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0개 신의료기기 메디케어 우선 적용...K의료기기 수혜 기업은?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08일, 오후 02:23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글로벌 최대 의료기기 시장인 미국에서 혁신 의료기기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던 보험 급여 장벽이 마침내 허물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파격적인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하고도 정작 병원 현장에 판매되기까지 수년이 걸리던 고질적인 병목현상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응급 질환 대상으로 현지 수가 진입을 노리는 뇌졸중 진단 AI 기업 제이엘케이(322510)와 심전도 모니터링 기기 에이티센스 등이 수혜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신기술 의료기기 급여 제도 비교 현황 정리 (자료=미국 FDA, 기존 vs RAPID 적용 시)




◇미국 의료기기 규제 완화...FDA 허가와 보험 적용 사실상 동시 진행

1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와 FDA는 최근 혁신 의료기기 보험 적용을 획기적으로 앞당기는 새로운 트랙인 래피드(RAPID) 제도 추진을 공식화했다. RAPID의 핵심으로 FDA 허가와 메디케어 보험 적용을 사실상 동시에 진행하는 병렬 심사 구조가 꼽힌다.

기존에는 기나긴 FDA 심사를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보험 적용 논의가 시작됐다. 하지만 RAPID 체제 아래에서는 의료기기 개발 초기 단계부터 FDA와 CMS가 함께 임상시험 설계에 관여한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허가용 임상과 보험급여용 임상을 따로 준비해야 했던 막대한 이중 부담이 단번에 사라지는 셈이다.

CMS는 대상 기기가 FDA 시판 허가를 받는 당일 메디케어 전국 보험 적용 결정안(NCD)을 동시에 발표할 방침이다. 이후 30일간의 공개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이 이뤄진다. 허가 후 빠르면 두 달 만에 미국 전역의 병원에서 급여 코드를 달고 매출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변화가 업계의 환호를 받는 이유는 기존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완벽히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앞서 CMS가 2024년 도입했던 신기술 전환 보험 적용 제도(TCET)는 연간 고작 5개 기술만 검토 대상으로 삼았다.

매년 100개가 넘는 기기에 혁신 지정을 내리는 FDA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 상태였다. 미국 의료기기산업협회의 거센 비판이 일자 CMS는 아예 TCET 신규 후보 접수를 일시 중단하고 초기 40개 이상의 기기를 수용할 수 있는 RAPID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완전히 옮겼다.

이는 미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의료기기업계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국내 스타트업들은 자본과 인력을 쥐어짜 FDA 허가 획득 자체에만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이제는 제품 개발 초기부터 CMS가 요구하는 비용 대비 효과(의료비 절감)와 실제 환자 예후 개선 임상 지표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의료기기산업협회 임원을 지낸 한 바이오텍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좌절하는 가장 큰 이유가 FDA 허들을 넘는 데만 집중하고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현지 보험 전략 부재 때문"이라며 "수십억원을 들여 FDA 허가를 받고서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몇 년씩 손가락만 빠는 뼈아픈 실수를 줄여줄 RAPID 트랙은 국내 의료기기 생태계에 전례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우선 적용 대상 응급질환 및 만성 중증질환 유력

국내 의료기기·AI 의료 기업 가운데 RAPID 제도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군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최우선 적용 대상은 응급 질환 및 만성 중증 질환 분야가 유력하다. 미국 내 환자 수가 많으면서도 치료가 시급해 메디케어 재정에 직결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중 심혈관 모니터링 기기와 뇌 질환 AI 진단 기기를 앞세운 기업들이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제이엘케이와 에이티센스는 선제적인 FDA 허가와 명확한 타깃 시장을 바탕으로 수혜가 기대된다.

에이티센스는 웨어러블 심전도(ECG) 모니터링 기기로 FDA 승인을 받았다. 심방세동 등 부정맥 조기 진단 분야는 미국 내 수요가 막대하다. 미국심장학회(AHA)에 따르면 미국 내 심방세동 환자는 약 600만 명에 달하며 메디케어 적용 인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메쥬는 심장 판막 관련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FDA가 RAPID 우선 적용을 예고한 수술 없이 심장 판막을 교체·복구하는 장치 분야와 직접 맞닿아 있다. RAPID 제도가 본격 시행될 경우 FDA 허가 이후 메디케어 급여 획득까지의 기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미국 매출 발생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AI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제이엘케이(322510)와 코어라인소프트(384470) 등이 FDA 허가를 받았다. 두 기업 모두 현재 미국 내 수가(보험 적용) 추진 단계에 있어 RAPID 제도의 잠재적 직접 수혜자로 꼽힌다.

제이엘케이는 뇌졸중 진단 보조 AI 솔루션으로 FDA 허가를 획득했다. 뇌졸중은 미국에서 연간 약 80만 명이 발생하는 응급 질환으로 빠른 진단이 생존율과 직결된다. 메디케어 수혜자 중 뇌졸중 발생 비율이 높아 RAPID 제도가 적용될 경우 급여 매출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코어라인소프트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미국 FDA 승인 AI 기반 의료기기 수 기준 글로벌 TOP20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코어라인소프트가 승인 받은 제품은 12개다. 이 회사는 저선량 흉부 CT 한 번으로 폐암·COPD·관상동맥석회화를 동시에 분석하는 ‘One-CT Multi-Disease’ AI 플랫폼 AVIEW 등을 앞세워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제도 변화가 국내 AI 의료기기 기업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도 본다. 기회 측면에서는 허가 후 매출 발생까지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면서 자금력이 제한적인 국내 스타트업들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부담 측면에서는 처음부터 FDA와 CMS 두 기관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더 정교한 임상 전략이 필요해진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RAPID 제도 적용을 받으려면 초기 임상 설계 단계부터 메디케어 수혜자, 즉 고령 환자군을 포함한 임상 결과 데이터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수"라며 "이를 미리 준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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