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없이 일하는 로봇 연구원 채용'...JW중외제약, 임상시험 새 판 짠다

IT/과학

이데일리,

2026년 6월 17일, 오전 08:02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자율실험실이 신약 개발의 판을 바꾸고 있다.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후보물질 탐색, 화합물 합성, 반응 조건 최적화까지 자동화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앞다퉈 AI·로봇 통합 실험 인프라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JW중외제약(001060)이 글로벌 AI·로봇 기반 연구개발(R&D) 플랫폼 기업 징타이테크(엑스탈파이)와 손잡고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빠르게 자율실험실 구축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JW중외제약이 구축하는 로봇 임상 시험실이 어떤 모습일지 조명해봤다.

징타이테크(엑스탈파이) 임상 로봇이 연구하는 모습 (사진=엑스탈파이)




◇JW중외제약, 징타이테크와 기술 협력...로봇 기술 어디까지 왔나

신약 개발에서 데이터의 양과 질은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를 직접 결정한다. 기존에 연구원 한 명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실험 건수는 제한적이었다. 반응 조건 하나를 바꾸며 결과를 확인하는 작업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해야 최적의 합성 경로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마다 손기술 차이로 재현성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자율실험실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로봇은 24시간 동일한 조건으로 실험을 반복한다. AI는 그 결과를 즉시 분석해 다음 실험 조건을 최적화한다. '고처리량 실험–고품질 데이터–고정밀 모델'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는 제이웨이브(JWave) 등 자체 AI 플랫폼의 학습 데이터로 활용돼 예측 정밀도를 지속적으로 높인다.

시약을 만들고 원료 합성을 하는 것이 로봇이 담당하는 업무의 핵심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이번 자율실험실 도입으로 실험 생산성 5배 향상, 데이터 확보 역량 40배 이상 증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약 개발의 병목 구간으로 꼽혀온 화합물 라이브러리 구축과 반응 조건 탐색을 자동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로봇 기술을 협력하는 징타이테크(엑스탈파이)와 JW중외제약의 협력은 오래 전부터 지속됐다. 두 회사는 2023년 JW중외제약의 자회사 씨앤씨(C&C)리서치랩을 통해 STAT6(신호전달 및 전사 활성화 단백질) 표적 신약 공동 연구를 진행, 고활성 선도물질을 확보했다. 당시 협력은 특정 타깃에 대한 물질 발굴이 중심이었다면 이번 자율실험실 구축은 그 성과를 바탕으로 연구 인프라 자체를 혁신하는 후속 프로젝트로 알려졌다.

징타이테크는 중국 R&D 플랫폼 기업으로 AI 기반 약물 설계와 로봇 자동화 합성 기술을 결합했다. 징타이테크는 중국 선천과 미국 보스턴에 거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징타이테크는 자체 AI 모델이 최적의 화학 반응 조건을 예측하면 로봇이 이를 실제로 실행해 결과 데이터를 다시 AI에 피드백하는 폐쇄 루프 방식의 연구 체계를 구현한다. 이 방식은 기존 연구원이 수작업으로 반복하던 수천 번의 실험을 자동화해 시간과 비용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자율실험실에 처음 도입된 로봇은 이동형 기기로 파악된다. 단순히 한 자리에 고정된 로봇이 아니라 실험실 내에서 스스로 이동하며 시약을 옮기고 원료를 합성하는 자율주행 기반의 로봇 시스템이다. 후보물질 탐색부터 합성, 반응 조건 최적화까지 전 과정이 이 이동형 로봇과 고처리량 자동합성 워크스테이션, AI 반응 최적화 시스템, 지능형 데이터 분석 플랫폼의 유기적 결합으로 이뤄진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이 기술이 적용되는 지점은 전임상 직전 단계로 알려졌다. 신약 후보물질의 화학 구조가 디자인되면 전임상 실험에 앞서 반드시 원료를 합성해야 한다. 기존에는 숙련된 연구원이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했고 실험 하나하나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자율실험실은 바로 이 구간을 로봇이 대신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 연구원이 수행하는 신약 후보 물질 디자인 업무를 로봇이 하게 되는 것이 핵심"이라며 "화학 구조로 전임상 하려면 원료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원료를 이동형 로봇이 합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 로봇 기기가 작동하는 모습 (사진=LG화학)


◇LG화학 '자체 개발' vs JW중외제약 '파트너십 전략'...속도전서 앞서

국내에서 AI·로봇 통합 실험 인프라 구축에 나선 기업은 JW중외제약만이 아니다. LG화학(051910)도 자체적인 AI 기반 연구 자동화 시스템 개발에 돌입했다. 다만 LG화학이 내재화 전략을 택한 것과 달리 JW중외제약은 이미 검증된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구축 속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셀트리온(068270)은 제조 부문에서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의 자동화를 우선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도입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JW중외제약의 차별점은 자체 AI 플랫폼 JWave를 보유했다는 것이다. JWave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적응증 탐색에 활용되는 플랫폼으로 이번 자율실험실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실험 데이터가 JWave의 학습 데이터로 축적되는 선순환 구조가 기대된다. 즉 로봇이 실험을 많이 할수록 AI가 더 똑똑해지는 구조로 짜여있다.

미국 템퍼스AI와의 협력도 눈길을 끌고 있다. JW중외제약은 템퍼스AI와 암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및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항암 신약 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자율실험실에서 합성된 후보물질이 오가노이드 기반 전임상 스크리닝과 연계될 경우 신약 개발 초기 단계 전체가 디지털·자동화 체계로 통합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그려볼 수 있다.

JW중외제약은 이 자율실험실을 향후 임상 시험 전 단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임상 단계에서 동물 모델을 활용한 약효·독성 평가에도 로봇·AI 기반 자동화를 적용하고 나아가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데이터 패키지 구성 전반에 자율화 인프라를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JW중외제약은 최근 자율형 실험실 관련 정부 과제도 수주했다. 구체적인 과제명과 지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R&D 과제 수주는 기술력 검증과 추가 개발 재원 확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정부 과제를 통해 쌓인 연구 성과는 향후 특허 확보와 기술 고도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방향성은 글로벌 추세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미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데이터를 허가 심사에 반영하는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인 아스트라제네카, 머크(MSD), 바이엘 등도 각각 AI·로봇 통합 연구 인프라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업계 연구원은 "신약 개발 주기 단축은 곧 임상 성공률 제고와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며 "자율실험실에서 생성되는 고품질 데이터가 JW중외제약의 R&D 경쟁력을 중장기적으로 크게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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