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투자 차원을 넘어 정부가 AI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되어 기술 발전과 안전성을 동시에 관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규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7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노터스(NOTUS)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출범 이후 행정부 관계자들과 정부의 AI 기업 지분 참여 방안을 논의해 왔다. AI 산업이 창출하는 막대한 수익의 일부를 정부가 확보한 뒤 공공 국부펀드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환원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월 21일(현지시각)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래리 엘리슨 오러클 최고경영자,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와 함께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계획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광고
AI 기술 발전 속도가 입법과 규제를 앞지르면서 기존 규제 체계의 한계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직접 기업 지분을 확보해 이사회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AI 안전성과 사회적 책임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진보 진영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보수 진영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정부가 AI 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법률에 의한 사후 규제보다 소유권을 통한 사전 통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픈AI 등 AI 기업들이 정부와의 지분 공유를 검토하는 배경에 규제 리스크를 줄이려는 전략적 계산도 깔려 있다고 본다.
미국에서 AI에 대한 불신과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국민이 AI 산업의 수익을 함께 나누게 되면 사회적 반발을 완화하고 규제 압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를 규제자이자 투자자로 끌어들여 AI 산업 성장의 이해관계자로 만드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주주이자 규제자”…이해충돌 우려도
반면 정부의 지분 참여가 오히려 AI 안전 규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 노리지(Public Knowledge)의 냇 퍼서 수석 정책 옹호가는 노터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주주인 동시에 규제자가 되는 것은 심각한 이해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강력한 안전 규제를 시행할 경우 자신이 보유한 기업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 집행을 주저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 역시 정부의 특정 기업 투자 자체가 시장 경쟁과 규제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AI 시대의 새로운 거버넌스 실험
미국 정부가 실제로 오픈AI 지분을 확보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번 논의는 국가가 단순한 규제자를 넘어 AI 기업의 이해관계자로 참여하는 새로운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AI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정부 역할 역시 규제 중심에서 투자와 육성, 이익 공유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한국도 방식은 다르지만 유사한 고민을 시작했다. 대표 사례가 정부 재정과 민간 자금을 결합해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다. 정부가 직접 기업 지분을 보유하거나 경영에 관여하는 구조는 아니다.
대신 미래에셋·삼성·KB자산운용 등 전문 운용사가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전략산업 기업에 투자와 대출, 인프라 금융을 집행하고, 정부는 투자 위험을 분담하는 역할을 맡는다.
구체적으로는 첨단전략산업기금 등 정책 자금을 투입해 전체 투자금의 일부를 후순위로 출자하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일정 범위 내에서 정부 자금이 먼저 부담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민간 금융기관과 일반 투자자의 위험 부담을 낮추고 미래 산업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는 AI·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전략산업 육성과 성장 성과의 사회적 공유를 목표로 하는 총 150조원 규모의 정책 프로젝트다.
정부는 자금 지원과 함께 민간 혁신 경험을 갖춘 인재를 전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AI 대전환에 대응하고 있다.
이 대통령, 국무총리 후보자에 한성숙 장관 지명_(서울=연합뉴스) 청와대는 7일 이재명 대통령이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이 대통령이 한 장관에게 임명장 수여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2026.6.7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이번 인선에서 강조한 키워드는 ‘AI 혁신’과 ‘상생’이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창출하는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과 딥테크 기업에 집중되지 않고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역경제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AI 기업 지분 참여’ 논의와 한국의 ‘국민성장펀드·AI 인재 발탁’은 같은 관심에서 출발한다. AI가 만들어낼 막대한 부와 권력을 국가가 어떻게 관리하고, 그 성과를 사회 전체와 공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