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일베 폐쇄 검토" 주문...차별금지법이 해법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5월 27일, 오후 07:17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스타벅스 불매운동 논란과 온라인 혐오 문제를 언급하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폐쇄 검토를 지시했지만,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실제 추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단체와 법조계, 학계에서는 혐오 표현 대응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이트 폐쇄 방식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혐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차별금지법 제정과 사회 전반의 자정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 X게시물 캡처
◇사이트 폐쇄, 법적으로 가능...위헌논란 불가피

현행 체계상 온라인 게시물 차단이나 사이트 폐쇄는 방송미디어심의위원회(방미심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방미심의가 불법 게시물 삭제를 권고하고, 사업자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시정 명령을 내리는 구조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내용 심의는 방미심의가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당국이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이트 전체 차단·폐쇄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진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과거 북한 관련 해외 운영 사이트가 차단된 사례나, 누누티비처럼 명백한 불법 유통 사이트가 폐쇄된 전례는 있다”면서도 “방미심의 내부 기준상 사이트 전체에서 불법 콘텐츠가 일정 비율을 초과해야 폐쇄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박·음란물 사이트처럼 콘텐츠 대부분이 불법인 경우와, 게시물 일부만 문제가 되는 일반 커뮤니티 플랫폼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법 전문가는 “불특정 다수가 실시간으로 글을 올리는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혐오표현이 일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이트 전체를 불법으로 보고 폐쇄하는 것은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며 “같은 기준으로 극단적 여성 커뮤니티도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일반 정치 공론장까지 폐쇄하거나 제재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작년 정통망법 개정으로 혐오표현 ‘불법화’…적용 범위는 좁아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혐오표현이 제44조의7 제1항 제2호에 혐오표현 정보의 유형이 추가됐다. 인종·성별·장애·지역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 폭력·차별을 선동하거나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의 유통이 금지된 것이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단순히 누군가를 욕하거나 싫다고 표현하는 것이 모두 이 정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폭력·차별의 선동이나 증오심의 심각한 조장, 존엄성의 현저한 훼손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어느 수준부터 혐오표현으로 볼지는 앞으로 방미심의 적용 사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외국에선 혐오 판단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확립돼 있지만, 일베를 특정해 혐오 플랫폼으로 규정하는 것은 우리 법 체계에서 쉽지 않다”며 “명예훼손이나 혐오표현 규정을 통한 개별 구제 경로가 있음에도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간 폐쇄보다 문화 뿌리 뽑아야”…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전문가들은 플랫폼 폐쇄가 혐오 문화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손지원 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 대표는 “혐오 문화는 분명 문제이고 없애야 하지만, 특정 커뮤니티를 폐쇄하면 혐오는 다른 공간으로 옮겨갈 뿐”이라며 “공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문화 자체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표현과 고용, 광고 등 일상 영역에서 차별 행위를 금기시하고 배제하는 사회적 자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도 같은 맥락에서 정부 주도 규제 방식에 비판적이다. 오 대표는 “행정부가 무엇이 혐오표현인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게 될 경우 정치적 검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권단체들이 혐오표현에 반대하면서도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대안은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손 변호사는 “차별행위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법으로 세우되, 표현 규제가 아닌 고용·대외 활동 등 실질적 차별 행위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 역시 “개별 콘텐츠나 사이트 규제보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우선돼야 한다”며 “표현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 구조를 바꾸고 피해자 중심의 구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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