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생성형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은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인 ‘클로드 맥스(Claude Max)’ 요금제의 사용 한도를 과장 광고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워싱턴 D.C. 거주자인 칼 칸(Karl Kahn)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상은 2025년 4월 이후 클로드 맥스 요금제를 이용한 가입자들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러나 원고 측은 실제 제공되는 사용량이 광고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앤트로픽이 가입자들에게 제공한 사용량 안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맥스 20x는 프로 대비 약 6~8배 수준, 맥스 5x는 약 3.5배 수준의 사용량만 제공됐다는 것이다.
원고인 칼 칸은 프로그래밍 작업을 위해 올해 4월 맥스 20x 요금제로 업그레이드했지만 수주 만에 주간 사용 한도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 5시간 동안의 집중 코딩 작업만으로 주간 허용량의 15%를 소진했으며, 이후 작업을 중단하거나 추가 비용 지출을 고민해야 했다고 밝혔다. 사용 한도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고 이용자가 남은 사용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같은 AI 서비스 제공량 및 과장 광고 논란은 국내 통신 시장에서 불거졌던 ‘5G 품질 소송’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지난 2021년, 국내 소비자 740여 명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광고했던 ‘LTE보다 20배 빠른 5G’ 속도와 용량이 제공되지 않았고 기지국도 부족해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 3사의 5G 속도 광고를 부당 광고로 판단해 제재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개별 소비자가 해당 광고만을 보고 가입했다는 인과관계와 계약상 구체적인 속도 보장 의무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통신사들은 “광고된 ‘20배 빠른 속도’는 어디까지나 기술적·이론상 최고 속도일 뿐”이라고 항변했는데, 이는 AI 서비스 이용량이 토큰(Token)과 연산 자원, 모델별 가중치 등에 따라 복잡하게 결정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실제 제공받는 서비스 수준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AI 서비스는 사용량과 연산 자원이 상품 가치의 핵심이다. 소비자들이 매달 고액을 지불하는 만큼 실제 이용 가능한 토큰 수와 모델 사용 한도, 처리 우선순위 등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디지털 서비스의 주류 패러다임이 통신 네트워크 환경에서 생성형 AI 구독 경제로 전환되면서,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품질 불만의 타깃 역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5G 시대의 소비자 불만이 ‘광고한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면 AI 시대의 불만은 ‘광고한 만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는 얘기다.
IT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생성형 AI는 이용자의 질문(프롬프트) 하나하나가 막대한 GPU 자원과 비용을 소모하기 때문에 무제한 제공이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향후 AI 사업자들은 모델 성능뿐 아니라 사용량 산정 방식과 제한 기준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며, 이번 소송이 AI 구독 서비스의 약관과 광고 문구 고지 방식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