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휴머노이드 플랫폼 공개한 엔비디아…젠슨 황, 韓 로봇 스타트업 만난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04일, 오후 02:58

[이데일리 신영빈 기자]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경쟁력을 바탕으로 로봇 개발 생태계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방한 기간 국내 로봇·AI 스타트업과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엔비디아는 4일 대만 컴퓨텍스 2026 기간 열린 ‘GTC 타이베이’에서 ‘엔비디아 아이작 GR00T 레퍼런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엔비디아의 로봇용 컴퓨터 ‘젯슨 토르’와 로봇 개발 플랫폼 ‘아이작 GR00T’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로봇 몸체와 촉각 5지 로봇 손, 블랙웰 기반 온보드 컴퓨팅, 로봇 학습·시뮬레이션·배포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구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엔비디아 아이작 GR00T 레퍼런스 휴머노이드 로봇(Isaac GR00T Reference Humanoid Robot)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한광범 기자)
핵심은 휴머노이드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표준형 개발 환경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로봇 개발사는 하드웨어 통합, 데이터 수집, 시뮬레이션, 모델 학습, 실제 로봇 배포 과정을 각각 따로 구축해야 했다. 엔비디아는 이 과정을 아이작 텔레옵, 아이작 심, 아이작 랩, 아이작 ROS 등 자사 소프트웨어 스택으로 묶어 개발자가 빠르게 로봇을 학습시키고 실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젠슨 황 CEO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세계 최대 산업 분야에 피지컬 AI를 도입해 수조 달러 규모의 경제적 기회를 열 것”이라며 “아이작 GR00T 레퍼런스 휴머노이드 로봇은 연구자에게 범용 피지컬 인텔리전스를 향한 단일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가 이번에 내놓은 개방형 휴머노이드 플랫폼은 GPU를 판매하는 기존 사업모델에 더해 로봇 산업의 개발 표준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 시장에서 쿠다(CUDA)를 중심으로 개발 생태계를 장악했던 것처럼, 피지컬 AI 시대에는 아이작과 젯슨을 중심으로 로봇 개발 생태계를 묶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투자업계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차세대 성장 분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35년 380억 달러(약 58조117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하드웨어와 공급망, 유지보수·서비스를 포함한 휴머노이드 관련 시장이 2050년 5조 달러(약 7647조원) 규모까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단일 로봇 제품보다 로봇을 학습시키고 시뮬레이션하며 실제 현장에 배포하는 개발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이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ALICE)’ (사진=신영빈 기자)
황 CEO의 방한 일정도 이 같은 전략과 맞물린다.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5일 오후 한국을 찾아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주요 그룹 총수를 만난다. 오는 8일에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국내 로봇·AI 스타트업 대표, 피지컬 AI 연구진, 엔비디아 협력사 관계자 등을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다. 황 CEO가 국내 로봇 스타트업들을 별도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행사에는 엔비디아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했거나 엔비디아 로보틱스·시뮬레이션 기술을 제품 개발에 활용해 온 기업들이 초청을 받았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에이로봇, 디든로보틱스, 리얼월드, 업스테이지, 노타, 베슬AI, 엔닷라이트 등 로봇·AI 분야 기업들이 참석한다. 학계에서는 서울대와 KAIST 등 국내 주요 대학의 AI·로보틱스 연구진도 초청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로봇은 대표적인 국내 휴머노이드 개발 기업으로 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ALICE)’를 만들고 있으며, 조선·건설 등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작업형 휴머노이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 로봇용 AI 컴퓨터와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활용해 로봇 학습과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는 기업으로, 올해 CES 2026에서는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 영상에 앨리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황 CEO는 앞서 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코리아 파트너 나잇’에서도 한국 로보틱스 산업과의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한국은 엔비디아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칩과 D램뿐 아니라 로보틱스, AI 팩토리 분야에서 한국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 투자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특히 로보틱스가 굉장히 중요한 만큼, 한국 로보틱스 산업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가 피지컬 AI를 함께 구현할 산업 파트너로 한국을 점찍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자율주행, 제조 설비 등 물리적 시스템에 AI를 적용하는 기술 영역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전자, 물류 등 제조 기반이 넓은 한국은 실제 산업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고 로봇 기술을 검증하기에 적합한 시장으로 꼽힌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