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왼쪽)과 크리스 차우리 앤스로픽 글로벌총괄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AI 안전성 확보 및 사이버보안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 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앤스로픽과 AI 안전성 및 사이버보안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정부는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AI 기업들과도 기술 협력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선도 기업들과 상시 소통 체계를 구축해 최신 기술 동향을 파악하고, 국가 차원의 AI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이번 협력은 초고성능 AI 모델이 산업 현장과 일상에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안전·보안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담고 있다. 특히 앤스로픽의 ‘미토스(Mythos)’와 같은 최첨단 AI 모델이 등장하면서 AI 안전성과 사이버보안 체계 구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관련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확대가 자칫 외산 AI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국내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생태계가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해외 AI 모델 도입에 정책 역량이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기술 종속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본력과 GPU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독자적인 원천 기술과 모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AI 생태계의 자립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글로벌 협력과 별개로 소버린 AI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육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넘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독자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송창종 과기정통부 디바이스AX혁신팀장은 “AI 발전의 주 무대가 사이버 공간에서 현실 세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피지컬 AI는 국가 경쟁력과 산업 생존을 좌우할 차세대 프론티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3년간 집중 투자를 통해 독자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중심의 글로벌 인프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국방·금융은 여전히 ‘소버린 AI’ 요구 커
특히 국방·금융·국가행정망 등 높은 수준의 보안성과 데이터 주권이 요구되는 핵심 공공 영역에서는 독자 AI 역량 확보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재는 망분리 규제와 보안 가이드라인 등에 따라 외산 AI의 직접 활용이 제한되고 있지만, 향후 국가 시스템의 핵심 기능이 특정 해외 AI 모델이나 클라우드 환경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될 경우 국가 안보와 전략적 자율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국방·금융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분야만큼은 독자 기술 기반의 소버린 AI를 우선 적용하고 핵심 공공 영역의 AI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앤스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미토스 5’와 ‘페이블 5’에 대한 외국인 접근을 제한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키웠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AI가 더 이상 기업 간 경쟁 수단이 아니라 국가 전략자산으로 관리되는 시대가 시작됐음을 보여준 사례로 보고 있다.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미국 정부의 안보 판단이나 정치·외교적 이해관계에 따라 최첨단 AI 기술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독자 AI 역량 확보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됐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최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미국 AI 기업들의 최첨단 모델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Trusted Partners)’ 국가들의 접근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향후 수주 내 프런티어 AI 접근성 확대와 관련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설령 동맹국 중심의 접근 체계가 마련되더라도, 핵심 AI 기술에 대한 최종 통제권은 여전히 미국이 쥐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 자립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G7 정상들과 글로벌 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프런티어 AI에 대한 공동 규제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가 반도체에 이어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규제 체계 역시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앤스로픽과의 MOU는 AI 안전성과 사이버보안 협력을 위한 것”이라며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 사업은 별개의 국가 핵심 과제로 중단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