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중국 선전의 한 호텔 앞. 스마트폰으로 알리페이 앱을 켜 택시를 호출하자 몇 분 뒤 차량 한 대가 도착했다. 중국어를 몰라도 기사와 대화할 필요도, 목적지를 설명할 필요도 없다. 호출부터 결제까지 모두 스마트폰으로 해결된다. 이미 ‘지갑 없는 생활’이 일상이 된 도시다.
하지만 선전의 혁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귀국길에 탑승한 것은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로보택시’였다. 중국 자율주행 기업 포니AI가 운영하는 이 서비스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특정 도심 구간에서 운전자 없이 상업 운행되고 있다. 미국 웨이모가 보여준 미래 교통 서비스가 이제 중국 선전의 거리에서도 현실이 된 것이다.
중국 선전 도심에서 운영되는 포니AI의 택시.(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앱으로 호출하면 로보택시가 탑승위치까지 오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실제 탑승 경험은 유인 택시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다. 앱을 통해 호출한 차량은 지정된 위치에 도착했다. 택시 뒷좌석 터치스크린에는 “7세대 로보택시가 여러분을 위해 서비스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각종 안내문구가 나타났다. 운전석에는 사람이 없고, 핸들과 브레이크만 자동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운전석은 특히 플라스틱 차단막으로 막혀 있어 사람의 조작을 방지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후 목적지, 운행 안전 준비 항목을 확인하고, ‘운행 시작’ 버튼을 누르자 차량이 출발했다. 운전석은 플라스틱막 같은 설비로 물리적으로 차단돼 있어 사람의 개입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주행은 의외로 차분했다. 차량은 시속 30~40km 수준을 유지하며 주변 상황을 끊임없이 인식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보행자가 뒤섞인 복잡한 도로에서도 라이다 기반 센서가 실시간으로 객체를 추적했다. 차선 변경과 유턴도 자연스러웠고, 돌발 상황에서는 즉각 감속했다.
태블릿 화면에서 도착 완료와 함께 하차 안내가 이뤄진다. 안전하게 내리게 하기 위해 차량 오른쪽에 설치된 카메라 화면도 함께 보인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하지만 선전의 변화는 도로 위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이 도시에서는 ‘지갑’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사라졌다. 카페, 마트, 전자제품 매장 어디를 가도 결제는 QR코드 하나로 끝난다. 메뉴 주문부터 결제까지 휴대폰만 있으면 된다. 오히려 현금 결제가 제한적이라는 점원들의 설명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서비스 자동화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호텔 프론트에 비치된 안내·배달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까지 물품을 배송한다. 또 선전 인재 공원과 같은 일부 장소에서는 드론이 지정된 장소로 음식을 배달해준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서비스가 도시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드론이 특정 장소에서 배달을 해주는 것도 상용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의 한 호텔에서 운영중인 안내·배달 로봇.(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선전의 진짜 경쟁력은 개별 기술이 아니라 기술 간 융합에 있다. 자율주행과 핀테크, 물류 자동화가 하나의 서비스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시민들은 이동하고, 결제하고, 물건을 주문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 과정을 스마트폰 하나로 끊김 없이 처리한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디지털 플랫폼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중국 선전의 한 카페. 모든 주문과 결제는 휴대폰 하나로 할 수 있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그는 이어 “텐센트를 비롯한 주요 IT 기업들이 집적돼 있고, 홍콩과 맞닿은 지리적·금융적 이점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자본과 인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자율주행, AI, 핀테크, 로봇 등 개별 기술의 경쟁력을 넘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플랫폼처럼 작동하는 혁신 생태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올해 11월 APEC 정상회의가 선전에서 열리는 만큼 우리도 이 도시의 산업·기술 경쟁력을 다시 살펴보고, 다양한 협력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중국 선전에서는 'APEC CHINA 2026'이 열린다.(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