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첫 파업 기로 선 카카오…오늘 '2차 조정' 운명의 날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전 10:5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카카오(035720)가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중대 기로에 섰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간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최종 조정 결과에 따라 IT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플랫폼 및 IT산업 역사에 한 획을 짓는 상징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과 달리 IT업계는 ‘자유로운 조직문화’와 ‘성과에 따른 개별 보상’을 기치로 내걸며 전통적인 의미의 파업이나 연대 투쟁과는 거리가 먼 영역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27일 IT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하 노조)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사측과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한다.

지난 연휴 기간에도 노사 양측은 파국을 막기 위해 물밑 교섭을 이어왔으나 기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
◇노조 ‘보상기준 투명성’ 문제제기…해법 못찾은 노사

이번 갈등의 핵심은 단순한 임금인상률 수치를 넘어 성과보상체계의 ‘절차적 정당성’에 있다.

노조 측은 임원진의 성과급 집행 및 일반직원의 보상 인상률 산정 기준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불투명성’을 문제 삼고 있다. 회사의 실적 악화나 역성장 시기에는 직원의 처우가 곧바로 축소되는 반면, 경영진의 보수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불균형한 성과독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가 하락으로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스톡옵션을 보상하기 위해 마련됐던 500만원 상당의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를 사측이 올해 성과급 재원에 산입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영업이익 10% 성과급 요구’ 등에 대해서도 사측의 안을 포함해 여러 보상안을 복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논의된 것 중 일부라는 설명이다.

반면 사측은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보상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사측은 1차 조정 결렬 이후 “노동조합과 성실히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세부적인 보상구조 설계에 있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
◇최종 결렬 시 5개 법인 공동 단체행동…서비스 차질 우려도

이날 2차 조정이 최종 결렬될 경우 카카오는 파업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카카오 본사를 비롯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계열 법인 노조는 지난 20일 전후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하며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이날 조정이 불발되면 노조에선 구체적인 파업 실행 방안과 세부적인 투쟁 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실제 파업이 단행될 경우 서비스 안정성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서비스의 심장부인 핵심 개발 직군과 인프라 관리 인력들이 집단으로 업무를 내려놓는 전면 파업은 유례가 없다.

카카오 노조원 중에는 플랫폼 운영의 핵심인 개발 직군과 데이터센터 관리 인력, 대고객서비스(CS) 담당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자동화가 상당 부분 이루어져 있더라도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연계 서비스 인프라 운영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는 “남은 기간 원만한 합의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내 IT·게임 업계의 노동쟁의는 주로 프로젝트 중단에 따른 ‘고용 불안 해소’나 자회사의 ‘고용 차별 철폐’가 주를 이뤘다. 2019년 넥슨의 고용안정 집회나 2023년 엑스엘게임즈의 구조조정 반대 투쟁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카카오의 파업 위기는 대형 플랫폼기업의 핵심 본사와 계열사들이 동시에 움직이며, 보상시스템의 ‘산정기준 투명화’와 ‘공정한 분배’를 정조준하고 있다.

아울러 노조는 올해도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의 희망퇴직 추진에 대해서도 카카오 사측에 해법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희망퇴직을 넘어 정리해고와 같은 강제적 구조조정을 강행하면 노동조합은 파업투쟁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통해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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