-13 중심 기전이 아닌 IL-18 직접 억제라는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군까지 공략할 수 있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에보뮨은 자사 파이프라인 IR 자료를 통해 궤양성 대장염(UC), 심혈관 관련 염증성 질환, 식품 알레르기 등 EVO301의 추가 적응증 확장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갑상선안병증(TED) 분야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최근 한올바이오파마(009420)의 바토클리맙과 아제넥스의 에프가르티기모드 등 FcRn 계열 치료제들이 TED 임상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시면서 대체 기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에이프릴바이오의 APB-A1은 FcRn이 아닌 CD40L 기전으로 접근하는 후보물질이다. 현재 룬드벡을 통해 TED 임상 1b상이 진행 중이며 일부 환자군에서 안구돌출 개선 신호가 관찰됐다. 룬드벡은 최종 데이터 공개 전 이미 임상 2상 진입을 결정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오는 6월 미국 내분비학회(ENDO 2026)에서 공개될 상세 데이터가 향후 기업가치 재평가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에보뮨의 IR 자료에 실린 염증성 질환 신약후보물질 개발 현황. 에이프릴바이오로부터 기술도입한 EVO301의 적응증을 염증성장질환 및 기타 적응증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자료=에보뮨)




◇툴젠, 9개월 만에 5배…RNP·종자사업 기대감

툴젠도 장중 14만2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8월 2만원대까지 밀렸던 주가가 불과 9개월 만에 5배 넘게 급등한 셈이다. 올해 급등세 이전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이후 최고가는 2024년 3월 기록한 약 11만원 수준이었다.

주가 상승의 핵심 배경으로는 미국 크리스퍼 특허 분쟁의 진전이 꼽힌다. 미국 특허심판원(PTAB)이 지난 3월 브로드연구소의 선발명자 지위를 인정하면서 지연돼 왔던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 저촉심사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에서 크리스퍼 RNP 관련 특허 3건이 연이어 등록되면서 특허 수익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툴젠은 기존 진핵세포 원천특허에 더해 RNP 특허까지 확보하며 수익화 축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종상 툴젠 대표는 앞서 기업설명회(IR)에서 “진핵세포 원천특허라는 한 다리로만 서 있던 툴젠이 RNP 특허까지 확보하면서 양다리로 설 수 있게 됐다”며 “신약개발사뿐 아니라 이종장기 개발사, 식물종자 연구소 등 다양한 잠재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종자사업 기대감도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툴젠은 최근 가뭄 내성 고추를 중심으로 글로벌 종자기업들과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수평적으로 넓게 퍼져 있던 종자 파이프라인을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한 이후 협상 속도가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가뭄 내성·제초제 내성 작물은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이슈와 맞물려 글로벌 수요가 커지고 있는 분야다. 툴젠은 최근 지속가능항공유(SAF)용 오일 작물 개발까지 영역을 넓히며 사업 확장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한타바이러스 공포 확산…진단키트주 급등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 이슈도 진단키트 관련주의 급등 배경으로 작용했다. 최근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 하선 승객 가운데 추가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관련 테마주가 강세를 나타낸 것.

이날 엑세스바이오는 상한가에 가까운 29.89% 상승했고 녹십자엠에스(18.28%), 수젠텍(13.22%), 랩지노믹스(7.77%) 등도 일제히 급등했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한타바이러스 진단키트나 백신 개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기업은 없는 상황이다. 녹십자엠에스 관계자도 이에 대한 질문에 “현재로서는 관련 진단키트 개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한타바이러스가 코로나19 수준의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현재 유행 중인 남미형 안데스 바이러스는 드물게 사람 간 전파 사례가 보고되긴 했지만 전파력 자체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질병으로, 발열 및 근육통을 거쳐 수시간 내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이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어 병의 단계별로 대증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이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한 분야기도 하다. 최근 모더나가 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한타바이러스와 관련된 백신 및 진단키트 개발을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급등이 실질적인 실적 기대보다는 테마성 수급 영향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국내 진단키트 개발사 임원은 “한타바이러스의 경우 기술적으로 진단키트 개발 난도가 아주 높은 바이러스는 아니다”라며 “국가 안보차원에서 정부가 한타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을 독려한다면 진단키트도 어렵지 않게 개발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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