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중국 선전 샥즈 품질연구소(샥즈랩)에서 확인한 오픈형 이어폰의 품질 검증 과정은 생각보다 촘촘했다. 제품을 잡아당기고, 비틀고, 떨어뜨리고, 물에 담갔다. 고온 환경에 96시간 노출해 장기간 사용 후 상태를 앞당겨 예측하고, 충전 케이스를 반복적으로 열고 닫으며 마모 여부도 확인했다.
샥즈는 2004년 중국 선전에서 설립된 오디오 기술 기업이다. 2011년 ‘애프터샥즈(AfterShokz)’로 이어폰 시장에 진입한 뒤 골전도 이어폰과 오픈이어 이어폰을 앞세워 글로벌 소비자 브랜드로 성장했다.
중국 선전 샥즈 품질연구소(샥즈랩) 반복 인장 테스트 모습. 골전도 이어폰의 넥밴드를 잡아당기고 놓는 동작을 반복하며 어느 지점에서 파손이 발생하는지 확인한다. (사진=신영빈 기자)
샥즈랩에는 양산된 제품 중 일부 샘플이 들어와 품질 검증을 거친다. 오로라 샥즈 매니저는 “생산 단계부터 완제품 단계까지 일반적으로 30~50여가지 테스트를 진행한다”며 “방수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한 제품은 최대 100여가지 테스트를 거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샥즈랩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반복 인장 테스트 장비였다. 골전도 이어폰의 넥밴드를 잡아당기고 놓는 동작을 반복하며 파손 가능 지점을 확인하는 장비다. 오로라 매니저는 “사용자가 제품을 착용하고 벗는 동작이 반복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최소 1만회 이상 테스트하도록 설정한다”고 말했다.
기계 실험실에서는 인장뿐 아니라 비틀림, 굽힘, 낙하, 압착, 버튼 조작, 케이스 탈착 테스트가 이어졌다. 버튼 길게 누르기, 짧게 누르기, 연속 누르기 등 실제 사용자가 제품을 조작하는 다양한 방식을 재현했다. 충전 케이스에서 이어폰을 꺼내고 넣는 동작도 반복했다. 블루투스 연결과 해제 상태, 충전 핀의 마모 여부를 동시에 확인하기 위해서다.
중국 선전 샥즈 품질연구소(샥즈랩) 버튼 시험. 길게 누르기, 짧게 누르기, 연속 누르기 등 실제 사용자가 제품을 조작하는 다양한 방식을 재현한다. (사진=신영빈 기자)
중국 선전 샥즈 품질연구소(샥즈랩) 케이스 탈착 반복 테스트 (사진=샥즈)
문제가 발견된 제품을 분석하는 방식도 눈에 띄었다. 샥즈는 테스트 중 이상이 확인된 제품에 수지를 주입해 굳힌 뒤 절개해 내부 구조를 살핀다. 오로라 매니저는 “겉으로는 문제가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어 내부 구조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정확히 어떤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분석해 다음 설계 개선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환경시험실은 제품 시간을 앞당기는 공간과 같았다. 고온, 저온, 고온고습, 냉열 충격 등 일상에서 제품이 마주할 수 있는 극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든다. 샥즈 측은 고온 환경에서 96시간 테스트를 진행하면 제품을 약 2년간 사용했을 때의 상태를 앞당겨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차 안에 제품을 보관하거나, 겨울 야외 운동 후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는 상황 등이 모두 테스트 대상이다.
햇빛에 의한 소재 노화도 별도로 검증했다. 일반적인 자외선 테스트뿐 아니라 제논 램프 테스트도 진행한다. 자외선만 조사하는 방식과 달리 제논 램프는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까지 태양광 전체 스펙트럼을 폭넓게 모사할 수 있어 실제 야외 환경에 더 가깝다는 설명이다. 샥즈 측은 해당 장비 한 대 가격이 2000만원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 샥즈 품질연구소(샥즈랩) 환경실험실. 고온, 저온, 고온고습, 냉열 충격 등 환경 모사 시험과 함께 제논 램프 테스트도 진행한다. (사진=신영빈 기자)
운동용 제품 특성상 땀에 대한 검증도 중요했다. 염수분무 시험과 인공 땀 테스트를 통해 충전 접점과 금속 부품이 부식되지 않는지 확인한다. 장시간 운동 후 제품이 땀에 젖은 상태에서도 충전과 연결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환경을 반영한 테스트도 있었다. 이어폰 표면에 선크림이나 스킨케어 제품을 바른 뒤 고온고습 환경에 넣어 표면 코팅과 소재 변형 여부를 보는 방식이다. 운동 전 선크림을 바르고 이어폰을 착용하거나, 땀과 화장품이 함께 묻는 상황까지 제품 검증 기준에 넣은 것이다.
표면처리실에서는 긁힘, 마모, 오염, 코팅 부착력 등을 확인했다. 제품 표면을 100개 작은 칸으로 나눈 뒤 테이프를 붙였다 떼어 코팅이 얼마나 벗겨지는지 보는 크로스컷 테스트도 진행된다. 샥즈는 일부 과정을 자동화해 박리 면적을 더 정밀하게 수치화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 샥즈 품질연구소(샥즈랩) 표면처리실. 긁힘, 마모, 오염, 코팅 부착력 등을 확인한다. (사진=신영빈 기자)
정밀 측정 장비도 운영 중이다. 샥즈랩의 3차원 측정기는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부품의 형상과 위치를 측정한다. 장비 가격은 1대당 수백만 위안, 미화 수십만 달러 수준으로 소개됐다. 이어폰처럼 작은 제품에서도 부품 간 미세한 오차가 착용감과 내구성, 방수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동시험실에서는 낙하와 운송 진동을 재현한다. 제품을 여러 방향으로 떨어뜨려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위를 찾고, 물류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흔들림도 테스트한다. 제품 자체뿐 아니라 패키지 설계까지 검증 대상이다.
샥즈랩은 품질 관리뿐 아니라 제품 본격 양산 전 시험 생산과 사전 검증 역할도 맡는다. 연구개발 단계에서 나온 설계가 실제 생산 공정에서 안정적으로 구현되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설계와 공정 개선에 반영하는 구조다. 실험실의 테스트 결과가 단순한 품질 확인을 넘어 양산 안정성 확보로 이어지는 셈이다.
중국 선전 샥즈 품질연구소(샥즈랩) 오픈형 이어폰 반복 인장 테스트 모습 (사진=신영빈 기자)
오픈형 이어폰 시장에는 최근 보스, 소니, 화웨이 등 글로벌 브랜드가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도 클립형 이어폰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차별화의 기준은 ‘새로운 형태’ 자체보다 이를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느냐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