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석 메디픽셀 대표가 서울 강남 메디픽셀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승권 기자)
◇AI 폐암진단서 1년만에 심혈관질환으로 피봇
창업 초기 송 대표가 주목한 분야는 폐암 진단이었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엑스레이나 전산화단층촬영(CT) 영상에서 폐암 병변을 찾아내는 보조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 넘기엔 시장의 현실이 냉혹했다. 당시 폐암 진단 AI 시장은 이미 유수의 국내외 기업들이 뛰어든 레드오션이었다. 기술적 차별화를 이뤄내더라도 촘촘하게 짜인 경쟁 구도를 뚫고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AI가 환자의 생명에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일지에 대한 더욱 본질적인 고민도 뒤따랐다. 메디픽셀은 철저한 시장 분석과 치열한 내부 토론 끝에 창업 1년 만에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송교석 대표는 당시 결정에 대해 "처음에 폐암 쪽을 진행하다가 1년 만에 피봇을 했다"며 "폐암 쪽은 레드오션이기도 했고 알고 보니까 사망 원인 1위가 심혈관 질환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회상했다.
암에 대한 대중적 두려움이 크지만 실제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혈관 질환으로 알려졌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 상황이 잦고 시술실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의사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이 치열한 현장이야말로 AI의 직관적이고 정밀한 보조가 가장 절실한 곳이었다.
여기에 송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은 심혈관 질환 정복이라는 사회적 사명감에 불을 지폈다. 그는 "저희 아버지도 흉통을 느껴 병원에 갔는데 바로 심혈관 중재 시술을 받았다"며 "이런 일들을 겪으며 심혈관 쪽에 AI 기술을 도입해 정말 도전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위기를 곁에서 지켜보며 심혈관 중재 시술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낀 그는 촌각을 다투는 시술실 안착을 목표로 메디픽셀의 모든 역량을 심혈관 영상 분석 AI 개발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험난한 가시밭길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AI심혈관진단 제품, 식약처·FDA 인허가 획득
메디픽셀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표 제품 MPXA-2000의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는 물론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인허가증을 손에 쥐었을 때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당장이라도 전 세계 병원에서 메디픽셀의 제품을 날개 돋친 듯 사 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의사들이 임상적 유용성에 공감하더라도 병원이 비용을 지불하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결정적인 허들은 바로 보험 수가였다. 아무리 환자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혁신 소프트웨어라 할지라도 기존의 행위를 대체해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급여나 비급여 코드를 부여받지 못하면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 창출 모델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력만 믿고 뛰어든 스타트업에게 복잡다단한 의료 수가 체계와 보수적인 병원 구매 프로세스는 뼈아픈 죽음의 계곡이었다. 제품을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수년을 버텨야 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좌절하지 않았다. 실패를 뼈저린 교훈 삼아 의료기기 비즈니스의 본질을 다시 공부했다. 그는 임상적 근거 마련과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활용한 보험 진입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며 회복탄력성을 증명해 냈다.
9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인고의 시간 끝에 메디픽셀은 마침내 그 척박한 계곡을 빠져나오고 있다. 송 대표의 목소리에는 그간의 풍파를 견뎌낸 창업가 특유의 단단함이 묻어났다.
그는 "의료기기 사업은 단순히 인허가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품 기획 단계부터 보험 진입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이제서야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