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경쟁이 거대언어모델(LLM) 성능에서 인프라 효율로 이동하고 있다.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개발보다 운영 비용이 더 빠르게 늘면서 메모리 활용과 데이터 이동 효율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 창업 한 달 만에 16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이 있다. AI 인프라 플랫폼 기업 에이투시스(a2sys)다.
에이투시스는 삼성전자(005930)와 네이버(NAVER(035420))출신의 이동수 대표(49), AI 시스템·컴퓨터 아키텍처 분야 연구자인 유민수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석좌교수(44)가 공동 창업했다. 최근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 한국투자파트너스, SBVA, 카카오벤처스로부터 16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업계는 생성형 AI 시대의 승자가 GPU였다면,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메모리와 데이터 이동 효율이 새로운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투시스(a2sys) 창업자들. 왼쪽부터 권세중 CSO(최고전략책임자), 이동수 CEO(대표이사), 박배성 CPO(최고제품책임자), 유민수 CRO(최고연구책임자)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동수 대표는 AI 데이터센터의 병목 지점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트랜스포머 모델의 행렬 연산을 얼마나 빠르게 수행하느냐가 중요했지만,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시대에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유하고 이동시키는 능력이 훨씬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HBM도 결국 개별 칩에 묶인 로컬 메모리”라며 “앞으로는 수많은 서버와 AI 시스템이 하나의 거대한 메모리 공간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민수 최고연구책임자(카이스트 석좌교수)도 “그동안 AI 반도체 산업은 GPU와 NPU의 연산 성능 향상에 집중해 왔다”며 “앞으로는 수백, 수천 개의 칩과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운영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도 관심은 GPU 확보 경쟁에서 데이터센터 전체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에이전트 AI가 확산될수록 메모리 공유 구조와 데이터 이동 효율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왼쪽부터 에이투시스 유민수 CRO(최고연구책임자)와 이동수 CEO(대표이사).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창업자들은 모두 반도체 분야 전문가지만 에이투시스를 반도체 제조 기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IBM 왓슨연구소와 삼성전자, 인텔, 퀄컴 등에서 CPU·NPU·SoC 개발을 담당한 이동수 대표와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된 ‘메모리 중심의 인공지능 학습/추론용 가속기 아키텍처’를 연구한 유민수 교수가 공동 창업했지만, 이들이 겨냥하는 시장은 칩이 아니라 AI 인프라다.
에이투시스의 목표는 차세대 메모리와 하드웨어를 AI 서비스 기업들이 실제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메모리 제조사와 AI 기업을 연결하는 인프라 계층을 구축해 AI 시대의 데이터 처리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동수 대표는 이를 트럭에 비유했다. “1톤 트럭과 10톤 트럭 중 어느 것이 더 우수한지는 무엇을 나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드웨어 성능 자체보다 이를 실제 서비스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는 “최근 업계가 주목하는 PIM과 CXL 역시 결국 메모리 활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이라며 “차세대 메모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에이투시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메모리 제조사와 AI 서비스 기업을 연결하는 인프라 플랫폼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를 클라우드 사업자(CSP)와 AI 기업들이 실제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겠다는 구상이다.
유 교수는 “우리는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글로벌 하드웨어 기업과 AI 서비스 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수 에이투시스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두 창업자는 한국 AI 산업의 기회 역시 메모리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는 “미국은 GPU와 플랫폼,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지만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에이전트 AI 시대에 메모리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한국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도 “AI는 결국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산업”이라며 “메모리 중심 구조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역시 AI 패권 경쟁이 GPU 중심에서 메모리 중심 구조로 확장될 경우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AI 경쟁은 결국 속도전”
에이투시스가 내세우는 또 다른 경쟁력은 조직 문화다. 현재 회사에는 유민수 교수 제자인 KAIST 연구진과 대학원생, 삼성전자·네이버 출신 AI 인프라 전문가 등 15명가량이 참여하고 있다.
이동수 대표는 “AI 경쟁은 결국 속도전”이라며 “직급보다 기술과 아이디어가 우선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민수 교수는 “AI 분야는 논문이 발표된 지 수개월 만에 제품으로 이어질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빠르다”며 “학계의 선행 연구 역량과 산업계의 제품화 역량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민수 에이투시스 최고연구책임자(KAIST 전자및전기공학부 석좌교수)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두 창업자가 제시한 목표는 명확했다.
이동수 대표는 “전 세계 AI 서비스 기업들이 비용과 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회사가 되고 싶다”며 “차세대 AI 인프라 기술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에이투시스가 떠오르는 회사가 목표”라고 말했다.
유 교수 역시 “AI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창업 한 달 된 스타트업이지만 이들이 바라보는 시장은 국내가 아니다.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 전체다.
AI 산업의 중심축이 모델 개발에서 인프라 효율화로 이동하는 가운데 에이투시스는 ‘메모리 중심 AI 인프라’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이들의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단순한 스타트업 성공 사례를 넘어 한국이 강점을 가진 메모리 산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첫 사례가 될 수도 있다.
투자자들이 창업 한 달 만에 160억원을 베팅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에이투시스를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니라 차세대 AI 인프라 패러다임 변화에 올라탄 드문 팀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