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논란 다시 보니…‘7명 스타트업’ 시절 일을 현재 잣대로 재단했나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06일, 오후 02:4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하정우 전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의 업스테이지 관련 논란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네이버 재직 시절 업스테이지 자문 및 지분 보유 , 공직 진출 과정에서의 주식 반환, ‘100억원 포기’ 발언, 그리고 국민성장펀드 특혜 의혹이다.

하지만 이데일리가 업계 관계자들과 관련 자료를 종합 취재한 결과, 일부 논란은 2020~2021년 당시 상황과 현재의 업스테이지를 동일한 기준으로 해석하면서 확대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왼쪽 가운데)과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임정환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대표, 김진우 라이너 대표, 안재만 베슬에이아이 대표 등이 4월 13일 서울 종로구에서 저녁자리를 가지고 있다. 사진=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페이스북
◇쟁점① 직원 7명 스타트업 자문이 이해충돌이었나

논란의 출발점은 하 전 수석이 네이버 AI랩·AI센터장 재직 시절 업스테이지 자문을 맡고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보유했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업스테이지는 국내 리딩급 AI 스타트업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 하 전 수석이 자문에 참여했던 2020년 당시에는 직원 7명 규모의 초기 스타트업이었다. 당시 회사의 주력 사업도 현재의 거대언어모델(LLM)이 아니라 AI 교육과 인재 양성이었다. 네이버 역시 현재처럼 AI 교육을 사업화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실제로 업스테이지와 네이버는 네이버 커넥트재단의 ‘부스트캠프 AI 테크 트랙’을 함께 운영하며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해당 프로그램 수료생 상당수가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IT 기업에 취업하면서 AI 인재 생태계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IT 업계 관계자는 “지금 기준으로는 경쟁 관계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협력 관계 성격이 더 강했다”며 “2020년 상황을 2025~2026년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쟁점② ‘주식 파킹’ 의혹과 베스팅 반환의 실체는

정치권 일각은 하 전 수석이 공직 진출 직전 업스테이지 주식을 회사 측에 넘긴 것을 두고 ‘주식 파킹’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업스테이지 측은 해당 거래가 자문 계약에 포함된 베스팅(Vesting) 조건에 따른 정상적인 반환 절차였다고 설명한다.

베스팅은 일정 기간 근무나 자문 활동 조건을 충족해야 주식 권리가 확정되는 방식이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할 경우 소유권을 회사에 반환하거나 소멸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벤처 규정이다. 업스테이지 측은 당시 하 전 수석의 공직 진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이해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잔여 지분에 대한 자문 계약 해지 및 관련 반환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해왔다.

현재까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법 위반이 확인되거나 수사기관의 문제 제기 및 공식 고발이 이뤄진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쟁점③ ‘100억원 포기’ 발언은 무엇을 의미했나

선거 과정에서 파장을 낳은 것 중 하나는 하 전 수석의 “100억원을 포기하고 공직에 왔다”는 발언이었다. 일부에서는 이를 업스테이지 주식 가치와 연결해 해석했다.

하지만 이데일리 취재 결과 해당 발언은 공식 인터뷰나 기자회견이 아니라, 봉사활동 현장에서 일부 시민과 사적으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하 전 수석은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100억원은 업스테이지 지분 가치를 말한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언급한 100억원은 대통령실 합류 당시 민간에 남아 앞으로 10년가량 더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연봉과 인센티브, 보유 자산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한 ‘미래 기회비용’이라는 것이다. 즉 특정 회사 지분의 당장 평가액이 아니라 공직을 선택하면서 포기한 잠재적 총수익 규모를 설명한 발언이었다는 해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언 맥락 전체를 보면 특정 기업 주식 가치라기보다 공직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 설명에 가까웠다”고 귀띔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 등이 2025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쟁점④ 5,600억원 특혜 의혹의 사실관계는

업스테이지가 정부 지원을 독점적으로 받았다는 주장도 논란이 됐다. 특히 5,600억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관련 수치가 정치권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5,600억원은 단일 국책 지원금이 아닌 전체 펀드 및 민간 투자 유치 규모를 합산한 수치다. 이 가운데 정책 자금은 약 1,300억원 수준이며, 나머지 약 4,300억원은 민간 투자자들이 자력으로 출자해 유치한 자금으로 확인됐다.

하 전 수석 측은 민간 투자금까지 모두 정부 특혜 지원인 것처럼 착시를 일으켰다는 입장이다. 그는 주변 인사들에게 “대통령실 AI수석실이 개별 국책사업 선정에 구조적으로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을 구분하지 않으면 투자 규모에 대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 공방보다 사실관계 검증이 먼저”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특정 인물의 신상 문제를 넘어 AI 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과도 연결돼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있었다면 당연히 엄정히 검증해야 한다”면서도 “과거 초기 벤처 상황과 현재 성장한 상황을 명확히 구분하고 실제 계약 구조와 투자 구조를 정확히 살펴보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하 전 수석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 정치권 공방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얼마나 정확하게 전달됐느냐에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IT 업계에서는 “2020년의 7명짜리 스타트업과 2026년의 대표 기업 업스테이지를 같은 잣대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이 논란의 본질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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