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자율성의 확대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따른다. IBM 조사에 따르면 2026년 말까지 대부분의 대형 기업이 160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로 구성된 디지털 인력을 운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경영진의 70%는 현재의 AI 거버넌스 체계가 AI 전환을 오히려 늦추고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조직 안에서 이미 작동 중인 에이전트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조직은 18%에 불과하고 에이전트 확산을 관리하는 중앙화한 플랫폼을 갖춘 곳은 12%에 그친다. 자율성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데 그것을 감독하고 통제할 구조는 한참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셈이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볼 수 없는 시스템은 통제·감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도, AI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를 구축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AI를 확장할 가능성이 13배 높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준비 없는 자율성은 효율이 아니라 혼란을 가속할 뿐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조직의 역할 구조 자체가 바뀐다는 점이다. 사람이 모든 것을 실행하던 시대에는 역할이 곧 직무였다. 그러나 AI 에이전트가 실행과 판단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구조에서는 사람의 역할이 실행자에서 오케스트레이터로 이동한다. 이것은 단순한 업무 재배치가 아니라 조직 운영의 원리가 바뀌는 것이다. 백지에서 출발해 업무의 흐름을 다시 정의하고 그 위에서 사람과 에이전트의 역할을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결국 AI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일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설계 역량을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하게 요구한다. 어떤 업무에 어느 수준까지의 자율을 허용할 것인지, 에이전트 간의 협업은 어떤 규칙으로 작동하게 할 것인지, 에이전트의 판단이 잘못됐을 경우 책임의 구조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이 질문들에 답하지 않은 채 자율성을 확장하는 것은 가속 페달만 있고 브레이크는 없는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변화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지만 자율의 범위와 한계를 정의하는 것은 결국 리더십의 통찰과 결단이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AI의 자율성을 단순한 효율의 수단이 아니라 조직 운영의 근본 원리로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