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지난 7일(현지시간) 공개한 '핏빗 에어'. (사진=구글)
구글이 기획한 디자인의 목적은 명확하다. 사용자가 기기 착용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편안함을 제공해 24시간 끊김 없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것이다. 화면이 없어 전력 소모도 극적으로 줄었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7일간 사용 가능하며, 단 5분의 급속 충전으로 하루 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기 자체에 화면이 없는 대신, 모든 데이터 분석과 코칭은 새롭게 개편된 ‘구글 헬스(Google Health)’ 앱이 담당한다. 특히 제미나이(Gemini) AI 기반의 ‘구글 헬스 코치’는 단순한 데이터 나열을 넘어 사용자의 바이오메트릭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해석한다. 사용자는 앱을 통해 AI와 대화하며 “오늘 내 수면 질이 왜 낮은지”, “점심에 먹은 식단이 운동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물어볼 수 있다. 식단 기록 역시 번거로운 텍스트 입력 대신 음식 사진을 찍거나, 헬스장의 화이트보드에 적힌 루틴을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자동 로그가 가능하다. 하드웨어가 ‘수집’을 담당한다면, AI 소프트웨어가 ‘처방’을 내리는 구조다.
◇2.8조원 베팅 결실?…외신 “단순함으로 위장한 구글의 영리한 역설”
구글은 패션과 기능성도 놓치지 않았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본체(페블)를 분리해 다양한 밴드로 교체할 수 있다. 기본 제공되는 재생 소재의 ‘퍼포먼스 루프’ 외에도 고강도 운동을 위한 실리콘 재질의 ‘액티브 밴드’, 패션 액세서리 느낌을 주는 ‘엘리베이티드 모던 밴드’ 등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NBA 스타 스테픈 커리와 협업한 ‘스페셜 에디션’은 전용 성능 밴드를 적용해 고강도 활동 시 공기 흐름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업계에서는 99.99달러(약 15만 원대)라는 기기 가격보다 함께 제공되는 ‘구글 헬스 프리미엄’ 3개월 이용권에 주목한다. 구글은 지난 2019년 당시 웨어러블 시장의 강자였던 핏빗을 21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뒤, 규제 당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2021년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 당시 구글의 행보는 애플 워치에 대항할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신체 데이터를 단번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베팅으로 풀이됐다.
인수 이후 구글은 핏빗의 독립적인 색깔을 지우고 자사 생태계로 편입시키는 과정을 밟아왔다. 핏빗 계정을 구글 계정으로 통합하고, 픽셀 워치에 핏빗의 건강 측정 기술을 이식하는 등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끝내고 완전한 혈연관계로 재편했다. 이번 핏빗 에어 출시는 그 결정판으로, 유튜브와 클라우드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구독 모델’을 헬스케어 영역에 완벽히 이식하겠다는 구글의 의지가 담겼다.
NBA 스타 스테픈 커리가 디자인에 참여한 '핏빗 에어 스테픈 커리 에디션'. (사진=구글)
외신들은 이번 출시를 두고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사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완벽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더버지(The Verge)는 “핏빗 에어는 웨어러블이 너무 복잡하고 비싸다고 느끼는 층을 정확히 겨냥했다”며 “과거 핏빗 초기의 미니멀리즘으로 돌아간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론 제미나이 AI로 무장한 ‘늑대의 탈을 쓴 양’ 같은 제품”이라고 분석했다. 기기를 저렴하게 보급해 사용자를 확보한 뒤, 핵심 가치인 AI 코칭을 구독 서비스(월 9.99달러)에 가두는 전략이 노골적이라는 지적이다.
포브스(Forbes) 역시 이를 “엘리트 코칭의 민주화”라고 해석하면서도 사업적으론 다른 시각을 보였다. 포브스는 “구글이 하드웨어 마진을 포기하고 35달러 상당의 예약 구매 혜택까지 내건 것은 일단 사용자의 손목을 점유해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라며 “성공적인 리더가 자신의 건강을 비즈니스 지표처럼 관리하게 만드는 ‘민주화된 성능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지속적인 구독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핏빗 에어는 일회성 하드웨어 수익을 넘어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다. 모든 정밀 수치를 앱에서만 확인 가능하게 설계한 것은 사용자를 구글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묶어두려는 ‘락인(Lock-in)’ 효과를 노린 것이다. 테크업계에선 핏빗 에어에 대해 단순히 운동량을 측정하는 기기를 넘어 구글의 거대한 데이터 센터에 연결되는 실시간 안테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등 1차 출시국에서는 오는 26일부터 정식 판매가 시작되지만, 한국 출시 일정은 아직 안갯속이다. 특히 구글 헬스 앱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의료 데이터 연동’이나 ‘AI 기반 건강 조언’ 등이 국내 의료법 및 데이터 규제 환경에서 온전히 작동할 수 있을지가 변수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