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 법인 JLK재팬(JLK Japan)을 통한 직접 판매 허가 취득,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인허가 7종 완비, 이토츠·마루베니 그룹 등 현지 대형 유통 파트너십 구축까지 이른바 '인허가-유통-직판'으로 이어지는 3중 사업 기반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여기에 제이엘케이는 후지필름 출신 현지 전문 인력을 전진 배치하며 영업 체계도 갖췄다.
제이엘케이는 올해 일본에서 계약 병원 200곳, 매출 60억원을 달성하고 내년에는 계약 병원 500곳·매출 180억원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시장 환경과 기술 경쟁력, 현지 네트워크 등 여러 조건이 맞물리며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데일리 DB)
◇JLK재팬에 후지필름 출신 인재 영입…영업 본격화
제이엘케이의 일본 전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사람이 꼽힌다. 현지 법인 JLK재팬은 올해 초 일본 의료기기 업계의 '명가'로 꼽히는 후지필름 출신 인재를 사업총괄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쿠도 마사유키(工藤 雅之)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후지필름은 일본 의료기기 시장에서 전산화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진단 장비 분야를 오랫동안 주도해왔다. 후지필름은 현지 대학병원 및 주요 의료기관과의 네트워크는 물론, 일본 의료기관 특유의 보수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력을 보유했다. 제이엘케이가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니라 일본 의료 시장의 문법을 이해하는 현지화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의료AI업계는 읽고 있다.
쿠도 본부장은 취임 직후 "논문을 기반으로 한 확실한 임상 근거와 직접·대리점 판매의 강력한 세일즈 시스템을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수사가 아닌 구체적인 전략이 가동 중이라는 것이 의료AI 업계의 전언이다.
영업 조직의 심화만큼이나 유통 파트너십도 두텁다. 제이엘케이는 일본 5대 종합상사 마루베니 그룹 산하 헬스케어 자회사 크레아보 테크놀로지스(CLAIRVO Technologies)·CMI와 유통 계약을 먼저 체결했다. 뒤를 이어 제이엘케이는 일본 굴지의 종합상사 이토츠 그룹의 자회사 센추리 메디컬(Century Medical)과도 파트너십을 맺으며 유통망을 더욱 탄탄히 했다.
센추리 메디컬은 일본 내 의료용 카테터 유통 전문 기업으로 일본 동·서부에 거점 물류센터를 보유해 24시간 내 전국 배송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약 250명에 달하는 영업 인력은 뇌졸중 시술에 필수적인 카테터를 납품하면서 대학병원 신경외과·신경과 교수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해왔다.
김동민 제이엘케이 대표는 "센추리 메디컬 영업사원들은 이미 우리 솔루션을 써야 하는 교수들과 모두 연결돼 있다"며 "카테터를 납품하면서 자연스럽게 AI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는 구조라 영업 효율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PMDA 인허가를 받은 제이엘케이 CTP 제품 구동 모습 (사진=제이엘케이)
◇초고령사회 일본...의료AI, 구조적 수요 지속
여기에 산쇼도 등 추가 대리점 네트워크도 합류하며 제이엘케이는 현재 일본 전역 500개에 육박하는 병원에 즉시 납품 가능한 공급 인프라를 확보했다. 현지 영업의 핵심 레버리지로 임상 데이터가 꼽힌다. 제이엘케이는 지난 3월 일본 뇌졸중학회에서 주력 제품 메디허브 스트로크(MEDIHUB STROKE)의 현지 판매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도쿄 니혼의과대학교 부속병원 사카모토 준 교수와의 공동연구 성과가 논문으로 발표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에 제이엘케이는 올해 일본에서 60억원, 내년 180억원이라는 공격적인 매출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인 시장 구조의 변화와 규제 환경, 기술적 차별성이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 제이엘케이의 설명이다.
실제 일본은 올해부터 의사 시간외 노동 제한 규제가 본격 시행됐다. 2024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 이 제도는 의사의 연간 초과 근무 시간을 960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CT·MRI 판독 등 영상 의학 업무의 효율화가 의료기관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지방 병원을 중심으로 CT 판독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야간·응급 시간대에 전문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AI 기반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령사회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23년 기준 29.1%에 달한다.
일본은 매년 180만명 이상의 뇌질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 수치는 앞으로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일본 AI 의료기기 시장도 2022년 1250억엔(약 1조2000억원)에서 2027년 5000억엔(약 4조8000억원)으로 약 4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엘케이의 기술 경쟁력도 주목할 요소로 꼽힌다. 제이엘케이는 PMDA로부터 인허가를 취득한 7종의 뇌졸중 AI 솔루션을 단일 패키지로 병원에 공급할 수 있다. CT와 MR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진단 솔루션을 연계해 급성기 판단부터 치료 의사결정까지 '전주기 케어'를 지원하는 구조다.
경쟁사 대부분이 단일 기능 솔루션 중심이지만 제이엘케이는 하나의 계약으로 뇌졸중 진료의 전 과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갖는다. 병원 입장에서는 여러 솔루션을 별도로 도입하는 번거로움 없이 통합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어 도입 유인이 크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일본은 레퍼런스(평판) 확보 이후 확산 속도가 빠른 시장"이라며 "초기 몇 개 병원 계약이 성사되면 추가 계약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올해 매출이 나올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