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이 꺼낸 한·일 경제연대, 첫 실체는 SKT·NTT ‘아이온 펀드’ [뉴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14일, 오후 06:4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이 2년 넘게 강조해온 ‘한·일 경제연대’ 구상이 AI 분야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일본 NTT, 대만 중화텔레콤과 함께 조성한 5억달러(약 7600억원) 규모의 AI 스타트업 투자펀드 ‘아이온(IOWN) AI 펀드’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최 회장이 일본 닛케이포럼에서 일본 내 AI 팩토리(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 구상을 밝히면서 아이온 펀드와의 연관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양국이 AI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낼 경우, 아이온 펀드를 통해 확보한 기술과 딥테크 스타트업 네트워크가 향후 데이터센터 생태계 확충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지난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 참석해 한일경제연대 청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그룹)
◇한·일 경제연대의 첫 번째 성과

SK 관계자는 “아이온 펀드는 한·일 양국이 AI 시대를 공동으로 준비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력 모델”이라며 “최 회장이 제안해 온 한·일 경제연대 구상의 첫 가시적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24년부터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미·중 갈등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기술·산업 분야에서 협력해야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다.

한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치면 약 6조달러 규모에 이른다. 최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양국이 공동 시장과 산업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AI 데이터센터 시대 대비한 공급망 투자

아이온 펀드의 핵심은 AI 데이터센터 시대를 대비한 선제적 투자에 있다.

AI 인프라 시장이 성장할수록 GPU, HBM 같은 반도체뿐 아니라 액체냉각, 전력관리, 광통신, 차세대 기판, 공조 설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017670)과 NTT, 중화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AI 반도체, 광통신, AI 소프트웨어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에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SK텔레콤은 엔비디아 플랫폼(DSX)을 기반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 등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AI팩토리(초대형 AI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해서 한일 컴퓨팅 인프라 협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펀드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보다 미래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성격이 강하다”며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수록 관련 기술 기업의 중요성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NTT·아마존 협력도 눈길

통신 인프라 측면에서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 있다.

최근 NTT는 계열사를 통해 아마존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의 일본 내 재판매 사업자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위성 기반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SK텔레콤 역시 AWS(아마존웹서비스)와 AI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과 NTT, 아마존 간 별도의 공동 프로젝트가 공개된 것은 없다. 다만 AI 데이터센터, 광통신망, 위성통신 등 차세대 인프라 분야에서 각 기업의 협력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일·대만 협력의 의미

아이온 펀드에는 대만 최대 통신사인 중화텔레콤도 참여했다.

NTT와 중화텔레콤은 차세대 광통신 네트워크인 아이온 프로젝트를 통해 오랜 기간 협력해 왔다. 여기에 대만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과 한국의 AI·반도체 역량이 더해지면서 3국 간 기술 협력 체계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펀드는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광통신 등 AI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투자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순한 통신사 간 협력을 넘어 AI 공급망 전반을 겨냥한 전략적 연대로 해석된다.

그간 한·일 경제연대 구상은 그동안 다소 추상적인 비전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아이온 펀드는 공동 자금을 조성하고 글로벌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구체적인 실행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 경쟁이 국가 간 경쟁을 넘어 생태계 경쟁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한국·일본·대만 기업들이 공급망과 기술 확보를 위해 협력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온 펀드가 향후 어떤 투자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다만 최태원 회장이 제시해온 한·일 경제연대가 AI 공급망 협력이라는 형태로 현실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은 적지 않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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