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무엇이 남았는가. 카풀은 멈췄고, 타다는 사실상 퇴장했고, 렌터카 기반 모빌리티는 의심의 대상이 됐고, 플랫폼 택시는 매년 국회와 규제기관의 호출을 받았다. 혁신의 언어는 사라지고, 기득권 조정의 언어만 남았다.
박용후 / 관점 디자이너
카카오모빌리티가 완벽했다는 말이 아니다. 플랫폼 사업자는 시장지배력이 커질수록 더 높은 투명성과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정위는 2023년 2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앱의 일반호출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에 콜을 몰아줬다며 271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것은 정당한 공적 판단의 영역이었고, 시장 규율의 작동이었다.
그러나 2025년 5월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쟁제한 행위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봤다. 즉 공정위가 문제 삼은 배차 알고리즘이 실제로는 기사의 배차 수락률을 기반으로 설계된 것이었고, 소비자에게 더 나은 편익을 제공했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규제기관이 “잘못”이라고 판단해 271억원을 때렸지만, 법원은 그 판단이 틀렸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수년 동안 ‘알고리즘 조작 기업’이라는 낙인을 감수해야 했다.
규율은 필요하다. 하지만 최종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행정처분만으로 낙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은 혁신 대신 사과를 배운다.
◇카풀, 타다, 수수료
먼저 카풀 문제를 보자.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1월 카풀 시범서비스를 중단했다. 당시 회사는 택시업계와의 협력과 사회적 합의를 우선하겠다고 설명했고, 서비스 출시 백지화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 배경에는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사회적 갈등이 있었다.
여기서 질책받아야 할 대상은 분명하다. 새로운 이동 수요가 생겼을 때, 국회와 정부와 업계는 “어떻게 안전하게 제도화할 것인가”를 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 면허 체계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더 강하게 작동했다. 카풀은 출퇴근 시간의 빈 좌석을 활용하는 서비스였다. 택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도시 이동의 비효율을 줄이자는 시도였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이 작은 실험조차 감당하지 못했다.
타다 역시 마찬가지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 논란은 한국 모빌리티 역사에서 뼈아픈 장면이다. 2019년 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11∼15인승 승합차의 운전자 알선을 관광 목적 6시간 이상 이용 또는 공항·항만 대여·반납 등으로 제한하는 방향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를 타다 영업을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으로 받아들였다.
이 장면에서 가장 부끄러운 것은 기술과 서비스의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기도 전에 입법이 ‘봉쇄 장치’처럼 작동했다는 점이다. 법은 미래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그때의 법은 미래를 닫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국민이 더 편리한 이동을 선택할 권리보다 기존 면허 질서의 안정을 더 우선한 셈이다.
수수료 논란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단체와 논의 끝에 가맹택시 수수료율을 2.8%로 낮추는 신규 상품을 마련했고, 비가맹 일반택시 기사 대상 유료 서비스였던 프로 멤버십도 폐지하기로 했다. 기존 가맹 수수료가 20% 내외였던 것을 고려하면 대폭 인하된 수치다. 이후 회사는 상생 합의안 이행 차원에서 2.8% 수수료 신규 가맹 상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수수료는 검증되어야 한다. 플랫폼이 과도한 비용을 부과했다면 낮춰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방식이다. 시장 원가, 배차 효율, 기술 투자비, 고객 편익, 기사 소득 구조를 놓고 정교하게 따져야 할 사안을 정치적 압박과 여론 재판으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되면 혁신 기업은 합리적 가격 구조를 설계하는 대신, 매번 사과하고 후퇴하는 기업이 된다. 이것은 상생이 아니라 산업의 위축이다.
◇우버가 온다면, 그래도 똑같이 할 수 있는가
이제 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만약 카카오모빌리티가 우버에 인수되어 미국 회사가 된다면, 지금처럼 쉽게 불러 세우고, 조리돌림하고, 수수료를 정치적으로 깎고, 서비스 하나하나를 공개 심판대에 올릴 수 있겠는가.
이것은 가정이 아니다. 2026년 4월, 서울경제 등 국내 주요 언론은 우버가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인수확약서(LOC)까지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우버가 TPG 컨소시엄(약 28%)과 칼라일(약 6%) 지분에 카카오 지분 일부를 더해 50%+α를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기업가치는 5조 5000억원, 경영권 매각가는 약 2조 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카카오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선을 그었고 우버도 공식 입장을 유보했지만,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거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이 시나리오는 충분히 현실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버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우버는 2013년 카풀 서비스 ‘우버X’로 한국에 처음 진출했다가 불법 논란에 휩싸여 2년 만에 철수했다. 이후 2021년 티맵모빌리티와 합작법인 ‘우티(UT)’를 세워 재진입했고, 2024년 말 티맵 지분 49%를 전량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전환했다. 즉 우버는 이미 한국 모빌리티 시장 안에 있다. 그 우버가 카카오모빌리티를 품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국내 기업에게만 거친 칼
바로 여기에 한국 사회의 비겁함이 드러난다. 같은 서비스라도 국내 기업이 하면 “국내 플랫폼의 탐욕”이라고 몰아붙이고, 외국계 기업이 하면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기업에는 국회 출석, 공개 질타, 정치적 압박, 사회적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외국계 기업 앞에서는 통상 문제, 투자자 보호, 외교적 부담, 국제 소송 가능성을 먼저 계산하게 된다.
쿠팡이 좋은 사례다. 쿠팡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소비자를 상대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지만, 현재 법적·자본시장 정체성은 미국 기업에 가깝다. 실제로 쿠팡Inc는 2026년 포춘 500 순위에서 132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3년 195위로 처음 명단에 오른 뒤 매년 순위를 끌어올리며 4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포춘 500은 미국 기업의 총매출 기준 순위다. 쿠팡Inc는 스스로를 이 명단의 일원으로, 즉 미국 기술기업으로 소개한다.
그 정체성은 위기 때 작동한다. 2025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때 국회는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의장은 글로벌 기업 CEO로서 공식 비즈니스 일정이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의장은 해당 사태 관련 현안질의와 앞선 국정감사 등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국내 기업의 대표라면 국회가 부르면 나와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너무 익숙하다. 그러나 지배구조가 달라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 지분 약 88%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을 심사하면서 요기요 매각 조건을 붙여 승인했다. 그 뒤 배달의민족은 수수료율 인상 등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독일 본사의 경영 방침을 방패 삼아 국내 정서적 압박을 우회하곤 했다.
따라서 “외국 회사가 되면 아예 심판대에 오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팩트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는 있다. 문제는 심판대에 오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심판대 앞에서 기업이 얼마나 다른 방패를 갖느냐다. 국내 기업은 여론의 압박에 취약하고, 국회 호출에 민감하며, 정부의 한마디에 사업 구조를 바꾼다. 반면 외국계 플랫폼은 국내 규제뿐 아니라 본국 정부, 해외 투자자, 글로벌 자본시장, 통상 이슈라는 방패를 함께 갖는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그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다. 같은 칼이라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휘두르는 사람의 손이 달라진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비겁함이다. 힘이 약한 국내 기업에는 큰소리치고, 힘이 센 글로벌 기업 앞에서는 말의 톤을 낮추는 태도다. 국내 기업이 미래 서비스를 만들 때는 “기득권 침해”라고 막고, 외국 기업이 같은 서비스를 들고 들어오면 “글로벌 혁신”이라고 포장하는 태도다. 국내 기업이 데이터를 모으면 독점이라고 하고, 외국 기업이 데이터를 가져가면 투자 유치라고 말하는 태도다.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한 비판이 정당하려면, 우버가 와도 똑같이 해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수료가 문제라면 우버의 수수료도 같은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알고리즘이 문제라면 우버의 알고리즘도 같은 수준으로 열어보라고 요구해야 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멤버십 상품이 기사와 소비자에게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다면, 외국계 플랫폼의 멤버십, 할인, 배차, 프로모션, 데이터 활용도 같은 잣대로 봐야 한다.
그럴 자신이 있는가.
우버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인수해 한국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이 미국 기업이 되었을 때도, 국회는 매년 대표를 불러 세워 같은 방식으로 질타할 것인가. 택시업계가 반발하면 우버의 서비스를 중단시키라고 요구할 것인가. 수수료가 높다고 대통령 앞에서 공개적으로 때리고, 금융당국과 공정당국이 동시에 달려들 것인가. 자율주행택시와 렌터카 기반 서비스가 충돌하면 미국 기업의 미래 사업도 같은 방식으로 막을 것인가.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래서 지금의 태도가 더 문제다.
국내 혁신 기업은 때리기 쉽다. 국회가 부르면 온다. 정부가 압박하면 물러선다. 여론이 흔들리면 사과한다. 국내 시장에서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정치와 정서의 압력을 정면으로 받는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은 다르다. 그들은 한국 시장에서 돈을 벌면서도, 필요하면 글로벌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내세운다. 국내 정치의 압박을 받더라도 본국 자본시장과 외교적 부담을 함께 활용한다. 이 차이를 모른 척하는 것은 순진한 것이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다.
◇지금 질책받아야 할 사람들
카카오모빌리티를 비판할 수 있다. 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투명해야 하고, 수수료는 합리적이어야 하며, 시장지배력 남용은 엄격히 제어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비판이 혁신 전체를 멈추게 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그 비판이 국내 기업에게만 유독 거칠고, 외국계 기업 앞에서는 조심스러워지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공정한 규율이 아니라 선택적 용기다.
정말 질책받아야 할 주체들은 분명하다.
카풀을 멈추게 한 사람들. 타다를 불법의 언저리로 몰아간 사람들. 수수료를 산업 구조가 아니라 정치 구호로만 다룬 사람들. 국정감사장을 산업 토론장이 아니라 공개 처벌장으로 만든 사람들. 법원이 “경쟁제한 증거 불충분”이라고 판단한 사안을 수년 동안 기정사실처럼 낙인 찍은 사람들. 렌터카와 자율주행의 가능성을 기존 면허값 방어 논리로 막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국내 기업일 때는 마음껏 때리다가, 외국계 자본이 들어오면 갑자기 신중해지는 사람들.
그들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들이 지킨 것은 국민의 편익인가, 아니면 낡은 질서의 안위인가. 당신들이 막은 것은 기업의 탐욕인가, 아니면 한국 기업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가질 가능성이었나. 당신들이 정말로 같은 기준을 가졌다면, 우버가 와도 똑같이 할 수 있는가.
미래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혁신을 멈추게 하는 사회는 결국 남의 혁신을 수입하는 사회가 된다. 국내 기업이 만들 수 있었던 서비스를 국내에서 막아놓고, 훗날 외국 기업이 같은 서비스를 들고 들어오면 박수치는 사회는 스스로 산업 주권을 포기하는 사회다.
한국 모빌리티에 필요한 것은 또 다른 호통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분명한 원칙이다. 기존 산업은 전환을 지원하되, 미래 산업은 막지 않는다. 소비자 편익은 보호하되, 특정 업역의 기득권은 영구 보장하지 않는다. 플랫폼은 규율하되, 플랫폼 자체를 죄악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그 기준을 세우지 못하면 카카오모빌리티만 다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미래 이동 산업 전체가 다친다. 그리고 훗날 우리는 또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왜 우리는 만들 수 있었던 미래를 스스로 막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