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만 '조립PC 성지' 광화상창…AI 시대 부품상들의 생존법

IT/과학

뉴스1,

2026년 6월 04일, 오후 07:01

대만 타이베이시 중정구에 위치한 전자상가 ‘광화상창’(光華商場) 상인 채 씨(80)가 4일(현지시간)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2026.6.4 © 뉴스1 김민재 기자

인공지능(AI) 시대의 컴퓨터 패권은 대만을 향하고 있다. 에이수스 등 주요 컴퓨터 업체를 보유했으며,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리사 수 AMD CEO 등 빅테크 기업 수장을 배출했다.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의 변천사는 이러한 대만의 산업 발전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981년 중소 컴퓨터 부품 제조사의 수출 활로를 뚫기 위해 시작된 행사는 어느새 글로벌 IT 전시회로 탈바꿈했다.

그 과정에서 인터넷과 AI가 등장했고, 수십 년간 대만 PC 생태계의 최전선을 지키던 '광화상창'(光華商場) 상인들은 새로운 질서를 맞이했다.

4일(현지시간) 대만의 '용산 전자상가'로 불리는 광화상창을 찾아 AI 시대 조립 PC 상인들이 직면한 현실을 들어봤다.

다리 밑 노점으로 시작한 대만 'IT 1번지'…AI 열풍에 부품 품귀
대만 타이베이시 중정구에 위치한 광화상창은 대만 PC 생태계의 시초다.

1970년대 헌책방 거리와 광화교 밑 노점상으로 출발한 이곳은 1980년대 대만 정부의 IT 산업 육성 기조와 맞물려 전자 상가로 바뀌었다.

광화상창 상인들은 컴퓨텍스 초창기와 정보화 시대의 산업 성장을 온몸으로 느꼈다.

48년째 이곳에서 전자기기를 판매 중인 채 씨(80)는 "과거 컴퓨텍스 기간에는 외국인들이 다리 밑 우리 가게까지 찾아와 물건을 사 갈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대만 타이베이시 중정구에 위치한 전자상가 ‘광화상창’(光華商場) 상인 링 씨(78)가 4일(현지시간)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2026.6.4 © 뉴스1 김민재 기자

45년 경력의 링 씨(78) 역시 "당시는 부품 자체가 부족했던 시절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장사하기에는 훨씬 수월했다. 전시회 기간에는 외국인 방문객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전통적인 조립 PC 부품을 취급하는 상인들은 뜻밖의 유탄을 맞았다.

컴퓨터 주요 제조사들이 이윤이 높은 AI 관련 부품 생산에만 자원을 집중하면서 일반 PC 부품 공급망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량순원 타이베이 광화상가 발전협회 총간사는 "대형 제조사들이 AI 부품에만 몰두하다 보니, 매장에 풀리는 물건은 과거에 확보해 둔 재고 부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량 자체가 줄어 희소성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소비자용 부품 단가도 오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타이베이시 중정구에 위치한 전자상가 ‘광화상창’(光華商場) 앞에서 량순원 타이베이 광화상가 발전협회 총간사가 4일(현지시간)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2026.6.4 © 뉴스1 김민재 기자

투명해진 가격 경쟁…'온오프라인 병행'으로 판로 개척하는 상인들
인터넷 발달과 이커머스의 성장이라는 변화의 흐름도 광화상창을 직격했다.

채 씨는 "소비자들이 검색만 하면 최저가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화상창 상인들은 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는 길을 택했다.

이들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판매 방식뿐만 아니라 온라인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량 총간사는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 습관이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매장 단독 운영의 한계가 명확해졌지만, 상인들도 이에 맞춰 경영 방식을 다각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상가 내 많은 매장들이 오프라인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 주문과 배송을 병행하며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테크가 불어온 AI 바람 앞에서, 수십 년간 대만 IT 생태계를 지켜온 상인들은 담담하게 자신들만의 생존 공식을 고쳐 쓰고 있었다.

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시 중정구에 위치한 전자상가 ‘광화상창’(光華商場) 모습.2026.6.4 © 뉴스1 김민재 기자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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